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면접시 직무역량 투영 '관건'…필승전략은?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최근 몇 년 간 기업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스펙 무용론’이 퍼지고 있다. 학력, 전공, 학점, 자격증 등으로 대표되는 스펙만으로는 실무능력 파악이 어렵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이러한 인식 가운데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강조하는 채용의 원칙 가운데 하나는, 단연 최고가 아니라 구별되는 사람이 뽑힌다는 것. 자기만의 이야기(스토리)를 통해 특별한 강점을 발산시켜 자신을 수많은 경쟁자들 가운데 한 명이 아니라, ‘유일한 사람’으로 인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기업 취직을 준비하는 구직자가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으로는 더 이상 스펙이 아닌 진정성 있는 자기소개서가 꼽힌다. 심지어 자기소개서는 구직자 자신을 보이는 것보다 더 크게 만드는 데 큰 몫을 차지해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대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자신에 대해 회사가 관심을 갖도록 자기소개서에 큰 할애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지난 1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2015 주요그룹 지역인재 채용설명회’에서 학생들이 포스코 임사 담당자로부터 하반기 채용과 관련한 상담을 하고 있다. / 사진=고이란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경북대, 충남대 등 지방대에서 진행한 지역인재 채용설명회에서 이러한 현상은 매우 두드러졌다. 주요 그룹의 하반기 채용에서는 스펙보다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 보편적이다.

이번 지역인재 채용설명회에서 주요 그룹 인사담당자들의 자기소개서에 대한 조언을 종합해보면, 자기소개서에는 기업의 가치와 인재상에 자신의 실제 경험과 역량을 연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보통 2~3차례 진행되는 면접도 대부분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만큼, 자기소개서에 허위사실이나 다른 사람의 내용을 도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않다. 특히 SK그룹과 롯데그룹와 같이 외국어 점수, 수상경력 등 스펙을 보지 않는 그룹은 자기소개서가 더욱 중요하다는 조언이다.

SK그룹은 지난 상반기부터 입사지원서에 사진을 부착하지 않으며, 외국어 성적, IT활용능력, 해외경험, 수상경력 등 스펙을 기재하지 않는다. 스펙과 사진이 없어진 대신 자기소개서가 중요해졌다. 자기소개서는 SK구성원으로서 갖춰야 할 가치관과 행동규범 등을 갖췄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서류전형 항목으로 꼽힌다.

롯데그룹도 지원 서류에 사진, 외국어성적, 자격증, IT활용능력, 수상경력, 동호회 경험 등 스펙란을 없앴다. 회사별, 직무별로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외국어 점수나 자격증을 제출하면 된다. 면접은 하루 종일 인적성검사를 포함해 역량면접, PT, 토론면접, 인성면접이 실시된다.

롯데그룹의 역량면접은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지원자의 과거 경험에 대한 질문과 직무역량에 대해 질문한다. 특히 자기소개서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이 이뤄지므로 자기소개서에 충실해야 한다.

포스코그룹도 자기소개서가 매우 중요하다. 본인의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고 배운 경험이 회사의 무슨 역할에 적합한지를 작성해야 한다. 자기소개서에 ▲수학여행 때 포항제철 웅장함에 반해서 이번에 지원했다 ▲해외연수 과정에서 각국 학생 초대해서 한식을 대접했더니 그들과 친해졌다 ▲나는 비빔밥같은 사람이다 등 지나치게 회사 인재상(세계인, 창조인, 실행인)에 맞춰서 작성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삼성그룹은 직무적합성 평가 신설, SSAT가 GSAT로 변경, 창의성 면접이 신설됐다. 직무적합성 평가는 지원자의 전공과목 이수 내역, 활동경험, 에세이 등을 통해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적합한지 종합적으로 평가하는데, 이 가운데 에세이는 본인이 해당직무에 관심을 가지고 성실히 준비했다는 것이 부각되게 쓰는 것이 좋다.

   
▲ 지난 1일 대전 충남대에서 열린 ‘2015 주요그룹 지역인재 채용설명회’에서 한화그룹 인사담당자가 기업의 인재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고이란기자

지난 2013년 인적성검사(HAT) 폐지 이후 자기소개서 등 서류 심사를 강화한 한화그룹은 도전·헌신·정도 등 3대 인재상에 초점을 둬야 한다. 인재상에 자기 경험을 접목시켜 직무역량이 있다는 것을 자기소개서에 보여줘야 한다.

LS전선, LS산전, LS엠트론 등 3개사가 대졸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LS그룹의 경우 채용방식이 종전보다 더욱 깐깐해졌다. 특히 면접의 경우 자기소개서에 대한 1차실무면접과 2차 임원면접이 있는데, 만약 면접에서 낙방되면 내년 재도전해도 면접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외에도 LG그룹은 지원하려는 회사의 주력제품과 관련 시장상황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원자가 회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자기소개서에 담아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본인의 경험을 창조적 예지, 적극 의지, 강인한 추진력 등 이른바 ‘현대정신’에 부합한다는 것을 자기소개서에 부각시켜는 것이 좋다.

대한항공은 회사의 인재상에 맞게 본인 실제 경험을 잘 녹여서 쓰는 것이 좋다.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나 전문적 기술분야만 써서는 안 된다는 조언이다.

한 기업체 인사담당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스펙 자체가 아니라 특정 기업 특정 직무에 도움이 되는 역량을 자기소개서나 면접을 통해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이라며 “현명한 구직자는 남들과 차별화된 능력을 자기소개서에 잘 반영하고, 이를 면접에서 효과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