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이 그동안 20대 총선의 ‘공천 룰’로서 강조해온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를 놓고 당내 계파간 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무성 대표가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친박(친 박근혜)계가 연일 제동을 걸자 주요 당직을 점하고 있는 비박계가 즉각 대응하고 나섰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은 전날 오픈프라이머리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친박계에도 차기 대선에 도전할 사람이 있다”면서 “지금의 대선주자는 의미 없다”고 말해 비박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대한 친박계의 반발이 일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17일 '국민공천제 추진 TF'를 긴급 소집하고 "우리는 국민공천제로 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이에 대해 김 대표는 17일 오전 7시 '국민공천제 추진 TF'를 긴급 소집하고 오픈프라이머리를 총선 후보자 선출 방침으로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소집 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별다른 토론 없이 "우리는 국민공천제로 간다"는 김 대표의 선언적 발언만 있었다. ‘국민공천제’는 오픈프라이머리라는 용어 대신 김 대표가 직접 명명한 것으로 이날 회의는 일종의 '결의 대회' 성격이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처음부터 끝까지 나의 일관된 주장은 공천권을 국민께 돌려 드리자는 것"이라면서 "저 혼자만의 주장도 아니고 수차례에 걸친 의원총회 토론 거쳐서 당론으로 채택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위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도 그렇게 주장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서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야당과 같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려고 했던 것이 어려움에 봉착한 것 같다"면서 "우리 당도 오픈프라이머리가 어려워진 상황에서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문제에 대해선 야당이 (찬성)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김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고 관철하겠다’고 한 것을 포함, 앞으로 이 문제가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김 대표의 떳떳한 얘기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플랜B’를 주문하면서 제도 도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야당에 언제까지고 질질 끌려갈 수도 없고 잘못하면 반개혁적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안 하는 것처럼 비치는 사태가 나오면 안 된다"면서 “이 문제에 대해 김 대표 입장을 분명하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친박계 의원들에 반발에 비박계는 발끈했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현 정부가 오매불망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데 당이 단합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 분란을 일으키면 누구한테 이롭겠느냐"면서 "결국 대통령에게 누가 되는 행동"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 김 대표를 흔든다면 핵심 국정 과제 협력이 불가할 뿐 아니라 당청 결별사태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일종의 경고로 분석된다.

이러한 계파 갈등의 배경은 공천권이 달려 있다는 관측이다. 비박계 일각에서는 최근 박 대통령이 참석한 대구 행사에 해당 지역 의원 12명을 전원 배제한 일, 마약 투약 전과가 있는 김 대표의 둘째 사위가 구설수에 오른 일이 일종의 ‘기획’이라고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4·13 총선 무렵이 돼도 현 정부의 임기는 1년10개월이 남기 때문에 친박계는 국정 운영에 있어 박 대통령의 퇴임 후까지 생각한다면 총선에서 최대한 현 정부를 지켜줄 보호막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픈프라이머리 반대가 '박근혜 키즈'의 총선 진입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대 계파가 어느 한 쪽이 끝내 물러설 때까지 마주보고 달려드는 ‘치킨게임’ 양상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정기국회 중 당분간은 계파간 갈등이 격화되지 않을 전망이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김재원 의원은 윤 의원의 발언을 겨냥해 "박근혜 정부가 이제 겨우 반환점을 돌아섰는데 저까지 차기 대선주자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않고 특별히 의미도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차기 대권주자 조사 등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김 대표를 공격하는 등 계파 갈등을 조장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윤 의원도 이날 "지금 대선주자가 의미 없다는 건 김 대표가 안주하지 말고 더 노력해야 한다는 뜻이지 김 대표 불가론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오픈프라이머리 수용 불가 입장은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기국회 종료와 함께 내년도 예산이 처리되는 12월2일 이후 계파 갈등이 본격화될 개연성이 크다. 청와대 및 정부에 포진한 친박계가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이 내년 1월13일임에 따라 그전까지 판을 흔들고자 하는 정치 공학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한 의원도 "정기국회에 싸우면 공멸의 길로 가기 때문에 자제하다가 그 이후에는 심각한 내홍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