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폭넓은 학술활동을 통해 기업정책 및 경제발전 연구에 매진한 ‘기업경제’ 전문가다. 좌승희 석좌교수는 양극화와 저성장의 근본적인 원인과 해답, 한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의 동반성장 기조를 회복시킬 방안에 대해 기존 주류경제학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더불어 좌승희 석좌교수는 오늘날 세계인류가 부딪치고 있는 고난도의 경제문제와 더불어 한국경제 동반성장의 해법이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던 박정희 시대의 기업부국패러다임 속에 있음을 밝힌다.

특히 좌승희 교수는 박정희 시대의 정책패러다임이 ‘정치의 경제화를 통한 경제적 차별화’에 있음을 지적하면서 새마을운동을 대표사례로 든다. 자조하는 마을만 지원했던 차별화정책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좌 교수는 이를 통해 시장과 정부의 경제발전기능을 밝힌다. 미디어펜은 좌승희 석좌교수의 ‘새마을운동의 성공원리와 그 의의’를 4회에 걸쳐 연재한다. 아래 글은 첫 번째 연재다. 원문의 출처는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렸던 한국선진화포럼 창립 10주년기념 세미나, “故 지암 선생의 비전과 유산, 대한민국 성공신화의 세대 간 공유”이다. [편집자주]

 

   
▲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미디어펜 회장

새마을운동의 성공원리와 그 의의 1)

1. 서론

그 동안 경제학계에서는 여러 가지로 경제학교과서에 반하는 방식으로 성공한 박정희의 성공을 이단적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많았고 새마을 운동도 사회운동차원으로 이해하여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이 글은 박정희 대통령이 이끈 한강의 기적과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을 경제학적 관점, 특히 경제발전론적 시각에서 재해석하고 교훈을 찾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요즘 한강의 기적은 물론 새마을 운동의 성공스토리는 한국경제발전 경험의 백미처럼 되었다. 개발경제학자들은 너도 나도 입만 열면 새마을 운동의 성공경험을 말하고 대외협력기관들도 새마을 운동의 성공경험을 마케팅하고, 해외에 전수하느라 많은 돈과 인력, 노력을 들이고 있다. 그리고 일부대학들은 앞 다퉈 새마을운동 관련 학과나 대학(원)등을 설립하고 해외로부터 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전 세계 후발 개도국들이 너도 나도 새마을 운동을 전수받기위해 한국을 배운다고 학생들과 공무원들을 연수 파견하느라 바쁘다.

그러나 필자는 그동안 국내외 학계가 한강의 기적과 새마을운동 등의 성공요인을 제대로 이해하고자하는 노력이 충분치 못했으며, 이로 인해 한국경제성공경험의 해외전수사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데도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인류는 19세기 산업혁명과정에서 오늘날의 유한책임주식회사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기술(social technology)인 기업조직을 발명하였다. 이 조직이 지난 200여년의 세계경제의 산업화와 발전을 이끌고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를 위시한 현대, LG, SK 등의 대기업집단이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중추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를 더욱 극대화할 수 있는 것은 신상필벌의 차별화정책이다.

예컨대 한국의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이 무엇인가 물으면 아마도, “자조정신이나, 하면 된다는 정신”이라고 즉답이 나올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 정신이 한국의 경제발전의 동인이 되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할 것이다. 크게 틀린 답은 아닌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이 답은 50점짜리 답도 안 된다. 진짜 올바른 답은 “왜 1960-70년대 지구상에서 다른 어느 곳도 아닌 한반도, 그것도 북한은 뺀 한반도의 남쪽에서만 모든 국민들이 자조·자립정신을 체화하고, 하면 된다고 미친 듯이 새마을 건설에 나서고 수출전선에 나섰는가?”하는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자조·자립정신이 중요한 인생성공과 국가발전의 정신임을 모르는 나라가 있을까? 보다 중요한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국민들을 자조하는 국민들로 탈바꿈 시킬 수 있느냐하는 하는 것이다. 애들의 사회, 도덕교과서에 이런 정신을 강조하지 않는 나라나 사회가 있을까? 오죽하면 서양 속담에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만 돕는다(God help those who help themselves.)” 했겠는가? 교육을 열심히 해서 자조자립정신을 가르치면 국민들이 다 따라 올까? 그렇다면 어는 나라가 새마을 운동을 못 일으킬 것이고 심지어 경제발전은 못 일으킬 것인가? 60년대 까지만 해도 한국의 농촌을 여행해본 외국의 경제개발전문가들은 하나같이 “한국에 미래가 없어 보인다”고 했다 한다. 왜냐하면 그들 눈에 비친 한국 농촌은 게을러 보이고 하늘만 처다 보고, 등등, 소위 자조·자립정신과는 멀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20 여 년 만에 천지가 개벽하듯이 자조·자립정신으로 가득 찬 나라로 바뀌었으니, 그 까닭을 설명해 내기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닌 듯하다.

그래서 필자는 그 동안 진정으로 무엇이 한강의 기적과 새마을운동의 성공을 가져온 경제적 동인인가에 대한 연구를 나름대로 해왔으며 오늘 이들 연구결과의 일부를 공유하고자 한다.

2절에서는 새마을운동논의의 이론적 틀로서 새마을운동의 진원지인 박정희 대통령의 전반적인 경제발전정책패러다임의 성공원리를 설명한다. 3절에서는 간략하게 새마을운동의 추진배경과 결과를, 그리고 4절에서는 새마을운동의 성공요인을 설명하고자 한다. 5절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사후 최근까지 농업구조조정의 지연이 새마을운동 정신의 소멸과 무관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6절에서는 새마을운동의 경제발전이론상의 함의를, 7절에서는 공공정책상의 함의에 대해 살펴보고자한다. 8절에서는 새마을운동이 경제의 경쟁시장화라는 경제발전의 지상과제를 단기간 안에 실천한 “시장화(市場化)운동”사례라는 점을 상기시킴으로써 결론에 대신하고자 한다.

2. 박정희시대의 정책패러다임: “정치의 경제화를 통한 경제적 차별화” 2)

1) 경제발전의 원리: 시장, 정부, 기업의 3위 일체 경제발전론

새마을운동에 대한 얘기에 앞서 우선 개발연대 한국의 경제발전, 즉 한강의 기적의 성공요인부터 먼저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새마을운동은 바로 박정희 시대의 전체 경제발전정책 패러다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제발전의 기본원리로부터 시작하기로 하겠다.

필자는 오랫동안 기존의 경제학이론이나 정치철학담론으로는 한강의 기적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경제발전현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시장 중심적 주류사고는 자유시장의 역할을 신격화하고 있지만 시장은 항상 불완전하며 시장만의 힘으로 경제도약에 성공한 경제는 없다. 신고전파 성장이론과 워싱턴 콘센서스 등이 그 대표적 예이다.

정부주도를 강조하는 정부중심사고 또한 왜 그 많은 경제들이 정부의 개발노력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지 못하는지, 그리고 소수의 성공사례들이 정부주도로 성공했다하지만 정부의 어떠한 역할이 경제발전 친화적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아니면 왜 그 많은 정부 개입이 실패하는지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 주창자들이 그 예이다. 한편 사회주의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사회민주주의가 보편화되면서 경제평등주의 정책이 새로운 정책패러다임으로 등장하고 있으나 이를 채택한 많은 나라들이 경제정체를 경험하고 있으며, 체제의 지속가능성이 심각히 도전받고 있다. 수정자본주의 혹은 사민주의 정치경제체제가 그 예이다.

여기서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 모든 기존 이론이나 정책론들은 자본주의경제의 발명품인 주식회사제도의 경제발전 역할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산업혁명과 그 동안의 지속성장이 주식회사제도의 등장과 활성화와 괘를 같이 하고 있으나 경제학은 아직도 기업이 없는 농경사회경제학을 못 벗어나고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주류 경제학 이론들은 아직도 한국의 개발연대 경제적 도약이나 일본의 명치유신이후의 산업화, 최근 중국의 지난 30년 동안의 성장을 일관성 있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이들 경험을 일종의 예외적인 현상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에 필자는 최근세의 경제기적의 경험인 일본의 명치유신, 한국의 한강의 기적, 중국 등소평의 개혁개방 경험과 서구 산업혁명의 성공경험을 통합하여, 시장, 기업, 정부, 3자의 필수적 보완역할을 강조한“시장, 정부, 기업의 삼위일체 경제발전론”을 전개하였다. 이 이론은 기존 이론들이 특수이론에 그친 단점을 보완하여 경제발전의 일반이론을 지향하고 있다. 이하에서는 아주 간략하게 새로운 경제발전이론을 설명하고자 한다. 3)

① 시장의 경제적 차별화 기능

필자는 시장을 “성과에 따른 보상의 차별화를 통해 발전의 동기와 유인을 이끌어내는 경제적 차별화장치”라고 해석한다. 이에 대한 보다 이론적인 설명은 제6절에서 더 부연하고자 한다. 바로 이런 시장의 차별화기능이 고차원으로의 경제의 창발을 이끄는 힘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라고 본다. 어떠한 사회든 사회의 부의 창출노력을 집약하고 극대화하려면 그 전제조건은 바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적절한 보상체계를 제도화함으로써 일하고자 하는, 즉 성장·발전하고자하는 동기와 유인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일한만큼 공정하게 대접을 받아야 일할 동기와 유인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런데 사실은 시장이라는 장치가 바로 이런 기능을 한다는 사실은 그렇게 많이 강조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이야 말로 모든 구성원들을 더 높은 차원으로 창발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인 셈이다. 필자는 이러한 시장의 기능을 경제적 차별화기능이라 부르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시장의 기능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인 것이다.

시장의 차별화기능을 현실과 연결해서 보면 한층 흥미롭다. 시장에서 우리는 소비자로서 우리 구미에 맞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과 개인들에게만 더 많은 구매력(돈)으로 투표한다. 은행도 잘하는 기업과 개인들에게만 더 많은 돈을 그것도 더 싸게 빌려주며, 증시의 투자자들도 잘하는 기업의 주식만을 골라서 사며, 훌륭한 인재들은 좋은 기업에만 몰리고, 기업들도 좋은 인재만 골라 쓰고 좋은 기업들끼리만 거래하려한다. 그래서 시장에 참여하 는 우리 모두는 소위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도우는 하느님처럼 열심히 좋은 성과를 내는 경제주체들만 선택함으로써 우수한 경제주체들에게 경제력을 집중시킴과 동시에, 이들 모두를 우리의 선택을 받기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게 유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또한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는 바로 경제적 불평등의 원천인 셈이다. 바로 이러한 “시장의 차별화기능”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다.

   
▲ 개발연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정주영 현대창업주, 이병철 삼성창업주, 박정희 대통령(왼쪽부터). 한국은 개발연대동안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과 아주 양호한 동반성장을 달성함으로써, 당대 최고의 동반성장을 실현하였다(World Bank, 1993).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대한민국의 이러한 동반성장 과정과 그 원리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따라서 경제발전과정에서는 흥하는 이웃에게는 인기가 모이고 경제적 부가 모이기 마련이며,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은 불균형적 현상일 수밖에 없고, 강한 기업에의 경제력 집중과 개인과 지역발전의 차등은 발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열심히 노력하여 성과를 내는 기업과 개인에게 경제력과 자원의 집중과 집적이 없이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현실의 시장은 경제적 노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함으로써, 즉 흥하고자 노력하여 성과를 내는 이웃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기는 경제적 불평등을 〮무기로 모두를 흥하는이웃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동기부여장치인 것이다.

② 자본주의적 기업의 경제발전역할: 기업부국 패러다임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시장은 항상 불완전하고 경제발전을 일으키는 힘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농경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 까지 인류는 시장교환경제 체제하에서 살았으나 지속적 소득의 성장을 가져온 경제발전 현상은 오직 지난 200여년의 역사에 불과하였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하에서도 20세기이후 200여개가 넘는 시장경제제도하의 국가들이 있으나 오늘날 오직 그 1/4 정도의 경제만이 일인당 소득 만불이상의 부를 누리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2차 세계대전이후 선후진국 모두 시장경제체제를 강화한다고 해왔지만 결과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경제정체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경제발전을 일으킨다는 시장의 힘은 다 어디에 가 있는 것인가?

필자의 관찰에 의하면 이런 시장의 실패현상은 아주 일반적 현상이며, 시장의 차별화기능의 실패를 보완하는 현대식 주식회사 기업조직이 19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자본주의 산업혁명이 가능했고 고도 산업사회, 지식기반사회의 등장도 가능하였다. 또한 19세기이후 지본주의 경제의 발전경험을 살펴보면, 바로 새로운 주식회사 제도를 잘 발전시킨 나라는 국부창출에 성공하고 더 나아가 세계경제 헤게모니 싸움에서도 성공하였다.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영국 추월, 일본의 탈아입구 선진화, 한국의 한강의 기적, 동아시아의 기적, 중국의 도약이 모두 현대식 기업의 성장을 앞장세워 발전한 역사이다. 이런 역사적 경험에 비춰서 보면 자본주의 경제발전은 시장보다는 기업부국패러다임이라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더구나 이론적으로도, 시장은 불완전 정보로 인한 양의 거래비용 때문에 차별화기능 실패에 직면하게 되지만 기업이라는 조직은“수직적 명령체계”를 본질로 하기 때문에 시장교환방식이 아니라 명령에 의한 자원배분방식에 의존함으로써 거래비용을 회피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시장거래가 가능하지 않은 영역에까지 새롭게 시장의 영역을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경제발전을 가속화할 수 있다. 현대식 주식회사 기업제도는 바로 농경사회의 영세한 대장간 기업에서 창발하여 잠재적 자본규모와 위험부담능력이 무한대로 확대된 자본주의 경제발전의 견인차이다. 자본주의 경제발전은 이런 주식회사제도의 발전 없이 전혀 가능하지 않았다. 자본주의적 기업을 모두 국유화하여 사회주의체제로 전환했던 공산권 경제가 40-50년 만에 몰락한 후 “현대식 기업은 없고 대장간 기업밖에 없는 농경사회”로 역주행 했던 역사적 경험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기업은 불완전 정보와 거래비용의 문제를 극복함으로써 시장보다도 더 효율적으로 경제적 차별화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이며, 여기에 현대식 주식회사 기업은 차별화 기능이 상상이상의 규모로 고도화된 경제발전장치이다. 오늘날 성공기업경영의 요체가 바로 기업 내부자원에 대해 얼마나 철저하게 경제적 차별화를 잘하느냐(즉 얼마나 내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경영학 원리는 이미 상식이 되었다.

③ 정부의 경제적 차별화를 통한 경제발전역할: 정부에 의한 관치 차별화

역사적으로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들은 한결같이 정부가 경제제도와 정책으로 시장과 기업의 경제적 차별화기능을 활성화시킨 나라들이다. 사유재산권제도를 정착하고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여 시장기능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시장만으로 발전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제도를 정비하고 기업활동을 장려한 나라들이 대체로 기업성장을 통해 성공한 경제를 만들어내었다. 오늘날의 세계일류 경제 선진경제들은 모두 세계일류 기업들을 키워낸 경제들이다. 정부가 제도적 장치와 정책을 통해 매사에 경제적으로 나뿐 성과 보다 좋은 성과를 보상, 우대하는 소위 관치차별화전략으로 국민경제전체, 즉 개인과 기업들의 성장과 발전의 유인을 극대화하는 것이 경제발전의 전제가 된다. 우수한 성과를 대접하는 사회는 우수한 경제인들을 양산해 내지만 열등한 성과를 우대하는 사회는 열등한 경제인들을 양산해 낸다.

이상의 논의를 종합하면, 경제발전은 그 동안 경제학계가 논쟁해온 것처럼 시장만의 힘이나 정부만의 힘이 아니고, 시장과 정부는 물론 기업 등 3자 모두가 경제적 차별화에 나서야 가능하다. 이를 필자는 3위일체 차별화 경제발전론이라 명명하였다. 이에 의하면 경제발전은 시장, 정부, 기업의 경제적 차별화라는 독특한 기능의 교집합(交集合) 하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희귀한 현상이다. <그림 1>의 시장, 정부, 기업의 교집합인 오랜지색표시(ED) 지역에서만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 <그림 1> 삼위일체 차별화경제발전론의 개념도. /자료출처: 주)ED=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Economic Discrimination). 출처: Jwa(2015)

그래서 경제발전의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원리는, “‘경제적 차별화’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인 반면 ‘경제평등주의’는 경제정체의 충분조건이다.” 여기서 ‘경제적 차별화’는 경제적으로 다른 것을 다르게 취급하는 것을, ‘경제평등주의’는 경제적으로 다른 것을 같게 취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로 정치의 역할에 대해서는, “‘정치의 경제화’는 경제발전의 필요조건인 반면 ‘경제의 정치화’는 경제정체의 충분조건이다.”여기서‘정치의 경제화’는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경제적 차별화원리의 실천을, ‘경제의 정치화’는 정치적 고려 하에 경제적 차별화원리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로 시장과 기업, 그리고 정부, 3자가 각각의 영역에서 “경제적 차별화”를 실천하여 경제적 수월성을 추구할 경우에만 그 총합으로서 경제발전이 가능하다.

2) 박정희시대의 성공원리: 정치의 경제화와 신상필벌로 차별화원리 실천

박정희 대통령은 그의 집권기간 내내, “신상필벌”의 원칙을 경제는 물론 사회정책에까지 적용하였다. 신상필벌이란 무엇인가. 성과 있는 자에게 상을 내리고 성과 없는 자에게 벌을 내린다는 것이 아닌가. 아하! 이게 우리 모두가 매일 시장에서 하는 일이 아니던가? 박정희 대통령은 바로 이런 시장의 기능을 앞서 실천함으로써 후진국의 경우 여러 가지 이유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시장의 차별적 보상기능을 보완, 강화하고 경쟁(rivalry)을 촉진함으로써 시장의 영역을 넓혀 나간 것이다. 그는 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항상 “낮은 성과보다도 좋은 성과에 보상해야 한다”고 경제인들은 물론 국민들에게 강조하고 실천하였다. 물론 이런 주장이나 원칙고수가 정치적으로 인기가 없을 것임을 알면서도 때때로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면서 까지 이 원칙을 고수하였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본고의 관심주제인 새마을 운동이 바로 그 사례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인일표의 민주주의 정치제도는 불행하게도 표에 의해 경제정책을 결정하게 되기 때문에 시장의 경제적 차별화기능에 역행하는 정책과 제도를 양산할 위험이 있다. 그것이 바로 복지국가, 사회민주주의, 수정자본주의 국가들의 탄생배경이며, 또한 소위 한국 등 여러 나라에서 관찰되는 표퓰리즘정치의 배경인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반민주적 정치가 비판받고 있으나 바로 이것이 경제적 차별화정책의 정치적 왜곡을 막는데 기여했음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른 말로 그의 권위주의정치는 경제적 차별화원리를 “낮은 성과에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평등주의적 표퓰리즘 정치로부터 방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필자는 박정희 경제정책패러다임을 “정치의 경제화를 통한 경제적 차별화정책패러다임”이라고 해석한다. 정치의 경제화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한 경제적 차별화원리의 실천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특기할 만한 박정희 대통령시절의 차별화정책들은 다음과 같다. 1) 수출우수기업에만 지원을 집중한 수출육성정책, 2) 수출우수기업들에만 참여를 허용한 중화학육성정책, 3) 바로 후술하는, 성과 있는 마을만 집중 지원한 새마을 운동, 4) 수출성과가 있는 공장만 지원한 새마을공장육성정책, 등등이 특기할만하지만 그 외에도 인재를 등용함에 있어서나 다른 모든 정책들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차별화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정부에 의한 소위 관치 차별화정책이 한국경제의 도약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좌승희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겸 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미디어펜 회장

1) 본고는 좌승희(2014a)의 내용을 이론적으로 크게 수정·보완·확충한 글이다.

2) 이 절의 주장의 상세논의는 좌승희(2015) 참조

3) 이 이론의 보다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이 글의 말미에 열거한 필자의 저술들(2006, 2008, 2012)을 참고하기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