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골프칼럼니스트인 방민준 전 한국일보 논설실장의 맛깔스럽고 동양적 선(禪)철학이 담긴 칼럼을 독자들에게 배달합니다. 칼럼에 개재된 수묵화나 수채화는 필자가 직접 그린 것들로 칼럼의 운치를 더해줍니다. 주1회 선보이는 <방민준의 골프탐험>을 통해 골프의 진수와 바람직한 마음가짐, 선의 경지를 터득하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 방민준 골프칼럼니스트
방민준의 골프탐험(74)-제임스 딘의 환생 리키 파울러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이빨 빠진 사자 신세로 전락하자 골프황제 자리를 놓고 벌이는 젊은 맹수들의 각축전이 점입가경이다.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가 후계자가 되는가 싶었으나 한동안 주춤하는 사이 조던 스피스(22․미국), 제이슨 데이(28․호주), 리키 파울러(26․미국) 등 20대의 영건들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로이 매킬로이와 함께 4각 구도를 형성, 팽팽한 대접전이 전개되고 있다.

PGA투어 누적된 승수만 놓고 보면 통산 13승의 로리 매킬로이(올해 3승)가 단연 앞서지만 올해만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 등 4승을 올린 조던 스피스, 역시 올해 4승을 올리며 통산 6승을 올린 제이슨 데이의 상승세가 무섭다.

여기에 올 초 PGA투어 동료들로부터 '가장 거품이 많은 선수' 로 도마에 올랐던 리키 파울러가 지난 5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두 번째 대회인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스웨덴의 거함 헨릭 스텐손(39)을 격침시키면서 골프황제 각축전에 본격 가세했다.
지난 8일(한국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노턴 보스턴TPC에서 열린 도이체방크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헨릭 스텐손과 근래 보기 드문 매치플레이 성격의 혈투를 벌인 리키 파울러는 세계 골프팬들이 목말라 하는 아이콘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매력을 맘껏 발산했다.

   
▲ 리키 파울러를 보고 있으면 영화 속 제임스 딘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눈빛은 도전적 도발적 반항적이다. 얼굴은 다소 차갑고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느껴진다. 미국 골퍼 중 젊은 층, 특히 젊은 여성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PGA투어의 동료들은 그의 인기를 두고 ‘거품’이라고 비하했지만 그것은 거품이 아닌 제임스 딘을 방불케 하는 반항아 도발자의 표상 때문이다.
2013년 이 대회에서 우승한 뒤 4차전인 투어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면서 페덱스컵 1000만 달러 보너스의 주인공이 됐던 스텐손은 후반 중반까지 박빙의 리드를 지켜나가다 파3 16번 홀에서 볼을 물에 빠뜨리는 통한의 미스 샷으로 1타 차이로 역전을 허용하며 새로운 아이콘의 탄생에 조연 역할을 했다.

언론들은 파울러가 이번 우승으로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났다고 전하고 있지만 그는 타이거 우즈를 대체할 골프아이콘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2009년에 프로의 길로 들어서 통산 3승밖에 거두지 못했지만 그동안 그가 골프코스 안팎에서 보여준 모습은 1950년대의 전설적 영화배우인 제임스 딘의 환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24세의 나이에 자동차사고로 요절한 제임스 딘은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 등 단 세 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지만 그는 고뇌에 차 방황하는 반항아의 표상으로 살아 있다.

리키 파울러를 보고 있으면 영화 속 제임스 딘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눈빛은 도전적 도발적 반항적이다. 얼굴은 다소 차갑고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느껴진다.
미국 골퍼 중 젊은 층, 특히 젊은 여성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PGA투어의 동료들은 그의 인기를 두고 ‘거품’이라고 비하했지만 그것은 거품이 아닌 제임스 딘을 방불케 하는 반항아 도발자의 표상 때문이다.

   
▲ 제임스 딘.
조던 스피스가 모범생의 전형으로 부모 세대나 착한 남편감을 선망하는 여성들 사이에 인기 가 있다면 리키 파울러는 반항아의 모습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조던 스피스가 모범적인 가장인 필 미켈슨의 젊은 모습이라면 리키 파울러는 존 댈리의 젊은 모습과 비슷하다. 물론 외모나 표정의 뉘앙스 차원이 다르지만.
리키 파울러와 함께 플레이한 헨릭 스텐손은 훌륭한 기량에 강인한 투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파울러처럼 보는 이의 마음을 빼앗는 그 무엇을 갖고 있지 않다.

마음을 빼앗는 그 무엇은 바로 제임스 딘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반항아 도발자의 이미지가 아닐까.
표적을 노려보는 맹수의 눈빛, 가끔 입가에 번지는 차가운 미소에 탁월한 패션 감각 등 이른바 ‘나쁜 남자’의 여러 요소를 갖춘 매력덩어리가 바로 리키 파울러다.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대회 개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남자프로골프(KPGA)가 KLPGA처럼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선 리키 파울러처럼 기량도 탁월하면서 팬의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을 지닌 선수들을 발굴해내는 일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든다. /방민준 골프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