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민생협의 위해 여야정협의체 필요"…李 "국회 우선 활용"
의대 증원 필요성-독소조항 뺀 이태원특별법에 '대승적 합의'
대통령실 "허심탄회한 대화"…민주당 "국정기조 전환 의지 없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와 민생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합의에 이르진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있었다." (4월 29일 오후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 브리핑)

"민주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 관련해서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다만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을 했고 앞으로 소통은 이어가기로 했다." (같은시각 더불어민주당 공보국 브리핑)

2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간의 첫 공식 회담은 별도의 합의문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됐다. 즉각 현실을 바꿀만한 실효성 있는 성과는 빈손, '제로'인 셈이다.

양측은 이날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앞으로 어떤 형식이든 계속 만나 안건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바로 내놓을만한 성과는 없지만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양자 소통의 첫 단추를 꿴 것이다.

실제로 이 대표는 이날 회담 후 소회로 "답답하고 아쉬웠다"며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겠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번 영수회담은 과거 문재인 대통령과 홍준표 당대표의 영수회담 이후 6년 만에 열려 의미를 더했지만, 일각의 기대와 달리 큼직한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 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을 시작하기 직전, 악수를 하고 있다. 2024.4.29 /사진=대통령실 제공


우선 민주당이 가장 강조했던 이 대표의 '총선 공약'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윤 대통령은 "물가 금리 재정 상황 등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지금 상황에서는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전국민 모두에게 주자는 '보편적 복지'가 아니라 '선별적 복지'로 해야 한다고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정부가 현재 추진하는 소상공인 지원 방안, 서민 금융 확대 방안, 전세 사기 특별법 피해자 지원 방안을 설명한 후 "지금 민주당에서 제기하는 부분은 여기에 추가로 지원을 요청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 중인 정책을 먼저 시행하고 필요할 경우에 야당이 제기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여야가 협의하면서 시행 여부를 논의하자"는 취지를 밝혔다.

민주당의 제1의제였던 전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윤 대통령이 필요할 경우에 국회에서 협의하자며 사실상 '보류' 의사를 보인 것이다.

윤 대통령이 이날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소통의 공감대 형성에는 동의했지만 각론에서 이견을 보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여야가 현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고, 필요하면 정부부처와 법령 및 예산을 갖고 얘기하기 때문에 그 채널을 그대로 작동시키면 되는 문제"라며 "영수회담에서 제안한 문제를 여야정 협의체로 넘기는 방식으로 가는 것에 대해선, 실효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평가하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국회라는 공간에서 끊임없이 협의되고 있고, 여야정 협의체 같은 경우 잘못하면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가 될 수 있기 땜에 가능한 범위 내에선 민생회복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선 이 대표가 말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다른 관계자는 "우리 당이 가장 역점을 들여 주장했던 것이 민생회복지원금 보편적 지원 문제였는데, 윤 대통령은 '국가재정과 인플레가 우려되기 때문에 단칼에 잘랐다고 선언했다'고 표현했다"며 "여야정 협의가 이뤄지려면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 열어놓고 임하겠다는 자세가 있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의제 조율에 대해서도 "다음 자리가 마련된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현안 2~3개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한다"며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고 총평을 남겼다.

   
▲ 윤석열 대통령(사진 오른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영수회담에서 환하게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4.4.29 /사진=대통령실 제공


이번 첫 영수회담에서 그나마 이견을 좁히고 총론적으로 인식을 같이 한 부분은 의료개혁의 필요성-의대 증원의 불가피성과 '이태원 사고' 특별법이다. 한단계 더 나아간 부분이다.

이 대표는 이날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이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또한 이태원 특별법과 관련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민간조사위원회에서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독소조항)을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는 취지의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1대1 회담이 성사된 것은 지난 2018년 4월 문재인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회담 이후 6년 만이다. 윤 대통령 취임 후로는 720일 만이다.

이날 나온 영수회담 결과만 놓고 보면 꽉 막혀있는 정국이 풀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향후 어떻게 풀어가느냐, 깊은 소통을 통해 구체적인 해법을 도출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