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여야는 10일 700곳이 넘는 사상 최다 피감기관을 대상으로 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를 시작했다.

첫날부터 12개 국회 상임위에서 소관 부처와 산하 기관의 정책 수행과 예산 집행 등의 집중 점검을 실시했다. 지난해보다 36개가 늘어난 708개 기관을 상대로 9월10~23일, 10월1~8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22일간 여야가 국정 주도권 싸움을 벌일 전망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데다 노동개혁과 재벌개혁,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부실 대처와 방역체계, 국가 재정건전성 악화 논란,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사찰 의혹 등 여야가 대치할 전선은 곳곳에 깔려 있다.

   
▲ 국회 안행위에서 10일 오전 실시한 행정자치부 국정감사는 최근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총선필승' 건배사를 한 정종섭 행자부 장관에 대한 야당의 공세와 여당의 반발이 이어진 끝에 정회됐다. 오후 중 재개됐지만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여당은 단독 국감을 진행했다./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정쟁국감', '부실국감'을 지양해야 한다던 여당과 '4생(生)국감'을 천명한 야당은 이를 잊은 듯 첫날부터 거센 공방을 벌이며 정쟁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안전행정위가 행정자치부를 대상으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실시한 국감은 지난달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정종섭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를 두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였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종걸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직접 국감장을 찾아 정청래 안행위 야당 간사와 국감 대응전략을 모의했고 검토했던 야당은 국감장에 입장해 정 장관의 사퇴 요구로 일관했다.

아울러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한 중앙선거관리위 조사결과 발표일(14일) 이후로 국감 일정을 미룰 것을 주장하며 국감 진행을 거부했다.

이에 여당이 반발, 양당이 1시간여 논쟁을 벌인 끝에 진영 안행위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후 국감이 재개됐지만 야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자 여당은 단독으로 진행했다.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역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놓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야당은 이날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린 교육부 감사에서 현행 검정체제인 중등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대해 줄기차게 추궁했다.

야당은 국정화를 반대하는 현직 역사 관련 교사·교수 의견을 들어 "역사를 역행하는 일"이라며 교육부를 질타했고 여당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 베트남 전쟁 등 근현대사에 대한 평가가 교과서마다 다르다"고 지적하며 국정 전환에 찬성했다.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교육부) 주요업무보고 내용에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된 교육부 방침이나 입장, 추진과정 등이 전혀 기술돼있지 않다. 누락시켜버렸다"며 국감 진행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주요업무보고 3쪽에서 15쪽에 걸친 2015 개정교육과정과 교과서 개선 부분에 간략하나마 보고를 드렸다"며 "지면관계상 충분하지는 못하지만 보고는 드렸다"고 답했다.

신성범 여당 의원도 "업무보고 15페이지에 부족하긴 하지만 확정고시 예고 등 업무보고의 요건을 가지고 있다"고 거들며 업무보고 진행을 촉구했지만 여야는 의사진행발언으로 거듭 충돌했고 박주선 교문위원장은 결국 정회를 선언했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감에서는 인터넷 포털뉴스의 공정성을 두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미방위원장인 홍문종 여당 의원은 이날 국감 전 CBS라디오에 출연, "(포털의) 유사언론 행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조성된 여론의 조작 가능성을 차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여당은 당내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의 연구결과를 들며 포털이 야권 편향적인 기사를 싣고 있다고 연일 지적하고 있다.

유승희 야당 의원은 여의도연구소의 조사결과가 빅데이터라고 보기 어렵다며 "허술하다"고 평가한 뒤 "성완종 리스트나 메르스 사태, 정책사건에 있어서는 정부·여당이 잘한게 없는 상황에서 정부 비판기사가 많은게 당연한건데 이걸 편파적이라 지적하고 있다"며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부에 권력자를 상대로 비판의 날을 세우는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받아쳤다.

유 의원은 "사실 야당에 부정적인 기사가 더 많은데, 여당이 오히려 왜곡·편향된 뉴스가 많다며 포털을 압박하고 있다"며 "내년 총선을 겨냥한 재갈물리기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한 증인채택 문제와 최근 잇따른 정치인 수사 결과가 쟁점이 됐다.

야당은 재벌구조개혁과 관련된 상법개정안 논의를 위해 신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여당은 반대하며 격돌했다.

야당 의원들은 "성완종 리스트의 여권 정치인 8명 중 2명만 기소되고 최근 개별사건으로 야권 정치인들이 잇따라 기소된 것은 편파적"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 대한 불만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외통위의 외교부 국감에서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통일외교'가 초점이 됐다.

원유철 여당 원내대표는 "한국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 기반의 평화통일을 이루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이에 대해 건설적 대화를 나누기로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천안함 사태 이후 취해진 5·24대북제재 해제를 포함한 대북 유화책을 요구했다.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감에서는 지난달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 의결한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현안으로 떠올랐다.

여당은 관광 산업 발전과 노약자·장애인에 대한 탐방 편의 제공,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케이블카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반면 야당은 안건 심의와 의결 과정에서 절차가 위법하고 내용이 부실하다면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