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성영 기자] ‘세월’은 흘렀지만 비극은 반복됐다.

지난 5일 오후 추자도 인근 바다에서 낚싯배 ‘돌고래호’가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21명으로 잠정 집계된 돌고래호 탑승자 중에서 생존자는 3명, 사망 10명, 실종 8명인 상태로 수색작업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2014년 4월 발생해 온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지 한 해가 흘렀음에도 안전과 위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여전히 ‘제자리걸음’임을 확인시켜주고 있기 때문이다.

돌고래호는 사고 전 내려진 호우주의보를 무시하고 출항했다. 대부분의 탑승객들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승선 인원조차 확실치 않아 사고 이후 혼란은 더욱 가중된 바 있다. 한 마디로 돌고래호를 둘러싼 모든 것들이 ‘뒤죽박죽’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기대했던 건 지나친 기대였을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의 안 좋은 측면들마저 반복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복잡다단한 모든 문제의 원인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에 그다지 큰 효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저 허망한 선동 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려는 움직임이 벌써부터 포착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

   
▲ 향후 상황이 어떻게 돌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교훈을 얻을 것은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언론들의 균형 잡힌 이성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이미 돌고래호 실종·사망자 가족 70여명은 ‘조속한 실종자 수색과 구조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의미로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사고의 진상을 규명한다는 것이야 당연한 일이겠지만 문제는 이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해경에 대한 때이른 성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대책위는 해경의 늑장 대응을 지적하며 “지난 5일 오후 7시부터 6일 오전 6시30분까지 해경이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를 묻고 있다.

돌고래호 참사가 전 국민적인 비극임을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가족들의 슬픈 마음에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짚어야 할 점은 돌고래호가 결코 ‘떠나서는 안될 항해’를 떠났다는 점이다. 초속 11m의 강풍, 무려 2~3m 높이의 파도, 호우주의보 발효 등의 각종 악기상을 뚫고도 항해를 강행한 건 돌고래호 자신이었다. 위험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가 불러낸 이번 참사에 대해서까지 정부 탓, 해경 탓으로 일관하는 것은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현 정부가 쓰러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떤 때는 야당과, 어떤 때는 언론과 결탁해 조직적으로 정부 흔들기에 나선다. 생존자들을 살려내기 위한 ‘골든타임’ 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이 또 다시 정치쟁점화 되어서 선동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이다.

이미 유가족들이 해경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한 가운데 언론들 또한 ‘정부 흔들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극심한 혼란과 무분별한 반(反)정부 흐름에 극심한 혼란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언론들의 성숙한 대응이다. 세월호 참사 때 국민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던 것은 비극을 극대화하고 심지어 정치쟁점화 했던 언론들의 무차별 보도였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작년과 같이 비극을 두고 속보경쟁을 하는 모습이 작년만큼 심각하게 연출되지는 않고 있다는 점이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돌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은 돌고래호 비극을 선진국답게 처리할 수 있는 ‘언론의 골든타임’이다.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교훈을 얻을 것은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언론들의 균형 잡힌 이성이다. 유가족들의 슬픔이 누군가의 ‘의도’를 위해 이용되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은 세월호 한 번으로 족한 것이다.

돌고래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탑승객들의 명복을 빈다. 그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이 중요한 시기를 최대한 성숙하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감당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