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갱신·자정 노력 필요…교회의 위기 정부도 팔짱 껴선 안돼

지난 주 “종북좌파 침투에 한국교회가 뿌리째 흔들”이란 첫 글을 내보냈지만, 근현대사와 함께 해온 핵심 버팀목인 교회의 위기는 예삿일이 아니다. 필자가 교인이 아니라서 이걸 더 객관적으로 지적할 수 있다. 사실 대한민국은 2만3000명 해외선교사를 보내는 나라로, 미국에 이어 기독교 전파의 전진기지다. 신자 1000만에 목회자 10만 명을 자랑하기도 한다.

그런 이곳이 왜 개혁으로 위장한 종북좌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가? 그건 혹시 대한민국의 때 이른 조락(凋落)을 말하는 게 아닐까? 미디어펜은 긴급진단 ‘휘청대는 한국교회, 그 내우외환의 구조’를 세 차례 싣는다. ⑴반정부-반대한민국의 물결 교회를 덮쳤다 ⑵만악의 근본 ‘동성애’문제, ⑶ 한국교회, 기사회생의 길은 없는가의 순서다. <편집자 주>

[긴급진단]- ‘휘청대는 한국교회, 그 내우외환의 구조’(3)
-교회 위기는 한국의 위기, 네 종교 내 종교 사이 구별 의미없어

   
▲ 조우석 문화평론가
대한민국 첫 제헌의회가 열리던 날 의원 198명이‘하나님께 올리는 기도’부터 올렸다는 역사적 사실을 아는 이가 그리 많지 않다.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5.10선거로 선출된 제헌의원이 처음으로 모인 1948년 5월31일 임시의장 이승만은 개회 선포 직후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를 요청하는 걸로 의사일정을 시작했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ㆍ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늘이(오늘의 역사가)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돌발 제안이었다. 제헌의원 중엔 50명 가까운 교인이 있었지만, 불교나 유교신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던 상황에서 “왜 지금 기도를 해야 하나?”라고 따져 묻는 속 좁은 의원은 없었다. 그리고 지명 받았던 제헌의원 이윤영 목사가 올린 기도는 지금 들어도 가슴 뭉클하다.

67년 전 제헌의회를 장식한 역사적 ‘감사의 기도’

“오랜 시일 이 민족의 고통과 호소를 들으시고 정의의 칼을 빼서 이 기쁜 역사적 날을 오게 하심은 하나님의 섭리인 것으로 저희는 믿나이다. 완전 자주독립이 이 땅에 오게 하여 주시옵소서. 역사의 첫걸음을 걷는 오늘, 환희에 넘치는 민족적 기쁨을 하나님께 감사 올리나이다. 아멘.”

이 간절한 기도에 네 종교, 내 종교 사이의 구분이 어디 있을까? 있다면 건국된 새 나라에 대한 감사와 다짐만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건국과 기독교 정신 사이의 특수관계를 67년 전 제헌의원들과 국민 모두가 암묵적으로 알고 있었고, 또 지지했던 셈이다.

당시 그 명장면을 참관했던 중학생이 있었다. 아버지가 제헌의원인 덕에 개원국회를 방청했던 학생은 훗날 과기처 장관을 역임한 언론인 김진현(79)인이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이건 기독교의 횡포가 아닌가?”하는 반감 비슷한 것을 잠시 느꼈다고 그는 고백했다. (<일본친구들에게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 124쪽) 하지만 되생각해보니 그것이야말로 한국현대사의 특수성이었다.

하나님께 올리는 기도로 시작한 나라 대한민국의 성공도 우연이 아닌데, 역대 대통령만 봐도 이승만-허정-윤보선-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이 기독교 신자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는 불교도이지만, 박정희의 경우 10대 시절 성장과정에서 교회의 역할을 매우 컸다.

결정적으로 이승만의 경우 대한민국을 아시아 최초의 기독교국가로 만들자는 이상을 품었던 지도자였다. 그건 특정종교에 대한 편향이 아니다. 기독교를 통한 인간정신의 계몽 차원인데, 그 구상을 3.1운동 직후 임정 국무경자격으로 미 언론과 인터뷰하며 밝혔다.

백범 김구의 경우도 동학 접주로 시작했다가 불교 입문을 거쳐 결국은 기독교인이 됐다. 부인 최준례도 교인이었던 것도 우연일 리 없다. 어쨌거나 나이 스물일곱 살에 한성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신앙을 가진 늦깍이 신자 우남 이승만은 초기부터 전도에 큰 열성이었고, 그게 개신교 초기 역사를 만들어냈음을 잊으면 안된다.

고위관리 양반층인 이상재-신흥우 등을 신자로 만든 것도 우남이었는데, 그건 개신교 선교(1884년)이래 첫 양반층 전도 사례로 꼽힌다. 이 양반층 신자들이 YMCA(기독교청년회)의 주역이 됐다. 이런 역사를 조금은 가늠하기에 비신자인 나는 기독교를 전부터 종교의 하나로 보지 않는다.

   
▲ 지난 4월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기독교원탁회의가 주관한 '시행령 폐기·선체 인양·배·보상 일정 중단 촉구를 위한 기독인 연합예배'가 열렸다. 예배 후 기독교원탁회의와 예배 참가 시민들이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선체 인양을 요구하며 청와대를 향해 행진하다 경찰에 가로 막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독교는 결코 우남 이승만의 헌신을 잊으면 안돼

재삼 밝히지만, 한국기독교는 신앙공동체를 넘어 이 나라 이 민족 근현대사의 뼈대다. 조선조의 유교질서를 기독교 문명으로 깨는 위대한 실험에 성공했던 건국 대통령 이승만,“능률과 실질을 숭상하는”부국 대통령 박정희의 등장도 기독교의 정신혁명 속에서 가능했다고 나는 믿는다.

실제로 이승만이 집권했던 1950년대 10년 동안에 기독교 인구(개신교+가톨릭)는 더블(85만 명에서 160만 명으로)이 됐다. 박정희가 통치했던 1960~70년대도 마찬가지인데, 60년대 10년 동안 기독교인구는 다시 두 배(160만 명이 304만 명으로)가 됐고, 70년대에도 거의 두 배에 도달했다. 당시 벌써 신자 600만 명에 육박했다.

교회의 팽창과 한국의 폭발적 성장은 20세기 다른 나라에 거의 유례없는 데, 이웃 일본과도 대조적이다. 일본의 경우 미국 맥아더 점령군 사령관이 “일본의 기독교화가 나의 신념”이라고 밝히며 전일본을 대상으로 선교를 펼쳤으나 끝내 실패했다.

성경을 연 1000만 권으로 늘려 배포하고, 미 전용기로 모셔온 선교사들을 대대적으로 투입했으나 신자는 늘지 않았다. 지금 일본의 신자는 1.5% 선에서 딱 멈춰있다. 완고한 일본주의의 벽 때문이라는 게 언론인 김진현의 분석이다.

자, 여기까지가 대한민국의 기독교 짧은 역사다. 이걸 배경으로 지금 한국사회를 보라. 걱정스럽다. 반(反)대한민국 심리 속에 “헬조선(지옥조선)”을 외쳐대는 젊은이들과 대형포털의 삐뚤어진 의식구조, 걸핏하면 ‘개독교’를 조롱하는 반(反)기독교의 물결은 정상이 아니다. 한국사회가 성장동력을 잃어버린 채 타락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징후는 아닐까?

그런 문제의식만을 가지고 있던 차에 ‘긴급진단-휘청대는 한국교회, 그 내우외환의 구조’를 3회 연속으로 내가 쓴 것은 우연만은 아닌데, 고맙게도 에스더기도운동을 만난 덕이다. 반(反)기독교의 물결에 맞서 ‘영적 전쟁’을 선포한 단체를 통해 나는 희망과 절망을 함께 봤다.

교회는 지금 희망과 절망 사이의 갈림길에 서있다

현재 상황은 엄혹하다. 좌편향의 오염이 제도권 교회의 골수까지 점령했다는 아찔함, 동성애라는 ‘더러운 정치투쟁’이 박원순의 서울시와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실상 때문이다. 고맙게도 이 칼럼을 보고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 측에서 동성애 반대 긴급토론회(10월8일 프레스센터)를 갖겠다고 연락해왔다.

맞다. 현재 안팎 곱사등 신세인 교회의 문제는 교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교회에 투영된 것이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이른바 민주화 87년 체제 이후 용공 좌익이 민주화 세력으로 위장해 사회 각 부문에 침투했던 것이 교회위기의 뿌리다. 지식권력-문화권력을 탈취한 좌익이 세상을 흔들어댄 지 30년을 넘기는데, 교회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그럼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 기회에 세 가지를 요청하려 한다.

우선 교회의 자기갱신이 먼저다. 종북좌빨들이 “수구꼴통”이라고 당신에게 손가락질해도 하는 수 없다. 땅에서 넘어진 당신들이 스스로 일어서려는 노력을 하길 바란다. 교회-신학-교인의 세 요소의 동시 붕괴 위기를 극복하는 건 일단 교회의 몫이다. 영적 자기갱신과 함께 대한민국 건국에 대한 역사공부도 기회에 병행하기 바란다.

둘째 사회에 대한 주문도 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종교간 평화가 유지되는 흔치 않은 나라다. 불교-기독교-유교가 황금비율로 나뉘어져있는데, 커다란 반복 내지 사회적 갈등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건 아주 좋은 일이지만, ‘개독교’운운하는 반기독교 물결의 등장은 사회에 암적 존재라는 인식을 네 종교, 내 종교의 구분없이 해주길 바란다.

셋째 교회의 위기문제에 정부도 외면할 순 없다. 종북좌파가 교회를 접수하다시피했고, 동성애라고 하는 파도가 넘실대는 환경은 실로 위태로운데, 이는 교회 내부의 일만은 아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를 체제수호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주무부처 문체부의 적절한 대응노력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