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디어펜=김덕성 뉴스본부장]
가을 깊어 단풍 물들 듯  대구와 부산, 광교 등 전국 주요 도시의 분양시장이 후끈 달아 오른다.

달도 차면 기울고 마냥 오르막만이 있지 않을 진데 분양시장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수요와 소득이 뒷받침 않는 시장은 이내 시들기 마련. 

가수요에 투기자금이 분양시장을 흔드는 요즘,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주요 잣대인 청약률과 청약가점으로 얘기의 물꼬를 연다.

올해 분양시장에 기린아, 평균 622 대 1로 최고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현대건설의  힐스테이트 황금동’의 청약률과 청약가점이 화제다.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당첨자의 청약가점이 최고 경쟁률만큼이나 높다. 공동주택의 청약에는 수험생의 합격 커트라인처럼 당첨 하한선이 존재한다.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연한, 부양가족의 수 등 3개 항목의 종합점수로 점수를 정한다. 최고 점은 84점으로 더 이상 점수는 없다. 만점이 84점인 셈이다.

대구 수성구 청수로 힐스테이트 황금동재건축단지에 당첨자 청약 커트라인이 주택형별로 66~71점으로 나타났다.

전용 59의 최저점이 66, 전용 8469~71점이다. 당첨 경합이 치열했던 84B(경쟁률 984 1)71점이다. 매우 높은 수준이다.
 
전용 84B에서 84점 만점자 청약이 눈에 띈다. 그(들)은 무주택 청약저축 가입 15년 이상(32, 17)으로 부양 가족 수가 6인 이상인 대가족을 거느린 세대주다.
 
웃돈이 붙는 인기 단지일수록 고이 간직한 통장은 효자 노릇을 한다. 직전 대구시 최고 경쟁률을 터
   
트린 동대구 반도 유보라에서도 만점 통장이 청약했고 경기도 광교 주상복합
C-2블록 중흥 S-클래스에서도 만점 통장으로 유유히 당첨 받는 청약자가 있었다.
 
허나 청약경쟁률이 하늘 높이 치솟는다고 당첨 커트라인이 함께 널뛰기하지 않는다.
 
힐스테이트 황금동에 앞서 최고 경쟁률 기록을 보유한 부산 광안 더샵의 당첨 커트라인은 69~74점이었다. 올해 청약률 3위인 해운대 자이2의 최저점은 69~70점으로 이들 2개 단지의 당첨 커트라인은 오히려 힐스테이트 황금동’보다 높은 편이다.
 
청약률이 높다고 가점이 항상 정관계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물론 분양단지에서 인기가 치솟는 일부 주택 형의 커트라인은 높을 수밖에 없다. 부산 광안 더샵에서 최고 경쟁률(1,106 1)을 기록한 전용 84B형의 당첨권은 74점 이상이었다. 
 
친구따라 강남간다고 했다. 강남가기 전에 냉정하게 봐야 할 게 있다. 부산과 대구 등 영남권에서 올들어 최고 경쟁률을 기록한 곳의 단지는 재건축 일반 분양이 상당수다. 분양가구는 대구 반도 유보라를 제외하고 상당수가 500가구 이하의 소단지다. '힐스테이트 황금동'은 일반분양분이 200가구가 넘지 않는다. 
 
입시문이 좁은 상황에서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영남권을 비롯해 분양시장에 청약률에 불나방처럼 뛰어들어서는 아니된다는 경고와 비상등은 도처에 켜져간다.
 
높은 경쟁률 단지가 커트라인이 높아지지 않는 것도 그 하나다.
 
또 있다. 대구 지역의 경우 소득대비 주택부담비율이 최근 2년간 1.1%p 급등했다.  2년 전에 비해 집을 사려면 1년 이상의 돈을 꼬박 모아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밥벌이가 시원치 않은 데 집값은 미친 놈 날뛰듯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돈이 된다고 뛰어들 경우 하루가 멀다하고 분양하고 한달이 멀다고 높이 치솟는 아파트들을 나중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냉정해야 한다.
 
사실 지방을 포함, 수도권 분양시장의 과열은 분양시장 규제완화를 틈타서 '힛앤런'하는 단기 투자자가에 의해 벌어진 일이다. 
 
아직도 집사면 몇 천만원 몇 억씩 남는 개발년대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은 지금 청약시장에서 10만원 신청금에 몇 백만원 또는 1천만원 계약금에 1천만원의 이익을 챙기고 발빼는 투기성 자금을 여전 모른다.
 
지금 과열 시장에는 '먹튀'가 판을 치고 소수 돈을 굴리는 투기꾼이 판치는 게 분양시장이다.
 
분양시장은 토끼몰이와 같다. 분양 모델하우스에서 수만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사람이 많고 적고 간에 줄새우기 일쑤다. 기다리다 보면 조바심이 난다. 힘들게 서있다 견본주택에 들어서면 최고급 사양의 전시용품이 눈을 현혹한다.  많은 인파 속에 충동과 유혹이 넘친다.
 
토끼몰이는 제도와 정책에 교묘하게 숨어있다. 부동산 활성화하고 해서 모든 지방은 6개월 만 지나면 청약을 또 할 수 있다. 돈없는 장기 무주택자에게 싼 집은 그림에 떡이다. 프리미엄이 판치면서  투기꾼 세상이 된 셈이다.
 
 
일반인이 모르는 충격적인 분양시장의 비밀 아닌 비밀이 있다. 만일 1순위가 미달됐을 경우 무통장 2순위자들은 어디서 그리도 몰려오는 지 아는 분이 드물다.  분양금이 5억원이 넘는 아파트도 10만원만 있으면 신청하는 분양이 너브러져 있는 사실이 힌트다.
 
"2순위 청약에 대비, 수백명 이상의 명단을 확보한 분양대행사가 하나 둘이 아니다"  분양바닥에서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다.  2순위 청약자를 동원하는 데는 1천명이라고 해야 1억원이다. 청약률만 올리고 신청않고 빠지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해약 신청금은 돌려주기 때문이다. 대기 청약자 동원조건이 분양대행사 선정 요건의 하나라는 얘기도 들린다.
 
"선 순위자 이탈을 최소화하려면 2순위 청약자가 넘쳐야 한다"는 게 청약몰이하는 요즘의 행태다.  고소득 일자리 덕분에 청약률이 높은 지방 청약에 적용되는 얘기는 아니나 충격적이다.
 
전월세난은 저성장 저금리시대에서 당장 해결될 사안은 아니다. 한채이던 두채이던 은행 돈을 빌리지 않은 집이 없다. 허리띠 졸라매는 정도는 다르나 전세값을 아무리 올려도 대출이자를 갚기엔 역부족이다. 반전세나 월세로 돌려야 자녀 사교육비라도 보탤 수 있고 장성한 캥거루 자녀에게 꽁지 용돈이라도 줄 수 있다.
 
은행이 예전의 전당포 격이다. 수억원의 전세값이나 집값을 앞다퉈 대출해준다는 안내문이 도처에 깔려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나 it기기를 맡기고 돈을 빌리는 전당포가 활기를 띤다지만 먹거리 없이 안전빵 장사하려는 은행이 꼭 그 꼴이다. 수억원짜리를 저당잡혀 집값이 떨어졌을 때 가족과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하우스푸어와 랜트푸어들은 우리 주변에 즐비하다.  
 
나라밖이나 안의 경제 움직이는 꼴을 보면 '쥐구멍에 볕들날'은 백년하청. 내 집마련할 경우 보유세다 수리비다 하여 남의 집 사는 것보다 거주비용이 더든다.
 
앞으로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의 끈이 없다보니 전통적인 전세시장 구조가 망가지고 구조로 갈 수밖에 없다.
 
쪽박 차서 정신들면 늦는다. '동해 물을 찍어 입에 대야 짠 줄 느끼면 늦는 구조다.
 
후분양 이외에 분양시장의 규제란 규제는 다 풀어논 상황. 은행에 1억원의 돈을 맡기면 연간 200만원도 채들어오지 않는 요즘, 금융권의 돈을 1억 빌려 300만원의 이자를 지불하면 웃돈이 수천만원이 붙은 분양시장에 뛰어들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경기 침체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눈먼 돈들이 이런 부동산시장을 마다할 리가 없다.
   
 
다시 청약률과 가점으로 돌아가자. 청약 광풍에서 고점 청약통장의 사용이 많아 향후 커트라인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 않는다. 통장의 가점이 낮아진다는 것은 과열 시장이 식어간다는 얘기다.
 
 시장은 도는 법. 최상 가점은 앞으로 서울 강남 재건축 일반 분양단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앞서 지난 2013년 강남재건축 최고가로 분양한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 59의 소형에서 커트라인이 79점이었다. 대치 청실을 재건축한 대치 팰리스도 74점이었다.
 
위례에서 가장 높은 경쟁률(161.3 1)을 보인 우남역 푸르지오의 경우 일부 인기 중소형에 하한선이 71~74점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남 재건축 신규 분양분이 모두 가점이 높아 보이지는 않을 성 싶다. 분양가가 높을 경우 조합분 매물이 나오는 데다 향후 재건축예정물량이 대단지여서 청약물량이 넘치기 때문이다. 
 
강남 재건축도 재건축 준공시점에 단지마다 30% 이상의 공급이 늘고 고밀도 재건축으로 주거환경은 갈수록 열악해진다. 그러나 30% 이상의 공급이 느는 만큼 소득이 늘고 강남 인구와 가구가 증가될 것으로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뭘까. 가격 대세 하락이다.
 
후끈 달아오른 청약열기가 언제 가실지 모른다. 이 최고조의 청약 열기가 식으면서 대한민국은 또 빙토, 암울의 지경으로 빠진다.
 
아니라고 말할 자 누군가. 주택정책의 수장인 국토부장관, 경제 수장인 기획재정부 장관, 그리고 그 휘하 관료가 집을 샀다는 얘기는 들어보니 못했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잠재성장성이 저하되는 데 생산성 없는 집 등 부동산 볼륨을 키워서는 안된 것이다.  뜨거워진 시장이 더 달아오기 전에 공급관리로 전환하는 부동산정책을 기대한다. /미디어펜 김덕성 뉴스본부장
[미디어펜=편집국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