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여론조사 함정…민주정치 다수결의 원칙에 충실해야
20대 총선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공천제도를 놓고 불거지는 여야의 정치적 이견에 따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의 선거구획정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는 3일 전문가를 초청하여 선거구획정에 관해 논의하고 발전적 방향에 대해 토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가 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19대 국회 혁신 연속토론회 3차, “표류하는 ‘선거구획정’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전문가들은 “선거구 개편효과의 최대화 보다는 최소한의 선거구개편이라도 확실히 해야”,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인위적 할당제도이며 이는 지역주의 해소와는 달라”, “경선 참여 국민이 책임을 지는 '책임형 국민참여경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되는 가운데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한수 건국대 명예교수, 이준한 인천대 교수의 발제에 이어 홍성걸 국민대 교수와 김인영 한림대 교수의 토론이 이어졌다. 아래 글은 최한수 건국대 명예교수의 발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합리적 선거구 획정방안

Ⅰ. 민주주의와 선거

민주주의는 자유주의의 반제로 태어났다. 민주주의가 지배계급의 권력을 제한하면서 얻어낸 과실은 시민의 정치참여를 제도화하는 입헌주의였다. 그러나 지배계급은 부를 통해 간접적으로 권력을 향유하면서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고 있다. 권력계급은 직간접적으로 자본가들과 연계된다. 권력은 비록 선거라는 관문을 거쳤지만 권력은 누구의 손에 쥐어지든 인민의 통제는 상징적 의미를 벗어나지 못한다. 특권적 지배계급과 서민계급의 이원현상은 변함없이 이어진다. 일찍이 홉스는 이에 관해 아주 날카롭게 정곡을 찔렀다.

“나는 첫째로 전 인류의 일반적 성향으로서 영원히, 그리고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추구하는 권력에 대한 욕망, 죽어야만 비로소 멎을 수 있는 욕망을 꼽는다. 이것의 원인은 사람이 이미 취득한 것보다도 더 강도가 높은 기쁨을 원한다던가, 또는 온당한 정도의 권력에 만족할 수가 없다던가 하는 것으로써,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가 현재 가지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권력과 부귀영화를 누리기 위한 수단을 취득하지 않고는 마음을 놓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리바이어던 제11장)

오늘날에도 국민의 대표는 여전히 권력을 차지하고 유지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인민의 평등은 허상이며, 선거라는 과정을 거쳐 선택된 “대표”는 권력을 디딤돌로 하는 특권계급이다. “신분”이 봉건사회의 “특권계급”을 보호해주었다면 “선거”는 민주사회에서 “특권계급”을 정당화해주는 도구이다. 선거제도는 특권계급집단인 “정당”의 보호 장치다. 정당들은 대부분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저런 인연으로 얽힌 사람들의 집단들이다. 봉건체계에서는 군주를 매개로 하는 “귀족들끼리의 권력전쟁”이 현대정치에서는 “정당을 등에 업은 정치엘리트들끼리의 경쟁”으로 변했다. 이 경쟁의 목적은 “정치엘리트의 권력획득(Anthony Downs)"이다. 선거는 이미 상층계급에 속한 사회의 각 분야 엘리트 간의 권력경쟁에 시민을 동원하여 권력획득과 향유를 정당화하는 장치다. 루소가 갈파한 대로 “투표자는 선거하는 동안만 주인이고 투표용지가 투표함에 떨어지는 순간 노예로 전락”하게 되는 결과가 되고 있지 않은가! 그렇더라도 현재로서의 유일한 방법이 선거라면, 선거는 사회의 이런 모순을 최대한 극복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들어야 한다.

   
▲ 바른사회가 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한 19대 국회 혁신 연속토론회 3차, “표류하는 ‘선거구획정’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참석한 전문가들은 “선거구 개편효과의 최대화 보다는 최소한의 선거구개편이라도 확실히 해야”,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인위적 할당제도이며 이는 지역주의 해소와는 달라”, “경선 참여 국민이 책임을 지는 '책임형 국민참여경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선거제도는 “정당들의 정치적 흥정의 결과물(Benoit 2001; 154)"인 ‘재배분(redistributive)’ 제도(Tsebelis, 1990)로서 한 집단이 다른 집단의 희생으로 이득을 얻는 제로섬특성을 가진다. 정당들이 제도에 의해 배분되는 상품의 최대의 할당 몫을 가져올 것으로 믿는 제도의 형태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들은 개인의 당선과 당리가 최우선이고 그 다음이 그럴듯하게 국민에게 내놓을 명분이다. 정치인들은 전문가들의 혁신적인 제안에 대해서는 “현실성”을 이유로 기피한다. 그들이 말하는 “현실성”은 바로 자신들이 당선되고 그 직을 유지하는데 알맞은 제도로서의 현실성 그 이상이 아니다. 아울러 의원들은 의원수를 늘려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확대하려 든다. 20대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으로 정해졌다. 국회의원 1인당 연 7억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산출된다. 10명만 줄이면 70억의 비용이 절감된다. 인터넷 매체의 발달로 공간개념이 사라지고 소통이 수월하며 모든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원 수는 훨씬 줄어도 된다. 국회도 이제 경영평가를 통해서 최소 몇 명의 국회의원이 필요한지를 분석해야 한다. 국민의 동의하에 구조조정을 해야 할 대상이다.

Ⅱ. 오픈 프라이머리(Open Primary: OP)와 여론조사 + 당원투표

1) 오픈 프라이머리(OP)

OP는 유권자가 후보를 직접 선출하는 방식이다. 유형은 모든 유권자가 모든 정당의 OP에 참여하는 완전 개방형과 어느 한 정당의 OP에만 참여하는 폐쇄형이 있다. 미국에서 이 제도는 정당들이 유권자의 관심을 모아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고안해 낸 정당전략이지 선거법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를 두고 여야가 합의하여 선거법에 규정하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그 중요한 이유는 “역선택의 우려”와 “소요비용”이다.

역선택은 정치공학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여러 정당이 이 제도를 채택하고 투표권을 1회에 한정하면 OP 날짜가 달라도 역선택은 일어날 수 없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에게 필요한 “한 표”를 역선택으로 소진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정당만 채택할 경우 우려는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역선택은 자신의 자존을 배반하는 범죄다. OP에서 실제 이런 일에 동원될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미국에서도 처음에는 이것을 염려했으나 현재까지 현실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OP는 선거에 버금가는 비용이 든다. 이 비용을 예비후보들이 부담하기는 어려움이 있다. 우선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홍보물”을 규격화해서 필요한 기본 내용만을 담고 공동으로 제작, 배부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 정의화 국회의장이 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러나 “역선택”과 “비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후보자가 자신을 알리고 유권자는 후보를 비교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의 마련이다. 홍보물은 포장용지일 뿐이다. 내용물을 알기 위해서는 유권자가 후보자를 직접 만나 대화를 해야 한다. 유권자들과 후보자들이 합동토론회를 해야 어느 정도 후보를 파악할 수 있다. 유권자들이 합동토론회에 참여하기 쉽도록 오후에 각 읍, 면, 동별 순회 토론회가 필요하다. 이런 과정이 없는 OP는 결국 기득권자들의 자금, 조직, 지명도가 휩쓸 것이다. 일반 유권자와는 별도로 당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합동토론회도 필요하다. 당원들은 동원이나 전파력이 상대적으로 강하기 때문에 중요한 존재다. 당원들은 현역 위원장 중심이기 때문에 신인들, 도전자들이 이 벽을 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각 읍면동별 합동토론회가 전제되어야 한다.

OP실시에 대한 여야의 합의가 불발된다면 최소한의 장치, 예를 들면 역선택의 방지를 위한 규정, 정당별 OP실시에 대한 보호규정 등을 선거법에 반영하고 여타는 각 정당의 자율로 할 수 있을 것이다.

2) 여론조사 + 당원투표

여론조사는 표본에 대한 설문이다. 여론조사는 특정 여론조사 전문회사에서 담당한다. 방법은 두 가지 정도의 대표경력을 소개하고 후보들 중 선호하는 자를 선택하도록 한다. 설문지가 아니라 전화, 그것도 갑작스레 걸려오는 3~4분의 전화에 응답해야 한다. 어떤 대답이 나오겠는가.

여론조사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인지도이다. “갑작스럽고 순간적”인 질문에 대한 반응은 전화 응대를 거부하거나 자신이 아는 사람의 이름을 대는 것이다. 대통령후보가 아닌 경우 특히 자신이 아는 사람은 현역 자치단체장, 선거구 현역의원 또는 TV에 얼굴이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여론조사는 이들에게 제공되는 레드카펫이다.

여론조사는 역선택이 만연할 수 있다. OP의 경우 자신의 신분증을 갖고 투표소에 가야 한다. 지역별로 대개는 서로 아는 관계다. 이 관문을 뚫고 가야 한다. 그러나 여론 조사는 자신의 혼자만의 공간에서 독자적으로 대답한다. OP는 유권자가 정당별로 구별되지만 여론조사는 정당의 경계를 넘어서기 때문에 반대당의 여론조사에서는 역선택이 가능하다. 실제 상당수 응답자들이 이런 경험을 실토하고 있다.

당원투표는 당연히 현역의 프리미엄이다. 선거구별 당원은 현역의원 또는 선거구별 책임자가 장악하고 있다. 광역단체장 이상의 당원투표는 선거구별로 책임자의 지지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관계가 성립되지만 국회의원 선거구별 당원투표는 현역에게 꽃다발을 안기는 자리에 불과하다. 물론 이변은 있지만 그 이변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

이런 점에서 최소한의 조건을 갖춘다면 <여론조사 + 당원투표>보다는 OP가 더 바람직하다. 그러나 OP도 신인이나 돈 없는 후보들의 입장이 고려되어야 한다. 모든 분야에서 공정한 경쟁의 토대가 필요한 것이다.

Ⅲ. 어떤 선거제도

현재 각 나라에서 시행 중인 선거제도는 무수하다. 또한 필요하다면 기존의 선거제도들을 기초로 얼마든지 혼합하고 변형하여 또 다른 제도를 창출할 수 있다. 선거제도는 두 가지 유형으로 구별된다. 하나는 지역대표의 다수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당투표의 비례제이다.

선거제도의 선택에서 가장 중요한 요건은 권력구조와의 상합이다. 즉 의회제는 의원선거가 곧 정부구성을 위한 것이고 그 정부는 의회와 융합된다. 반면에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의원의 선거가 분리되어 이원적 정당성 속에 상호견제와 균형관계가 요구된다. 의회의 정당세력은 선거제도에 의해 영향을 받고 의회의 정당세력은 의회제와 대통령제의 정부형태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선거제도와 권력구조의 관계가 아주 중요한 것이다. 원내 정당세력에 따른 권력구조별 정부형태를 보면 아래와 같다.

   
▲ <표 1> 권력구조별 원내 정당세력에 따른 정부형태

1) 의회제를 의원내각제, 준대통령제를 이원집정제, 대통령제의 집권당을 여당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2) 의원내각제는 의원들만 정부를 구성하던 고전적 의회제의 경우에 해당한다.
3) “이원”은 권력이 대통령과 수상에게 반분된다는 의미인데 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반분될 수는 없다. 준대통령제의 경우 집권당이 다수당이면 대통령 권한이 강화되며 소수당이면 동거정부가 된다.
4) “여당”은 의회와 정부의 융합(fuesed)된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제의 근본정신은 정부와 의회의 견제와 균형이다. 대통령제의 집권당을 여당으로 표현하면 견제하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할 집권당의 시녀역할이 정당화된다. 언어는 인식을 좌우한다.

이상의 정부형태에서 대개 권력구조는 고정적이기 때문에 선거제도가 선택의 대상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대통령제이지만 부분적으로 의회제의 요소가 가미되어 있다. 미국이나 영국 및 그 연방국을 제외한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 권력구조는 대통령제와 내각제의 요소가 융합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단순다수제(SMP)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새로운 제도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검토와 본인이 바람직하게 여기는 재투표제 즉 프랑스식의 내용을 중심으로 토론하기로 한다.

1) 권역별 비례대표제

20대 총선을 앞에 놓고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주장하는 것이 이른바 권역별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권역별비례대표제는 독일식을 의미한다. 그러나 독일제도는 “혼합제” “PR 보완제” “혼합의원비례제”로 불리다. ‘권역별비례제’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이름이다.

의회제권력구조에서 총선거의 1차적 목적은 정부구성이다. 여기에 전제가 비례성이다. 따라서 의회제는 기본적으로 비례대표제이어야 한다. 비례대표제는 표의 비례성과 그에 의한 등가성에 관해 다른 제도보다 우월하다. 의회제의 권력구조라면 비례대표제는 의원들의 대표성에 대한 합치성도 더 높을 것이며, 정치체계는 더 합의적인 형태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의회제는 의원선거를 통해 정부가 구성된다는 점에서 비례제는 의회뿐만 아니라 정부도 유권자들의 지지에 비례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특히 다원사회-인종, 언어, 종교-는 의회제와 비례대표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어야 한다. 영국은 내각제권력구조임에도 단순다수제의 선거제도를 가진 독특한 나라다. 영국은 정부구성에서 이 비례성의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선거제도를 비례대표제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의회가 각각 유권자로부터 별도로 선출되어 각각의 정통성을 갖고 견제와 균형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원리로 한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직선과 함께 의원들도 선언적 방법으로 직선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에 앞서 주승용 최고위원의 파란색 넥타이로 바꿔매고 있고(사진 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본회의장에서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과 이윤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전달한 '농어촌 지방 선거구 의석 유지를 위한 특단의 대책요구' 서한을 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독일의 혼합제는 점령군이었던 영국의 통제 하에서 바이마르공화국의 순수비례대표제가 초래했던 다당 난립을 피하고 지역대표의 영국 전통을 혼합하는 것이었다. 독일은 의원정수의 반은 지역대표로 반은 폐쇄명부식 비례대표로 선출한다. 지역대표는 단순다수제다. 즉 선거구별로 최대득표자 1명이 당선된다. 2009년 총선까지는 정당의 전국득표율을 기준으로 각 당의 의석을 할당하고 다시 해당 정당의 주별 득표율에 따라 각 주의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었다. 2013년의 새로운 선거제도는 총의석 598석을 인구수에 비례하여 16개 주에 할당한다. 각 주의 의석은 종전의 방식처럼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주의 정당별 의석을 배분하고, 배분의석보다 정당이 획득한 지역구의석이 적으면 나머지는 비례의석을 채우고, 반대로 배분의석보다 지역구의석이 많을 경우 그 잉여의석은 초과의석이 된다. 초과의석으로 인한 득표와 의석의 불균형을 보정하기 위해 보정의석이 배분된다. 2013년 독일총선 결과 초과의석 4석과 보정의석 29석을 합하여 총 의석은 631석으로 늘어났다.

독일선거제도의 기본은 정당중심의 비례성이다. 이것은 군소정당의 비례명부의석의 증가와 연계되는 것이기 때문에 군소정당의 의회진출이 용이하다. 소수세력의 대표성 확보에 긍정적이다. 독일식의 근본은 연방제와 내각제라는 특성에 상합하는 권역별 선거와 내각제정부형태의 정당중심의 명부식비례대표제, 여기에 영국식 지역대표제를 혼합한 것이다. 당연히 지역구투표보다 정당투표의 의미가 강화되고 정당이 지역구 투표를 많이 얻는 것보다 정당투표를 많이 얻는 것이 의석수 확대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지역구투표보다는 정당투표가 의석규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정당의 입장에서는 정당득표의 확대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선거운동도 개별 후보의 선거캠페인보다 정당중심의 조직적인 선거운동에 역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정당이 정당득표에 집중하면 현재의 지역주의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이 경우 소수정당에 의석수가 늘어나고 지역에 배타적인 정당도 소수의석을 확보할 수는 있으나 이것은 인위적 제도에 의한 것이지 지역주의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권역별명부로 인한 지역주의는 심화될 수도 있다. 독일식의 초과의석과 보정의석제는 비례성은 중대하지만 의원정수의 유동성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또한 지역주의 경향이 심한 권역에서 높은 정당득표율에도 불구하고 지역구의원의 당선율이 높은 만큼 비례대표의 의석수는 오히려 줄게 되는 모순이 따른다. 지역구 의원이 존재하는 가운데 또 다른 형태의 지역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2) 대안: 재투표제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을 이념으로 하고 민주정치는 다수결을 원리로 한다. 모든 대표는 다수결 즉 과반수의 지지가 정당성을 담보한다. 대통령제를 유지한다면 대통령선거는 당연히 재투표제를 통해 유권자의 과반수로 당선자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은 대통령선거와 의회선거 모두를 SMP로 실시하지만 양대 정당의 경쟁으로 인해 과반수의 득표에 근접한다(때로는 군소정당의 출현으로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이 오히려 예외적인 실정이다. 또한 과반수가 유권자의 과반수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의원선거는 특히 과반을 넘나드는 투표율에 단순다수로 선출되기 때문에 당선자의 실제 지지율은 과반수에 훨씬 미달한다.

대표가 과반수로 당선되는 절대다수제는 단순다수제(SMP)보다는 다수결의 원리에 더 근접한다. 단순다수제가 지역대표와의 접촉성. 투표의 용이성을 이점으로 내세우지만 두 가지 모두 별 의미가 없음이 들어났다. 물론 재투표제는 SMP에 비교하여 두 번 투표한다는 것만 다르다. 절대다수제의 경우 프랑스와 같은 단언적(categorical) 투표제와 호주나 아일랜드와 같은 서열적(ordinal) 투표제가 있다. 전자의 경우 재투표제로, 후자의 경우 선호투표제로 나타나는데, 둘 다 SMP와 마찬가지로 비례성에서는 큰 이점이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선택투표제는 재투표제와 비교하여 반드시 선택해야할 이유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에서 토론은 생략한다.

재투표제는 정당성의 강화와 권력의 소분권화를 통한 특정 권력의 전횡을 줄일 수 있다. 최소한 3명 이상의 후보가 난립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각 후보들은 1차 투표의 득표결과에 따라 합종연횡이 이루어 질 것이다. 합종연횡은 2개 이상의 정파가 대통령권력 및 의회권력을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것은 곧 권력의 소분산이다. 다만 재투표제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할때, SMP와 유사하게 작은 정당들은 고도의 불비례결과로 인해 불리한 반면에 큰 정당들은 유리하고, 또한 유리한 지리적 집중성을 가진 지역주의정당에 유리하다. 또한 투표자의 피로감뿐만 아니라 선택의 폭이 축소된 것에 관한 어느 정도의 동요로 제2차 투표에서는 투표율이 낮아진다.

   
▲ 이병석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이 3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Ⅳ. 결론

1) 현재와 같은 중앙당의 하향식 공천체계는 정당의 소수 권력자들이 여러 관계에 얽혀 사실상 후보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여론조사나 공천심사는 일종의 통과절차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일수록 낙천의 성격은 강할 수 있다.

2) 상향식 공천제로 최선의 대안은 OP다. OP도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오히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을 가져온다. OP는 ①모든 후보자가 자신을 알리고 ②모든 유권자는 모든 후보자를 알고 ③유권자가 후보자를 비교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제는 단순한 홍보물이 아닌 후보자와 유권자의 대면접촉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다만 유권자와의 접촉기회는 후보자 개별에 맡길 경우 자금과 조직력이 좌우하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합동으로 유권자를 만나야 한다. 이런 절차가 없으면 OP는 기득권자의 레드 카펫에 불과하다.

3) 여론조사는 “어느 순간 갑작스런 전화”에 답하는 ‘순간’ ‘깜짝’ 방식이다. 이 경우 당연히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유리하다. 갑작스런 전화에 태연하게 답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은 이 전화를 역 이용할 수 있다. 이른바 역선택이다. OP의 역선택은 중인환시하에 투표소에 가야 하지만 여론조사는 전화 받는 순간 그 장소에서 혼자가능하다. 정당투표는 당원을 관리하고 있는 측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당원의 동원이나 선택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모든 후보가 한 자리에서 합동으로 당원과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 이건은 OP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4) 독일식 권역별비례대표제는 연방제와 내각제의 특성에 부합한다. 대통령제의 권역별비례대표제는 직선대통령에 명부의원이라는 구조가 생긴다. 직선대표와 명부대표 또는 간선대표는 대표로서의 무게가 다르다. 의회제-명부식비례제와는 달리 대통령제는 대통령이나 의원 모두 유권자가 직접 선택해야 대표의 정당성이 강화된다. <대통령직선제>는 우리나라 민주화의 상징적 구호였다. 권역별비례대표제는 시도별로 지역주의에 배타적인 정당 또는 소수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원을 인위적으로 할당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역주의 해소와는 다르다. 소수대표의 의회진출은 하나의 과제이지만 그 방법을 독일식에서 찾는 것은 우리의 국가 및 권력구조와 선거의 본질을 넘어서는 것이다. 지역별 선거에서 이미 사표가 대량 발생하는데 독일처럼 보정의석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상호 모순이다.

5) 민주정치의 기본원리는 다수결이다. 대표선출도 당연히 다수결원리에 충실해야 한다. 이것이 권력에 의해 단순다수제로 변형되어 운영되고 있다. 영국정치의 모순은 절대다수제의 의회정치를 단순다수에 의해 선출된 대표를 기초로 한다는 것이다. 다당이나 다수의 후보가 난립하는 경쟁에서 절대다수는 프랑스선거제도인 재투표제를 통해서 충족된다. 재투표제는 여러 유형이 있으나 프랑스 제도가 가장 유용하다. 재투표제는 2차 투표에서 합종연횡을 통해 군소정당들도 의석획득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득표수를 모아서 한 석을 만드는 비례대표제보다는 캐스팅 보트의 자격을 확보한 정당에게 의석이 돌아가는 것이 정당성을 강화한다. 재투표제는 두 번 투표의 부담이 있지만 극복할 수 있는 범위이다. /최한수 건국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