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9일 혁신위원회의 공천혁신안을 놓고 또다시 당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인 것에 대해 재신임을 묻겠다는 초강수를 두며 정면 돌파에 나섰다.

4·29 재·보궐 선거 참패 이후 탕평인사 등을 통해 수습 기미를 보이던 내홍 사태가 공천혁신안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주류, 비주류 간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당 대표직을 건 재신임 카드를 꺼내는 '배수의 진'을 치며 진압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표가 '직(職)을 건' 극약처방을 내린 것은 혁신안이 이날 어렵사리 당무위를 통과했지만 앞으로 논란이 잦아들기보다는 비주류의 공격이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지금 상황으로 보면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해도 혁신이 미흡하다거나, 제가 물러나는 것이 혁신이라든지 하는 흔들기가 계속될 것 같다. 그러한 분열과 갈등을 끝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당의 다수가 아닌 소수 인사들이 끊임없이 갈등을 조장하면서 당에 생채기를 내고 있다는 인식도 반영됐다. 그는 "혁신을 부정하는 분들도, 당을 흔드는 분들도 다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또 "최근 당 안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당을 깨려는 시도가 금도를 넘었다. 지금까지 저는 오로지 단결과 단합을 위해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며 초강수를 꺼낸 배경을 설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다른 최고위원들과 전혀 상의하지 않은 채 이날 발표를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표가 비주류를 향한 불신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비노(비노무현) 의원 모임인 '민집모' 의원들과 오찬에서 비선 비판론, 재신임 필요성 등이 제기되자 "기득권을 유지하려 하거나 공천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사심이 있다면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준비했다가 보류하기도 했다.

특히 소수의 비주류를 방치하면 안된다고 절감한 것은 지난 7월 '10월 재보선'을 초미니 선거로 치르는 재보선축소법을 처리할 때였다고 한다. 당시 비주류 일각에서는 새정치연합이 참패를 면하기 위해 꼼수를 뒀다며 법안 처리에 반대했다.

   
▲ 문재인 대표는 9일 회견에서 "지금 상황으로 보면 혁신안이 중앙위를 통과해도 혁신이 미흡하다거나, 제가 물러나는 것이 혁신이라든지 하는 흔들기가 계속될 것 같다. 그러한 분열과 갈등을 끝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의 한 측근은 "비주류 일각에서 강하게 반발하자 문재인 대표는 '당이 어떻게 되든, 대표만 쫓아내면 된다는 사람이 있구나' 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재신임을 물을 수 있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가졌던 것"이라고 전했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6월 김상곤 혁신위원장과의 상견례 자리에서 "혁신안 관철을 위해 당 대표직을 걸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재신임 투표 방법으로는 지난해 4월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 체제 당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해 실시한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새정치연합은 일반국민여론조사 50%, 권리당원 투표 50%를 반영한 조사방법을 택했다.

또 이르면 이번 주말께 조사를 실시한 뒤 16일 예정된 중앙위원회 회의가 끝난 뒤 그 결과를 발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문재인 대표 측은 "주말인 오는 12~13일 재신임 투표를 한 뒤 중앙위 회의 후 결과를 발표하는 방법을 생각했지만 아직 결정은 못했다"며 "불공정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중립적 기구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 카드를 통해 당의 리더십을 재정립하는 수준을 넘어 당의 기강 확립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혀 재신임을 받을 경우 해당·분열 행위를 단호하게 대처할 것임을 천명했다.

문재인 대표는 "끊임없는 탈당과 분당, 신당 얘기를 하면서 당을 흔드는 것은 심각한 해당 행위다. 이런 상황을 더 방치하면 당은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며 "인내와 포용도 최소한 기강이 전제될 때 단결의 원천이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