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식자 옹호하는 피식자의 황당 논리…포털 감싸기 충성경쟁 꼴불견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인터넷 언론사들의 포털 옹호가 점입가경이다. 포식자에 가까운 포털을 피식자에 가까운 언론이 생각해주는 꼴이 어이가 없다. 언론사 생사여탈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털에 무슨 충성경쟁이라도 하듯 이런 논리 저런 논리 갖가지 궤변으로 포털을 감싸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 꼴불견도 이런 꼴불견이 없다. 생각이 없는 것인지, 밥줄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러나 말은 되게 해야 하지 않나.

대형매체, 중소매체를 가리지 않고 포털 편을 드는 현재의 코미디 같은 모습에서 가장 웃기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포털 길들이기’ ‘포털 때려잡기’라는 프레임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해 새누리당이 “또 시작”한다는 투다. 그 사례로 SBS 보도국에서 만들었다는 ‘스브스뉴스’ 기사를 보자. 이 매체는 여당의 포털 잡기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며 대선을 앞둔 2007년과 2012년, 또 지방선거를 앞둔 2009년, 2013년에도 ‘정치편향’이란 같은 문제로 포털 임직원을 불러다 호통 쳤다고 고자질하듯 기사를 내보냈다.

이런 식의 주장은 과연 진실일까. 미디어오늘을 비롯한 스브스뉴스같은 매체들 주장대로 포털 길들이기, 포털 때려잡기라면 거의 10년 가까이 새누리당은 포털을 길들이지 못하고 때마다 억울함만 호소하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이 포털을 길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무능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이 정말로 포털을 때려잡았다면, 포털을 조금이라도 길들였다면 야당은 그동안 가만히 있었을까. 종편에 출연한 패널들 발언 하나 하나까지 감시하고 “편파 발언”이라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하기 바쁜 야당이, 길들여지려는 포털을 그대로 놔두었을까. 만에 하나 그런 조짐이 조금이라도 보였다면 아마도 야당이 먼저 나서서 포털을 때려잡으려 했을 것이다. 그만큼 현재 포털의 모습에 야당은 만족한다는 의미이고, 이것은 새누리당의 “포털의 뉴스 편집이 편향됐다”는 10년 가까운 호소가 터무니없는 허튼소리는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포털에 무시당해온 여당에 ‘포털 길들이기’ 엉뚱한 프레임 뒤집어씌우는 언론

16일 새누리당 측이 주최한 ‘포털 뉴스의 오늘과 내일’ 긴급 토론회에 네이버와 다음 카카오 측 인사들이 바로 전날 불참을 통보한 사실도 하나의 방증이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국감준비와 패널이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돌연 불참을 알렸다고 한다. 사전에 참석을 약속해놓고 무엇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는지 몰라도 자신들 마음대로 참석하지 않은 것이다.

예의도 없고, 포털 논란에 국민적 관심사가 집중된 점을 봐서 공적 책임의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렇게 무례하고 제멋대로 불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미디어오늘은 이 모습을 두고 “국정감사 시기에 집권여당 대표까지 참석을 예고한 토론회에서 네이버·다음이 ‘보이콧’을 통보한 일은 이례적”이라며 “이를 두고 ‘여당 측의 질타와 포털의 해명’으로 진행될 토론회에 참석해봤자 실익이 없다는 판단과 함께...이날 포털사의 토론회 불참에 여당 인사들은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고 기사를 썼다.

   
▲ 16일 '포털 뉴스의 오늘과 내일'이라는 긴급 토론회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의도했든 안 했든 중립적 정보의 흐름을 결과적으로 왜곡한다면 국민이 왜곡된 시각을 갖게 될 우려가 크다"며 "포털이 '악마의 편집'을 통해 진실을 왜곡하거나 과장된 기사를 확대 재생산함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사진=미디어펜
그토록 민감하고 어려운 자리라는 국정감사 시기에 포털은 여당 대표와 정부 측 인사가 참여하는 예정된 토론회를 바로 전날 “못 가겠다”고 통보할 만큼 배짱이 두둑하다. 미디어오늘조차 ‘이례적’이라고 하지 않나. 여당 인사들이 적잖이 당황했다고 전하지 않나. 이게 포털과 10년 전쟁 중인 여당의 모습이고, 길들여지지 않는 포털의 오만한 현재 모습이다.

만일 야당이 주최하는 토론회였다면 어땠을까. 네이버와 다음이 과연 이런 식의 똥배짱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감히 단언컨대, 야당 주최 토론회였다면, 그것이 포털에 불편한 주제의 토론회였더라도 어떻게든 참석했을 것이다. 여당에는 절대 길들여지지 않는 포털, 그러나 굵직한 선거 때마다 야당으로부터 정치적 편향성만큼은 지적받지 않는 포털, 이게 포털의 정치적 위치와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놈의 포털 길들이기이고, 때려잡기인가. 언론들이 이런 프레임을 여당에 뒤집어씌우는 것 자체가 포털에 대한 과잉충성이고 일종의 정치적 음모다.

‘포털 길들이기’ 프레임은 포털에 종속된 언론의 ‘여당 때려잡기’

포털 규제가 창조경제를 해칠 수도 있다는 이데일리와 같은 언론의 포털 옹호 논리도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다. 아이디어 하나로 시장에 뛰어든 중소업체들이 포털의 베끼기, 아이디어 도용에 무너진 사례들을 모르고 하는 소리인가. 그런 심각성이 제기될 때마다 포털은 자신들 책임이 아니라며 무책임한 발뺌만 해왔다. 그렇게 중소업체, 벤처기업들이 쓰러져가는 동안 국내시장을 독식해간 포털은 정작 해외에서의 경쟁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포털이란 우물에 갇혀 클릭수 경쟁이나 하는 언론의 질적 저하도 이런 포털의 심각한 부작용 사례의 하나이고 편향성 논란은 그중에서도 더욱 작은 사례의 하나에 불과하다. 아이디어의 싹이 트기 무섭게 자기 배만 불리는 포털의 이런 행태가 창조경제를 해친다? 코미디를 하자는 건가. 포털의 불공정 거래를 따지는 것이야말로 씨가 말라가는 창조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길이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 공정성 문제를 쟁점화하기 위해 토론회까지 개최하는 여당의 행동은 자칫 정부의 창조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창조경제의 기반은 인터넷 혁신경제이고 이 토대가 되는게 포털사이기 때문이다”라는 이데일리식 포털 옹호 논리가 뭘 알고 하는 주장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 풋내기 기자의 관성적 기사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포털 옹호 논리 하나가 포털로 인해 눈물짓는 수많은 중소기업체 가슴에 대못을 박는 짓이라는 것쯤은 알아야 한다. 이런 현실은 외면하고 포털 호위무사라도 된 양 포털 길들이기, 포털 때려잡기라며 여당이나 ‘때려잡는’ 노예근성의 언론들이야말로 정말로 반성해야 한다. 그럴 시간에 포털 피해자들의 억울한 사례를 기사화하기 바란다. 새누리당도 포털 뉴스의 정치적 편향성이라는 일부의 문제가 포털 전체의 심각성을 덮지 않도록 포털 개혁 바른 수순으로 해나가야 한다. 포털 때리기라는 억울한 매도는 다 당하면서, 포털에 무시나 당하는 짓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나. /박한명 미디어그룹‘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