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2015년 9월 13일은 일본 닌텐도(Nintendo)사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출시하며 게임의 역사를 바꿔놓은 지 30년이 되는 날이다.

이탈리아계 미국인, 직업은 목수, 연령은 2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마리오의 게임 데뷔는 1981년 ‘동키콩’에서였다. 이때만 해도 마리오라는 이름 없이 그냥 ‘점프맨’으로 불렸다.

‘동키콩’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자 1983년 닌텐도는 드디어 마리오 형제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마리오 브라더스’를 출시했다. 마리오가 동생 루이지와 함께 악당들을 물리치는 내용의 게임이다. 목수였던 마리오는 이때부터 배관공으로 전직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1985년 9월 13일, 두 형제는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로 역사상 가장 유명한 게임 캐릭터가 된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단연 버섯이다. 마리오와 루이지는 ‘슈퍼 버섯’을 먹으면 몸집이 커진다. 여기에 ‘슈퍼 플라워’까지 먹으면 불꽃을 쏠 수도 있다. 두 형제는 악당 쿠파에게 납치된 피치 공주를 구하기 위해 갖은 위협을 무릅쓰고 지상, 지하, 하늘, 바다를 누비며 활극을 펼친다.

전 세계를 매료시킨 이 게임은 일본에서만 약 680만 부, 세계적으로는 약 4천만 부가 팔려나갔다. 이는 역시 닌텐도의 히트작인 ‘위 스포츠’가 출시되기 전까지 역대 게임판매 1위를 기록한 수치다.

각국의 소년소녀들에게 꿈과 희망, 도전정신과 중독성(!)에 대해 알려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에는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게임 전체의 용량이 40KB(킬로바이트)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메가바이트 단위로 환산하면 0.039063MB이다. 요즘 같은 세상엔 콧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왜소한 크기다.

   
▲ 일본 특유의 검약정신으로 게임을 제작하되 캐릭터 이름은 ‘마리오’라는 점은 ‘일본의 정신을 서양의 기술에 담는다’는 화혼양재(和魂洋才)의 근대화 정신이 20세기에 꽃을 피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진='슈퍼마리오 브라더스' 초기화면 캡쳐

마치 한 톨의 쌀 안에 그림을 그려내는 장인(匠人)들처럼 닌텐도는 이 작은 용량 안에 슈퍼마리오 월드를 구현해냈다. 게임 전체적으로 256개의 색상만이 사용됐고 구름과 수풀은 색깔만 다를 뿐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캐릭터들의 점프와 달리기는 매우 사실적이며 게임 안에는 플레이어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다양한 디테일이 숨어 있다.

닌텐도의 이 장인정신은 미국경제를 추월할 기세로 질주하던 일본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닌텐도는 원래 1889년부터 임천당(任天堂)이라는 이름으로 화투를 제작하던 중소기업이었다. 1902년엔 일본에서 최초로 트럼프를 제작해 판매하기도 했다. 일찍부터 서양과 일본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던 셈.

일본 특유의 검약정신으로 게임을 제작하되 캐릭터 이름은 ‘마리오’라는 점은 ‘일본의 정신을 서양의 기술에 담는다’는 화혼양재(和魂洋才)의 근대화 표어가 20세기에 꽃을 피운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정신은 어디를 향하고 있을까. 또 그런 일본을 옆에 둔 한국의 시대정신은 어디를 지향하고 있을까. 두 나라가 새로운 시대에 섭취해야 할 ‘버섯’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 2015년 9월 13일은 그런 날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