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중국도 앞질러…다른 길 가는 한국경제 국제사회 평가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이하 S&P)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전격적으로 상향조정(A+에서 AA-로)했다. 지금껏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더블A 마이너스 등급 이상을 받은 나라는 주요 20개국 중에서 8개 나라에 불과하다. 이번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역대 최고 등급을 획득했고 평균 신용 등급이 일본, 중국보다 높아졌다.

S&P는 국가신용등급의 상향 이유로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대외건전성 및 성장률을 꼽았다. S&P가 추정한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3%, 여기에 은행 해외차관의 만기가 연장된 점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와 공격적인 통화정책 완화로 인해 각국의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한국경제 펀더멘털에 대한 국제사회 평가가 올라갔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둔화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한국이 신흥국과 구별되는 길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이다. 증권가는 “예상했던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고 당정 및 정치권에서는 고무된 분위기로 맞았다.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상승,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 한국기업을 바라보는 해외투자자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해외차입비용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률 취업률 등의 채용시장, 수익률, 이익증가율 등 기업이 처한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 가계부채, 국가채무, 기업부채 등은 지금처럼 리스크 관리에만 주력하면 된다. 정부는 대외적인 위험요인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민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사진=미디어펜

문제는 이제부터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의 수출 비중이 큰 중국 경기가 계속 둔화되고 있다. 수출악화에 내수부진이 심화되는 등 국내 실물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부진, 내수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 우리나라 제조업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현대차 근로자 평균임금은 9700만원으로 미국 자동차 업계보다 5배 높지만 생산성은 절반 수준일 정도다. 기업투자는 국내보다 해외로 우선시되고 청년실업, 좀비기업의 문제는 미해결 상태다.

가계부채, 국가채무, 기업부채 등은 지금처럼 리스크 관리에만 주력하면 된다. 정부는 대외적인 위험요인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민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가신용등급은 하나의 지표일 뿐이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업규제에 대한 쇄신과 수도권규제 혁파, 노동개혁 등을 완수해야 한다.

지금은 기업들이 투자 리스크를 회피하면서 보수적인 경영을 하도록 장려할 때가 아니다. 아직도 존재하는 별의별 칸막이 규제로 인해 기업의 혁신은 가로막혀 있고, 대외수출경쟁력 악화와 정치리스크 또한 여전하다. 창조경제, 경제활성화 뿐만 아니라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국회는 결자해지(結者解之)하여 기업자유, 노동유연성을 확충하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대대적인 투자 및 고용에 나서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 상승,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장기적으로 한국경제, 한국기업을 바라보는 해외투자자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해외차입비용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 사진은 우리나라의 대표기업 삼성전자 전경./사진=미디어펜

본질은 기업, 국민의 창발성 및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지난 공무원연금개혁에서 불거졌다시피 지금의 노동개혁 공론화 과정도 마찬가지다. 귀족노조 등 일부 기득권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타협을 넘어서서, 기업이 자유로이 자사의 성장잠재력과 노동생산성, 일자리 확대를 함께 끌어올릴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