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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들뜬 CJ·LG·KT…나당연합이 떠오르는 까닭은
남의 집 더부살이 신세 우려…미디어산업 혁명 필요한 때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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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5-09-16 0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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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넷플릭스가 들어온다아아...
이런 외마디 비명인지 환호성인지 모를 소리를 냅다 지르며 한국 미디어업계가 온통 들썩이고 있다. 벌집을 쑤셔놓은 듯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이해득실을 재보기도 하고 과연 누구와 손잡을까에 시선이 쏠리기도 한다. 방송영상 부문에서는 벌써 넷플릭스 수혜주라는 뉴스까지 나왔다. CJ E&M이네 LG 유플러스네, KT네 하면서 흡사 개봉박두 추석영화 상영 전야 들뜬 분위기를 자아낸다.

발단은 넷플릭스 서울 선언이었다.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글로벌사업총괄책임자가 지난 9일 서울 BCWW(국제방송영상견본시) 기조강연에서 이를 공식 발표한 것. ‘늑대가 온다’던 외침과 메아리가 마침내 사실로 드러난 자리였다. 올 것이 온다니 확실하게 되었는데 여전히 우리 미디어산업은 암행어사 출두라 들은 변사또 졸개들 마냥 우왕좌왕 오락가락하기 시작했다. 뭐가 문제 이길래 넷플릭스 무섬증에 이토록 마음 졸이게 되었는가?

넷플릭스는 한국 상륙 선언 직전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해놓고 왔다. 파트너는 통신사업도 하는 소프트뱅크다. 9월 2일 론칭한 넷플릭스의 미디어 플랫폼 서비스 가격은 월정액 650엔(약 6,310원)에서 1,450엔(약 1만4,000원)까지 3가지 종류다. 이미 야후저팬 등으로 소프트뱅크 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매장과 홈페이지, 모바일 앱에서 넷플릭스에 가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4,000만, 전 세계 50개국 6,000만 가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가 공급하는 풍부하고 강력한 콘텐츠들을 일본 가입자들로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일본 로컬 콘텐츠 수급이야 당연하고 경쟁력 있는 아니메(저패니메미이션) 같은 콘텐츠들은 넷플릭스를 타고 전세계로 진출할 수도 있게 되었다. 각 나라별, 지역별로 고립되어왔던 콘텐츠들이 넷플릭스라는 미디어 슈퍼 하이웨이에 올라 타 마음껏 전 세계를 달릴 수 있는 디지털유통 혁명이 펼쳐진 셈이다.

   
▲ 넷플릭스 상륙소식에 한국 미디어업계가 온통 들썩이고 있다. 과연 누구와 손잡을까에 시선이 쏠리면서 수혜주라는 뉴스까지 나왔다. CJ E&M, LG 유플러스네, KT네 하면서 흡사 개봉박두 추석영화 상영 전야 들뜬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SBS 캡처
내년 초로 기약한 한국 시장 진출도 이용과 수출 관점에서는 매우 고무적이다.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 더 나아가 중남미 텔레노벨라나 인도 볼리우드 영화까지 섭렵하고 있는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아주 환상적인 선택지가 하나 더 늘었다. 일반인 영상까지 몽땅 뒤섞이는 유투브와 달리 정품 드라마, 영화를 유료 공급하는 넷플릭스가 좀 생경하고 약간 부담스럽긴 하지만 백화점가서 정찰제로 안심하고 쇼핑하는 정도 충족감을 보장할 수 있어서다.

더 나아가서 그동안 롯데나 신세계 백화점만 다니던 한국민들이 이제는 영국의 해롯이나 프랑스 라파예트, 쁘렝땅, 미국의 블루밍데일, 메이시 같은 특급 서비스를 맛보게 된다는 의미도 된다. 이 회사 블로그가 "그 어떤 미디어 플랫폼도 넷플릭스처럼 전 세계를 헤집고 다니진 못했다"며 "여러 가지 면에서 넷플릭스는 미디어 역사를 새롭게 쓰고 있다"고 적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실질적인 글로벌 서비스로 한국마저 접수키로 한 넷플릭스는 수직적으로도 아주 깊숙이 기존 방송과 영화산업을 파 들어가고 있다. 자체 제작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2013~>부터 시작한 넷플릭스 콘텐츠 제작 사업은 최근 뉴욕타임스 비평과 사회면까지 홀린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까지 내쳐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렇듯 인터넷 모바일로만 보면 되는 VOD(Video on Demand) 시장 유통과 드라마 제작까지 겸비한 넷플릭스는 곧장 영화산업 심장부로 질주하고 나섰다.

얼마 전 9월초 북미영화시장 대문이라고 하는 토론토국제영화제(TIFF)에 <Beasts of No Nation>이란 자체 영화를 들고 화려한 입문에 성공했다. 아프리카 내전 등 심각한 주제를 다룬 정통 극영화를 가져온 넷플릭스를 보는 토론토 현지 반응은 아연실색에 가까운 충격파였다. 허핑턴 리빙은 ‘넷플릭스가 영화산업 전체를 흔들 것’이라 제목을 달았고 월스트리트 옵서버는 ‘넷플릭스 영화 야망이 영화상영 극장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화전문매체로서 가장 권위가 높은 더 할리우드 리포트(THR)지는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토론토국제영화제 마켓을 구할 수 있을까?’라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태생인 미국마저도 넷플릭스라는 새 미디어 챔피언 발광에 눈부셔하며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전히 의심하고 부정하고 견제하며 깎아내리는 텃세도 대단하다. 그럼에도 추가로 날아든 뉴스 하나에 올 킬, 모두 무릎 꿇고 말았다. 내년에 리 안 감독이 <와호장룡 2>를 넷플릭스 영화로 선보인다는 결정타였다. 드라마도, 영화도 진입했지만 여전히 외부 전문제작사에 맡겼던 넷플릭스가 이제는 달라져 스스로 스튜디오도 가동하고 이 시대 최고 명감독까지 끌어안았다는 소식에 모두 머리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것도 중화권 시장을 사로잡을 빼어난 영화라니.

   
▲ 행여나 넷플릭스 등에 올라타 한 몫 잡으려는 자가 있다면 자제하길 바란다. 넷플릭스도 드라마, 영화에서 무던히 노력했듯이 강력한 오리지널리티, 즉 원천 자체 콘텐츠 없이는 안 된다. 너무 기대다가는 남의 집 더부살이밖에 못한다는 교훈을 아로새겨야 할 때다./사진=SBS 캡처
다시 돌아 한국으로 오면 넷플릭스 파괴력이 어디로 튈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꼴이다. 유통에 특화한 KT, 스카이라이프 같은 사업자들은 파트너십을 통한 지배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제작 기지인 지상파 방송사와 콘텐츠 프로덕션 등은 잘만 협상하면 더 많은 글로벌 유통 기회를 쥘 수 있으리라 소망한다. 세계 최강 삼성 LG 가전사들은 또 그들대로 넷플릭스 UHD 서비스 같은 첨단 기능에 기대를 걸고 스마트 TV 시스템 사업 확장을 쳐다본다. 그렇게 넷플릭스 수혜주라는 기사도 떴지만 정작 각자도생, 저마다 고민도 가득하다.

넷플릭스가 한국의 2549(25세~49세)라는 황금시청자층을 모조리 빼앗아 버릴 할리우드 스타일 문화마케팅 신통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미디어산업 안방을 죄다 내어주고 결국 미국과 중국이 힘 겨루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한 가운데 고립될 우리네 방송사, 영화사들 광경을 불안하게 내다보는 정부, 학계 관계자들도 꽤 있다.

넷플릭스 소동 같은 기이한 풍경을 보면서 문득 1500년 전쯤 나당연합 역사가 떠오른다. 약소국 신라가 당나라와 연합해 고구려를 치고 백제를 멸한 삼국시대 국제정세 얘기다. 지금 일부 들썩이는 주가와 넷플릭스 기대감을 볼 때 마치 신라가 슈퍼파워 당나라와 손잡고 삼국통일하려 하는 기세를 느낄 수 있다. 외부 자원을 빌려 내부를 장악하는 전법이기도 하다. 그랬다가 결국 신라는 연합했던 당나라를 몰아내야 하는 핏빛 전투까지 치르고서야 삼국통일을 달성한다는 처절한 서사가 자꾸만 오버랩 되어만 간다.

어느 우리 미디어 기업도 그럴지 모른다. 신라처럼. 내수 시장을 우선 통일하려 넷플릭스와 연대하고 그 다음 다시 할리우드나 외국산 콘텐츠 브랜드를 몰아내려 전쟁 같은 경영을 해야만 하는 신탁을 좇으려 할 것 같다. 이런 불확실성이 비등한 가운데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 진입을 공식 선언했으니 상황은 더욱 어지러워져만 가고 있다. 한 동안 난타전과 눈치 끝판 탐색전이 가열될 전망이다.

삼국시대 나당연합 기억이 보기마다 다르겠지만 분명한 건 더 큰 기회를 잃었다는 상실감이다. 넷플릭스와 그 친구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오직 ‘플러스 섬’만을 대망하길 바란다. 기존 시장 파이를 재편하기만 하는 제로 섬 시장지배나 통일은 덧없다. 더 다지고 더 키우고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는 미디어 산업혁명 수준 시대정신이라야 서로에게 득이 될 수 있다.

행여나 넷플릭스 등에 올라타 한 몫 잡으려는 자가 있다면 자제하길 바란다. 넷플릭스도 드라마, 영화에서 무던히 노력했듯이 강력한 오리지널리티, 즉 원천 자체 콘텐츠 없이는 안 된다. 너무 기대다가는 남의 집 더부살이밖에 못한다는 교훈을 아로새겨야 할 때다. /심상민 성신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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