李, 퇴장하려던 취재진 붙잡아 A4 10장짜리 원고 15분간 낭독
모두발언 없이 인사말만 尹 "예상했던 얘기…자세한 말씀 감사"
[미디어펜=진현우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 영수회담이 29일 130분에 걸쳐 진행된 가운데 이 대표가 홀로 모두발언을 진행하며 작정발언을 쏟아냈다.  

이 대표는 "국정의 방향타를 돌릴 마지막 기회"라면서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참사 특별법의 국회 통과, 김건희 여사의 비리의혹 규명, 민생회복을 위한 1인당 25만원 규모의 민생회복지원금 지원 등을 요구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경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동안 몇 차례 두 사람이 인사를 주고 받은 경우는 있었지만 영수회담을 진행하는 것은 지난 2022년 5월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4.4.29./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향해 "편하게 여러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하라"며 "우리국민이 다 (영수회담을) 고대하셨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날씨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이 모두발언없이 인사말을 한 뒤 이 대표에 발언순서를 넘기자 이 대표가 취재진의 퇴장을 만류하면서 자신의 양복 안쪽 주머니에서 사전에 준비해 온 A4 용지 10장짜리 원고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 드릴 말씀을 써 가지고 왔다"면서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달라.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이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나 특검법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해서 유감 표명과 함께 향후 국회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 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정중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159명의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나 채 해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채 해병 특검법이나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 대표는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 가족 등 주변인사 관련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제안한 민생회복지원금과 관련해서도 윤 대통령이 협조해줄 것으로 촉구했다.

그는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민생회복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한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을 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 골목상권·소상공인·자영업자·지방에 대한 지원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사기특별법을 비롯한 민생 입법 협조 △의대 정원 확대를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 해소를 위한 국회 공론화특위 구성 △연금개혁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 △저출생 대비 종합대책 마련 △재생에너지 산업 기반 확충 등을 윤 대통령에게 촉구했다.

이 대표의 발언 이후에도 윤 대통령은 따로 모두발언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윤 대통령은 "좋은 말씀 감사하고 평소에 이 대표와 민주당에서 강조해 오던 얘기이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하실 것으로 저희가 예상하고 있었다"며 "자세한 말씀 감사하게 생각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준비해온 모두발언을 하기 전에도 "저희가 오다 보니까 (대통령실까지) 한 20분 정도 걸리는데 실제 여기 오는데 700일이 걸렸다고 한다"며 "약간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늦었다고 할 때가 가장 빠르단 얘기도 있어서 이 만남이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드리는 그런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엔 대통령실 측에서 정진석 비서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이, 민주당 측에선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대변인 등이 각각 배석했다.
[미디어펜=진현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