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특기를 선보이려고 시계를 만들었다가 유치장에 갇힌 무슬림 고교생에 대한 사연이 미국을 터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시계를 만들었다가 폭탄제조 테러 용의자 취급을 받은 미국 무슬림 고교생 아흐메드 모하메드(14)에게 격려가 쏟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시계를 직접 구경하고 싶다면서 모하메드를 백악관에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페이스북 본사에서 모하메드를 직접 만나고 싶다는 글을 썼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학생을 테러 용의자로 의심한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혐오증)를 잠재우기 위해 미국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해당 사건을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한 경찰은 모하메드에게 가짜 폭탄 제조 혐의로 기소하려던 계획을 바꿔 16일 오후 무혐의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신문인 댈러스 모닝 뉴스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인근 위성 도시 어빙의 매카서고등학교 9학년(한국의 고교 1학년)인 수단 이민자 출신 가정의 모하메드는 지난 14일 취미로 집에서 만든 시계를 학교에 가져갔다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다.

시계를 폭탄으로 인지한 교사가 경찰에 신고해 수갑을 차고 청소년 유치장에 갇혔다가 풀려난 것이다. 학교는 그에게 사흘간 정학 처분까지 내렸다.

중학교에서 로봇 조립에 재주를 보인 모하메드는 새로운 선생님들에게 자신의 특기를 보여주기 위해 전날 밤 시계를 만들어 기술 교사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그러나 시계를 보고 칭찬한 한 교사는 모하메드에게 “다른 선생님에게는 시계를 보여주지 않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후 수업 시간에 알람이 울린 모하메드의 시계를 본 다른 교사는 ”폭탄 같다"며 학교 교장에게 보고했다.

경찰에 신고한 교장은 모하메드에게 자세한 진술서를 쓰지 않으면 학교에서 쫓아내겠다고 위협했고 경찰의 집중 추궁에도 모하메드는 “시계를 만들려고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해당 시계를 위험하다고 볼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도 모하메드가 시계 제작과 관련해 전모를 털어놓지 않았다면서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학교와 경찰의 처사에 모하메드의 부모와 이슬람계 미국인 공동체는 분노를 표출했다.

북부 텍사스 지역 무슬림 공동체는 대표적인 무슬림 차별주의자인 베스 밴 듀언 어빙 시장의 태도가 보수적인 텍사스 주의 정서상 학교와 경찰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모하메드는 "우리는 이러한 인종적인 불평등을 멈추고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힘을 합쳐 저지할 수 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