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향성은 빙산의 일각…탐욕의 공룡 숱한 피해자 양산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포털을 놓고 벌어지는 사회적 논쟁을 지켜보면서 문득 떠오르는 격언이 있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이다. 적합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이 격언을 ‘모든 길은 포털을 통과한다’ 쯤으로 바꿔 불러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고 잠자리에 들 때까지 업무를 하던 취미생활을 즐기든 이제는 포털사이트라는 관문을 통과하지 않고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기 힘든 포털 의존적인 우리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더 무서운 건 포털을 통과만 하는 게 아니라 포털 안에 갇혀 포털이 보여주고 들려주는 대로 우리의 개성과 사고도 획일화돼간다는 점이다. 지금 포털을 둘러싼 논쟁이 누구에게 유리하느냐 불리하느냐만을 따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이런 포털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박민식 의원의 지적대로 “네이버 같은 포털은 빅브라더나 슈퍼갑이 아닌 오 마이 갓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포털을 놓고 정치논쟁만 벌이는 것이야말로 포털이 가장 좋아할 일이다.

포털의 탐욕이 키운 모두의 위기

여의도연구원의 보고서를 놓고 편향성, 신뢰성 논쟁만 하는 건 무의미하다. 정치권이 이런 논쟁으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포털의 탐욕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소상공인, 벤처기업, 수많은 개인들은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2013년 참다못한 소상공인들이 인터넷 골목상권을 쑥대밭으로 만든 포털의 문제를 공론화하여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피해를 호소한 적이 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여야 정치권은 과연 그들을 위해 무엇을 뜯어고치고 바로잡았나. 하루 평균 4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공화국’이 되는데 포털의 책임은 없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2년 전 소상공인들이 ‘네이버 대책위원회’를 통해 호소한 사연들은 기가 막힌 것들이었다. 포털 검색창 자리를 놓고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광고 경쟁에 내몰리고, 피땀 흘려 개발한 중소업체 게임은 돈 안 된다고 퇴출되고, 아이디어 하나로 내놓은 서비스가 인기 좀 끈다 싶으면 포털이 비슷한 서비스를 풀어 고사시키고.

대기업들이라고 다른가. 급기야 한국광고주협회 등 광고계 4개 단체들이 최근 정부에 포털 뉴스 유통 구조를 개선해달라는 입법 청원을 낼 지경에 이르렀다. 인터넷 신문들이 저널리즘을 도외시한 채 클릭수에 매달리는 기사 생산에 경쟁적으로 몰두하고 있고, 그런 인터넷 언론사의 기사를 배열하고 배치하는 편집권을 포털이 행사하면서 언론환경을 더욱 엉망으로 만들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기업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의 입법 청원인 만큼 기업의 이익과 무관하지 않다고 쳐도, 검증되지 않은 각종 언론들이 저널리즘이나 공신력과는 무관하게 포털과의 뉴스제휴를 무기로 기업을 협박하거나 강압적으로 광고를 받아내는 일들이 숱하게 벌어지는 것도 현실이다.

포털이 뉴스제휴사를 선정할 때 과연 저널리즘적 차원에서 어떻게 평가해왔는지 언제 한 번 제대로 밝힌 적이 있나. 포털에 진입하는 것만으로도 비교가 안 되는 언론권력과 영향력을 갖게 되는데 포털은 지금까지 그 심사 기준을 제대로 공개한 적이 없다. 그러면서 언론 환경 뿐 아니라 기업도 기업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 자료=여의도연구원
최고 언론권력 포털 ‘플랫폼 사업자’ 변명 더 이상 안 통한다

최근의 포털 논쟁에서 핵심은 간단하다. 우리가 진지하게 다뤄야 할 논쟁의 핵심은 포털의 편향성이란 단편적인 현상이 아니라 포털의 탐욕에 모두가 희생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털이 문어발식 사업을 확장하면서 지금의 공룡이 되기까지 수많은 인터넷 골목상권이 망가졌고,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중소 인터넷 기업은 더 이상 나오기 힘들어졌으며, 포털로 인해 기업과 재벌 역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수많은 개인들은 포털의 직간접적 원인제공으로 명예훼손과 인격살인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라는 점이다. 무엇보다 그런 부조리한 ‘포털 왕국’을 만드는데 있어서 포털은 인터넷 언론사가 제공하는 뉴스 기사를 입맛대로 편집해(최종 게이트키핑) 미끼로 쓰고 있다는 점이 포털 논쟁에서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포털은 “우리는 기사를 생산하는 언론이 아닌 매체에서 만든 기사를 전달하는 플랫폼 사업자”라고 여전히 뻔뻔한 주장을 늘어놓는 건 후안무치한 일이다.

포털 편향성 논란은 사실 포털의 편집권 행사라는 중대한 문제의 곁가지에 불과하다. 이게 바로 논쟁의 방향이 포털 편향성이 아닌 포털의 언론기능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포털의 태도가 무책임한 건 책임론의 주체인 자신들은 슬쩍 뒤로 빠진 채 언론과 정치권이 나서서 대리전을 치르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체가 객체 뒤로 숨는 이런 비겁함은 대체 뭔가. “포털은 언론기관이 아니다”며 흑기사를 자처하는 한겨레신문과 같은 언론 뒤에 숨어서 어떻게 하면 위기를 모면할까를 궁리하려는 듯한 태도는 당당하지 못하다. 적극적인 반박이나 대응을 하지 않고 있는 태도도 문제다. 그 자체가 명분없는 포털 스스로의 처지를 반증하는 것 아닌가.

포털은 호위무사 같은 한겨레신문과 같은 언론 뒤에 숨지 말고 이번 기회에 적극적인 입장과 해명을 내놓는 게 옳다. 포털이 최고 언론권력을 누리면서도 애매모호한 법적 지위 아래 규제도 제대로 받지 않고 배를 불리며 피해자만 양산하는 걸 언제까지 지켜볼 순 없다. 이번 논란의 주체인 포털이 적극 나서야 해결책도 나올 수 있다. /박한명 미디어그룹‘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