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효능 매우 미미” vs 의료 전문가 “이왕이면 자가 제대혈로 해야"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최근 자가 제대혈(일명 가족 제대혈) 유효성 논란이 증폭되면서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자가 제대혈 유효성 논란은 지난 2월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상에 자가 제대혈을 활용한 자녀 림프병 치료에 대해 의구심이 든다고 문제를 제기한 한 부모의 글에서 촉발됐다.

그는 “자녀가 지난해 11월 림프백혈병 진단을 받고 제대혈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사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자가 제대혈의 유효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이내 제대혈과 이를 활용한 조혈모세포 치료를 둘러싼 가치와 효용에 웹은 뜨겁게 달구어졌다.

이윽고 제대혈, 특히 사업주체가 민간기업인 자가 제대혈만을 겨냥한 오프라인의 집단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지난 7월 ‘가족제대혈피해자가족모임’ 등 시민단체는 자가 제대혈의 유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와중에 제대혈 문제를 제기했던 당사자가 시민단체에 유감을 표시하며 지난달 한 커뮤니티를 통해 '피해단체 모임에 갔더니 피해 가족은 정작 본인 가족 하나뿐이었다"며 해당 시민단체의 입장과 행동에 유감을 표시하며 제동을 걸었다.사태는 반전되는 듯 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자가 제대혈의 유효성과 비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 중이다.

커뮤니티에 재등장한 한 부모의 호소문은 일부 사회단체와 블로그가 최초의 본인의 글을 아전인수, 본인 가족이 '자가 제대혈 사기극의 희생양'이라고 유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지적,  림프종에서 치유된 아이가 건강을 회복중임을 환기하며 본인 가족을 대외 선동에 악용하지 말아달라며 자제를 촉구했다.

   
▲ 자가 제대혈의 유효성 논란을 촉발 시킨 백혈병 림프병 아이의 엄마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자가 제대혈관련 자신의 입장을 밝힌 호소문. 게재자는 본인이 자가제대혈의 활용성에 의문을 제시한 당사자임을 밝히면서 글 게재 이후 피해자 모임에 참가했을 때 피해자가 전혀없었던 사실을 들어 그 순수성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아이를 포함한 가족을 '자가 제대혈의 사기극의 희생양'으로 몰아부친 일부 시민단체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의학적 사실에 근거,자가 제대혈에 대한 사실 해명의 시기를 기다려 왔던 가족제대혈 업체인 M사는 이윽고 허위 사실 유포혐의로 시민단체 및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8월 11일 법원에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자가 제대혈 사용률, 0.04%에 불과?

자가 제대혈 관런현재 가장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쟁점은 자가 제대혈의 사용률이다. 시민단체 측의 주장에 따르면 자가 제대혈 사용률은 0.04 %다. 사용률이 0.1%도 안돼는 데 자가 제대혈 보관 비용은 업계 평균 150만~400만원으로 고가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가족력이 있는) 질환이 발생할 경우 자신의 제대혈 속에는 이미 그 병에 취약한 유전자가 존재하므로 이식해도 재발병한다”고 자가 제대혈의 효능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제대로 된 단속을 하지 않고 있어 자가 제대혈 회사가 난립하고 있다”며 “국민을 대상으로 허위 과장 광고를 통한 이익이 자가 제대혈 회사에 고스란이 들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해당 제대혈 회사는 즉각 반론에 들어갔다.

 M 업체 관계자는 “자가 제대혈 사용 사례 중 재발을 걱정해야 하는 유전적 질병 자체가 거의 없으며 혈액질환 중에서도 1% 미만의 극소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어 “자가 제대혈 보관 기간에 따라 150만~300만원을 나눠 낼 수 있다”며 “15~20년간 보관한다고 했을 때 연간 10만원선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치료율 0.04%에 대해서는 조혈모 이식 또는 골수 이식에 사용되는 제대혈 치료율은 60~80%”라며 “현재 국내에 보관중인 자가 제대혈에 비해 이용률이 극히 낮은 것을 지적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자가 제대혈 치료는 사용률이 2010년 이전까지는 연간 3~4건에 불과했던게 사실이지만 최근 5년간 급증했다”고 말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제대혈 치료는 2000~2009년 10년 간 총 사용률이 100건이 되지 않는다. 이 기간 동안 평균 사용률은 약 2.9건. 그러나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사용률이 두자릿수로 늘어나면서 5년간 평균 이용률은 72.8건으로 늘어났다. 0.04%에 불과했던 이용률을 최근 5년간 약 5%로 25배 이상 증가했다.  

자가 제대혈 치료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주요 원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치료 단계 중에 자가 제대혈 이용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며 “해당 글을 올린 부모의 자녀가 진단 받은 림프구성백혈병은 자가 제대혈이 아닌 치료가 더욱 수월한 항암제가 이미 있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제대혈 역사가 15년에 불과하고 법적 규제가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것도 문제점”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자가 제대혈 치료가 보편화 돼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인사청문회를 통해 ”(제대혈이나 줄기세포 분야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규제가 많다보니 발전에 제약이 있는 것 같다”며 “윤리적인 문제와 재생의학 발전 양쪽 모두 균형적인 발전을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 자가 제대혈의 유용성과 이를 활용한 지병과 난치병 치료 등은 의학계에서 이미 검증된 것이다. 최근 유효성 논란은 보건복지부가 공유 제대혈시장에 제동을 거는 시점에서 제대혈 확보를 둘러싼 민간 시장의 갈등과 흠집내기가 배경인 것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의료계 역시 자가 제대혈 치료의 유효성 논란은 의학통계의 접근 오류가 있는 데다 혈액과 줄기세포관련 전문지식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문제를 확산시킬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영호 한양대 소아과 교수는 "자가 제대혈이 소유자 가족에만 사용하는 것이다 보니 기증 제대혈보다 백혈병이나 소아암에 사용될 확률이 적다"면서도 "자가 제대혈이 아직까지 보편화 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기증 제대혈에 비해 사용률이 낮은 것이지 유효성이 없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가 제대혈은 안전성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미래에 세포치료제 등으로 이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의대 신희영 교수(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이사장)는 한 의학전문지와의 인터뷰에서 가족 제대혈은 생착능력, 즉 치료효과가 뛰어나고 타인 제대혈에 비해 활용범위가 넓기에 자기 줄시세포를 갖고 있다면 현재 가치보다 후일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자가형 제대혈 치료가 선천적 발병인자의 재발 가능성이 있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우려는 극히 미미한 수치이기에 확대 해석된 것으로 보여진다”고 일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