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예산 결국은 세금…교원 수 증가 복지비·연금 눈덩이
   
▲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무상교육의 확대, 유아교육 수요자들은 박수만 칠 것인가

유아교육 재정 규모가 급등하고 있다. 2012년 만 5세 전계층 지원, 이듬해엔 만 3,4세까지 누리과정 확대로 유아교육 예산은 2009년 1조 2359억 원에서 5년 만에 2014년 5조 3043억 원, 무려 5배 가량 증가했다. 지금이 무상교육 시대임을 ‘늘어난 예산’에서 실감하게 된다.

그렇다면 수요자들 과연 어느 정도가 무상교육을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이라 인지할까. 사실 유아를 둔 대부분의 부모들은 ‘당연히 받아야 할 지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저출산에 대한 대응이나 유아 교육력 제고 등 무상교육의 당초 취지는 거의 잊혀졌다. 정부든 국회의원이든 지자체장이든 너도나도 선거공약으로 내세워 보육의무와 교육의무가 마치 국가에게 모두 지워진 양 설파되었다. 그러니 부모입장에서 헷갈릴 만도 하다.

하지만 현재 아동 1인당 매월 공립유치원은 6만원, 사립유치원은 22만원의 누리과정 교육비가 지원되는데, 이 정도 금액은 적어도 소득상위 70% 이상은 가계에서 부담할 여력이 충분하다. 이미 많은 가정이 유아 사교육비에 월 수십만 원씩을 지출하고 있다. 왜 정부는 허리가 휘는 줄도 모른채 무상교육의 생색도 제대로 내지 못할 계층까지 전부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더 나아가 국공립유치원 확충에 혈안이다. 국공립유치원 1개당 설립에만 수십억 원 세금이 투입되는데, 공립 단설유치원은 2008년 100여개에서 2014년 230여개로 증가했다. 국공립유치원은 사립에 비해 교직원 인건비, 운영 및 교육여건 개선비 대부분을 국가지원으로 충당하므로, 국공립유치원 신설 증가는 보이지 않는 세금 뒷돈을 계속 쏟아 붓는 것이다. 정부가 국공립유치원 수 증가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 사립유치원에 자기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가 공립유치원 학부모에 비해 더 많은 돈을 내는 것은 사립유치원 때문이 아니다. 사립유치원이 공립유치원에 비해 비싸서가 아니다. 정부의 예산지원이 공립유치원에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유아시기의 교육이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저소득층 아동도 유아교육 출발선에 함께 설 기회를 줘야한다는 측면에서 유아교육의 중요성에는 다들 공감한다. 정부도 그런 차원에서 유아교육에 대한 지원과 서비스 질 개선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수립했고 2010년부터 교육과학선진화정책의 일환으로 ‘유아교육 선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런데 정부가 모든 계층에 대한 교육비 지원 즉 무상교육과 국공립유치원 신증설에 사업 비중을 크게 두는 것은, 바로 정부의 접근 방식이 ‘생색내기용’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유아교육에 열심히 뛰고 있다’는 눈으로 바로 확인되는 일들이다.

문제는 전계층 무상교육 지원과 국공립유치원 확대가 막대한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데에 있다. 예산을 투입하는 자체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 예산대비 사업의 효용성이 과연 어느 정도인가의 문제이다. 더군다나 유아교육의 결과는 적어도 십 수 년 뒤에 나타나고, 또 다른 취지인 저출산 해소는 예산을 수 조 원 들이더라도 출산율을 높이기란 쉽지 않은 사안이다.

유아교육에 대한 지원과 사업추진이 활발한 현 시점에서 전면 무상교육 실시와 국공립유치원 증대로 인한 유치원 현장 상황을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상교육의 획일성, 양육수당이 유아 사교육 시장으로 흘러

부모가 유치원을 선택할 때 많은 요소를 고려한다. 유치원의 교육프로그램, 교사의 자질과 역량, 시설 규모, 급식의 안전성, 집과의 근접성 등 다양하다. 여기서 교사의 자질과 역량, 급식의 안전성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한두 번으로는 확인이 힘들다.

교육의 질적 수준을 중시하는 부모라면 단연 유치원이 어떠한 커리큘럼으로 아이들을 가르치는지를 체크한다. 그런데 누리과정이라는 무상교육이 실시되면서 모든 유치원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교육하고 있다. 유치원 간 서로 교육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려해도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유치원도 기존의 특화된 프로그램을 접었다고 하소연한다.

의도치 않은 결과이지만, 부모들은 유치원의 규모 등 외형적 요소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유치원 버스노선이 우리 집과 맞는지, 집과의 근접성으로 고려하게 된다. 유치원 선택에서 질적인 요소는 전부 고려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비슷비슷한 교육프로그램에 만족할 수 없는 부모들은 영어전문, 미술전문 유치원 등 사교육 시장을 기웃거리게 된다. 아이들이 무상교육이라는 획일화로 인해 되레 유치원 교육비보다 많게는 두 세배 차이나는 사설학원으로 내몰린 것이다. 그런데 전문 학원들은 정식 유치원이 아니기 때문에 그 아이들은 가정에서 양육되는 것으로 분류된다. 매월 10만 원씩의 양육수당이 꼬박꼬박 사설학원비 보조금으로 흘러가고 있다.

무상교육이 교육의 높은 질을 원하는 수요자의 눈높이를 하향 평준화시키고, 정부세금으로 넉넉한 가정의 사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는 꼴이다.

유치원비 통제는 하향 평준화, 소비자 선택권 차단으로 연결

정부는 누리과정으로 유치원 간 교육프로그램을 균등화 시키더니 이제는 ‘유치원비 통제’에도 나섰다. 지난 3월 유치원비 인상률 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통과되었고 9월부터 시행된다. 유치원장은 직전 3개 연도의 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유치원비를 결정해야 한다.

수요자 중에는 교육비를 더 부담하더라도 지금보다 신뢰가는 시설, 서비스 질이 높은 시설에 자녀를 맡기고 싶어한다. 하지만 유치원이 서비스를 높이려 해도 한정된 예산으론 한계가 있다. 자질과 역량이 높은 교사를 채용하고, 교구와 프로그램의 질을 높여야 하고, 교육시설 환경을 개선하고, 바른 먹거리 급식·간식을 구매하는 등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노력에는 예산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유치원비 규제는 유치원 교육서비스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하게 된다.

교육프로그램을 획일화시키고 유치원비를 묶는 것은 서비스 질을 높이려는 유치원장의 의욕을 저하시키고 유치원 간 차별화를 막아 결국 수요자의 선택권이 제 작동을 못하도록 하는 데에 이를 것이다.

모든 부모들이 국공립유치원 원하나?

정부는 2017년까지 국공립 보육시설의 보육분담률을 2011년 10.6%에서 2017년 30%까지 확대(여성가족부,2013) 또는 국공립 비율 50% 확대(교육부,2012)를 목표치로 논의한 바 있다. 국공립유치원은 주로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중심으로 설립되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병설유치원의 학급 수를 늘리거나 많은 아동을 수용할 수 있는 단설유치원 신설을 통해 공립유치원 유아비율을 높이려는 계획이다.

   
▲ <표> 공립 단설.병설유치원 현황./자료=교육부, 유아교육발전 5개년 계획(2014년 4월 기준)

 

   
▲ <표> 공립유치원 단계적 확충 방안./자료=‘공립유치원 설치.운영 현황 및 개선 방안’ 2012(육아정책연구소)

그렇다면 모든 부모들이 국공립유치원만을 원하나? 수요자들의 마음은 일률적이지 않다. 저렴한 교육비가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부모, 교육비는 비싸더라도 교육프로그램 질이나 교사 역량의 우수성을 우선으로 두는 부모, 위생이나 먹거리 안전을 먼저 살피는 부모 등 수요자들이 유치원을 선택하는 기준은 다양하다.

설문조사 결과도 그러하다. 기관의 만족도에 대한 조사에서 공립유치원의 학부모는 ‘저렴한 교육비용’을, 사립유치원의 학부모는 ‘다양한 체험활동’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한 공사립 구분없이 학부모들은 ‘집과 가까운 거리’를 유치원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응답했다. 1) 즉, 마치 모든 부모들이 교육비가 싸기만 하다면, 국공립이라면 무조건 줄을 설 것이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또한 취학 전 유아를 둔 부모들의 공립유치원에 대한 선호도가 사립유치원에 비해 낮고, 실제로 사립유치원 부모가 공립유치원 부모보다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2)

국공립은 민간이 진입하지 않는 소외 지역에 우선 설립해야

현재 정부는 대도시 지역의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정부의 유아교육 지원은 소외계층, 소외지역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만약 민간이 현저히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교육비가 현실성 없이 비싸는 등 제 역할을 못한다면, 정부가 유아교육 시장에 진입해 낮은 서비스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현주소는 사립유치원이 오히려 공립유치원보다 교육서비스가 더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유아 교육을 이끌어 온 건 사실상 사립유치원이고, 100년에 이르는 유아교육 역사에서 국공립유치원이 등장한건 불과 30년 전이다.

도시지역은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원하는 수요자가 많고, 유치원 또는 유치원 형태의 유아전문 사설학원도 많아 경쟁할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광역시 대도시, 광역도내 중소도시는 유치원 교육서비스 질이 높다고 봐야 한다. 반면, 읍면지역 또는 도서벽지 등은 유치원 정원을 채우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 <표> 연령별 평균 유아 수 (명/학급/%)./자료=‘공립유치원 설치.운영 현황 및 개선 방안’ 2012(육아정책연구소)

그러나 최근 4년 간 공립유치원은 대도시와 중소도시 중심으로 설립되었고, 읍면 또는 도서벽지 지역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특히 서울, 부산, 인천, 경기 지역에 공립유치원 수가 많이 증가했다. 정부는 민간 교육서비스가 공급되지 못하는 지역에 민간을 대신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함에도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표> 2011~2014년 유치원 수 증감 (개)./자료=교육통계자료 이용

 

   
▲ <표> 2011~2014년 지역별 유치원 수 증감 (개). 각 지역에서 읍면/도서벽지 유치원 수를 제외한 대도시, 중소도시 소재 유치원 수./자료=교육통계자료 이용.

또한,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확대 계획으로 새롭게 주거구역이 생기는 곳에 국공립이 먼저 들어가게 되는데, 도시개발사업 지역은 인구밀도 높은 지역이므로 어느 정도의 수익성이 확보되는 곳이다. 그런 지역마다 정부가 먼저 선점해 국공립유치원을 신설한다면 사립유치원의 진출을 오히려 막는 상황이 발생한다.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주장하는 이유들에 대해

정부든 국회의원이든 정부산하 연구소든 국공립유치원과 사립유치원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거의 대부분이 ‘국공립유치원 확대’로 귀결 짓는다. 국공립유치원을 많이 세워야 정부가 유아교육에 적극적인 듯 보이고, 그런 주장을 하는 국회의원이어야 지역구 주민들을 위해 뛰는 사람인양 비춰지기 때문이다. 국공립유치원 확대를 외치는 그 이유를 살펴보자.

1. 유아 1인당 교육비와 부모 부담금이 차이나니까?

   
▲ <표> 유아 1인당 교육비 및 부모 부담금 (원/월)./자료=김은설, ‘유치원 교육비 부모부담 현황과 정책적 시사점’ 2014(육아정책연구소)

공립유치원(연 6,295,600/월 524,600)과 사립유치원(연 5,817,400/월 484,800) 유아 1인당 교육비 차이를 보면, 유아 1인당 투자 교육비에 있어서 공립유치원 유아에게 연평균 478,200원이 더 투입되고 있다.

물론 형평성 차원에서 사립유치원 유아가 불이익을 보는 듯 보이지만 ‘비용대비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간과되었기에 무조건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보긴 힘들다. 또한 국공립과 사립 간 부모 실부담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면, 모두 국공립으로 만들거나 사립유치원 부모에게 정부 지원금을 더 주는 방법밖에 없다. 정부 재정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국공립 수가 지역별 균형적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유아정책연구소는 부모들이 자녀의 유치원을 선택할 때 집과의 근접성을 가장 우선시하므로 공립유치원 설치률이 낮은 대도시 지역의 공립유치원 확충을 통해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 간 공립과 사립유치원 간의 균형있는 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모가 유치원을 선택할 때 기준으로 삼는 요소는 제각각이다. 교육프로그램의 질이나 교사의 인성, 시설의 물리적 환경, 방과후과정 운영 등 여러 요소에 대해 각자의 가중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게 된다. 모든 부모들이 국공립만 맹목적으로 쫒는 것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또한, 지역별 공립과 사립의 유치원 수 또는 아동 수의 균형을 맞추려면, 공급자의 진입과 퇴출, 수요자의 선택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기존 유치원 시장을 정부가 개입해 인위적으로 배분하겠다는 의미다.

3. OECD 국가 평균 따라가기 위해 공립 유아 비율을 높여야 한다?

우리나라 국공립유치원의 원아수용률은 약 20% 수준인데 OECD(2011) 유아교육 단계의 공립 유아비율 평균 72.28%에 근접하지 못하므로, 국공립의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각 나라마다 복지에 대한 인식이나 유아교육의 출발배경, 영유아에 대한 지원 방법과 수준이 다른데도 정부가 OECD 평균을 목표삼아 따라잡기에 나서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공립유치원 확대는 막대한 예산 투입해야

정부는 국공립유치원 설립의 타당성만 얘기하지 그에 수반되는 막대한 예산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공립유치원 1개에 설립비용만 30억 원이 투입되고 게다가 교직원 인건비, 운영 및 교육여건 개선비 대부분을 국가가 지원해야 한다. 공립유치원은 세금먹는 유치원인 셈이다. 또한 직접적인 재정지원 외에도 공립유치원 교원 수 증가에 따른 복지비와 공무원연금 등도 고려해야 한다.

2009년 이후 공립유치원 증설 소요 예산을 보면 예산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2012년에서 2013년에는 공립유치원 예산이 1819억 원으로 전년 대비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 <표> 연도별 공립유치원 증설 현황 (백만원/%/개)./자료=서문희, ‘영유아 교육.보육 재정 증가 추이와 효과:2004-2014’ 2014(육아정책연구소)

무상교육의 함정, 수요자 인식도 바뀌어야

‘무상교육’이란 용어에 함정이 숨어있다. 모든 유아가 부모 돈 쓰지 않고 정부 지원금으로 공짜교육을 받는다는 인식을 심어준 듯하다. 그래서 어린이집 특수활동비도 정부가 지원하라는 주장도 나온다. 방과후과정 수업료, 급식비, 체험활동비 등도 정부가 책임질 부분이라 생각하는 부모들이 많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자녀에 대한 보육과 교육의 의무과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 누리과정 지원 교육비도 가정의 자녀교육비를 경감시켜주기 위한 보조금 성격으로 인식해야 한다.

국가 재정은 한정되어 있다. 예산만 충분하다면 국공립유치원을 계속 확충하고 유아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리는 데에 반대할 수요자는 없다. 하지만 한정된 유아교육재정이 국공립 시설 늘리기에 비효율적으로 사용된다면 다른 답이 나올 것이다. 수요자들은 국가교육재정이 효율적으로, 사회의 전체 효용을 높이는 방향으로 쓰이길 원한다. 문제는 정부가 국공립 확충에 따른 예산, 국가살림 가계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만약 정부가 국가교육시설 이용 아동을 늘리려 하고, 그에 따라 유치원 시장의 진입과 퇴출에 직접 개입하려 든다면, 이는 국가통제 하에 유아교육을 일일이 간섭하고 가두는 거나 마찬가지다. 유아교육의 획일화와 통제는 수요자 선택권 박탈과 연결된다.

공짜교육이라고 박수칠 때가 아니다. 무상교육과 국공립유치원 확대 뒤에 숨은 함정을 발견해 국가재정에 대한 위험성을 함께 인식하는 수요자들이 늘어나길 기대한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