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체제 추종 동조·온갖 국책사업 발목 사회갈등 야기
   
▲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자유민주주의원리에 따라 사회갈등을 해소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해방이후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6·25전쟁으로 민족상잔의 아픔과 전쟁의 폐허로 인하여 엄청난 어려움을 겪었다. 그 후 우리는 급속하게 산업화를 이루면서 경제발전을 하였고, 민주화를 통하여 자유민주국가로 일신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민주화될수록 오히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은 빈번해지고 심화되고 있다. 또한 헌법이 자리를 잡고 실정법체계가 구축되어도 '떼법’이니 '국민정서법’이니 하면서 말도 안 되는 억지가 법치를 무너뜨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이제 거의 남아있지 않은 분단국가이다. 더구나 그 분단은 이념을 이유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체제 속에서 70년을 보내다보니 고착되어 있다. 물론 우리나라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란 이름 아래 북한과 다각도로 교류를 모색하여 실행하고 있으나,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북한의 도발에 평화의 정착이나 통일의 길은 어렵고도 험난하다. 이런 한반도의 대치 속에서 국내의 이념적 논쟁이 사회 각 분야에서 대립과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 우리 사회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한 여러 사건들을 보면 사건발생의 원인이나 이유를 다양하게 찾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거나 관련 실정법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주장이나 이익에만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국민의 인권의식의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국민은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다. 아무리 '유전무죄 무전유전’,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냉소적인 표현이 회자되고 있어도,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하였고 과거보다 발전한 사법보장체제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권리침해나 불이익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25년이 넘은 헌법재판소의 활동으로 헌법이 국가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과거처럼 공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이렇게 법과 제도가 발전하고 있지만, 국민의 의식 속에는 여전히 국가에 대한 불신과 이로 인한 법과 제도에 대한 불신, 그리고 이를 집행하는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게 남아있다. 그러다보니 인권과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가공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집회와 시위는 거의 필수불가결한 행사처럼 되고 있다. 그 와중에서 집단의 힘을 이용한 떼쓰기나 국민의 정서에 호소하여 힘과 감정을 동원하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것을 악용하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갈등과 혼란을 야기한 여러 사건들을 보면 사건발생의 원인이나 이유를 다양하게 찾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는 명분 아래에서 적법한 절차를 밟지 않거나 관련 실정법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주장이나 이익에만 매몰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동안 이런 사건들이 국가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가져야 결과적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가거나 국익을 훼손하는 경우를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사건들을 대표적으로 보면 국가의 중요사업이었던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선정사건이나, 새만금 간척사업, 천성산 터널공사, 낙동강 하구 명지대교 건설사업, 계룡산국립공원 터널공사,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 등이 있다. 이 사업들은 개발과 환경보전이라는 서로 다른 가치로 인하여 국민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들은 환경과 함께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책사업이었기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환경단체를 위시한 일부 시민단체의 반발과 소송의 청구로 인하여 사업이 지연되면서 국가재정의 엄청난 손실을 초래하였다.

비단 이런 국책사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는 다양한 소재가 있다. 그 중에서도 이념갈등은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 중에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국제정치의 역학관계 속에서 분단되어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이란 민족상잔의 아픔도 경험하였고, 그 이후에도 북한의 수많은 도발 속에서 군사적 대치를 하고 있는 분단국가이다. 물론 1970년대 이후 남북 간의 교류와 경협을 통하여 한반도 평화와 미래의 통일을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이념의 차이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단지 사상의 자유만 주장하면서 북한의 체제를 추종하거나 동조하는 것은 우리 법질서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지속적으로 사법개혁을 추진하였고 과거보다 발전한 사법보장체제가 구축되어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권리침해나 불이익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25년이 넘은 헌법재판소의 활동으로 헌법이 국가의 중심에 자리 잡으면서 과거처럼 공권력의 자의적인 행사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 사회의 이런 모습들은 권위정부의 시대를 거치면서 민주화를 축구하였던 과정의 선상에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과격하면서 과잉된 모습이 진정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고 있다는 것은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대방을 도외시하고 자신의 주장만 전개하는 것이나 법과 절차에 따르지 않고 오직 다수의 힘만으로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가 요구하는 방식은 아니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은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즉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야만 사회공동체가 성립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기본질서는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에 근거하여 구체화한다. 우리 헌법이 표방하는 기본이념과 기본원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이다. 이 중에서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에 기초하는 국민의 자기 지배적인 정치원리이다. 민주주의는 국가가 국민에 의하여 지배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민주권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 헌법에 있어서 기본원리는 민주주의와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치주의이다. 물론 사회권을 보장하고 사회보장과 사회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국가원리도 헌법상 기본원리이지만, 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전제되지 않은 한 사회국가원리는 구체화되기 어렵다.

우리 헌법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명시하고 있지는 않으나, 민주공화국이라고 하든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등의 표현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헌법은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제도와 지방자치제도 등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다양한 규정을 두고 있다. 또한 다수결원칙에 기초한 의사·의결정족수, 회의공개원칙과 재판공개원칙 등을 규정하여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의사결정원칙, 절차의 투명성 및 공정성 등을 확립하고 있다. 나아가 헌법은 자유권과 참여권 및 절차적 기본권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민주주의의 실현방법을 규정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란 두 가지 가치를 이념적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평등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자유의 보장을 통하여 실현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주의를 추구하는 인민민주주의에 대응하여 오늘날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라고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제도를 통하여 정치체제를 구성하고 국민이 국가운영에 평등하게 참여하는 민주주의이다. 소위 참여민주주의는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지 않으면 실현될 수 없는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에 있어서 다양성도 자유로 인하여 가능한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자유는 무제한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책임과 의무가 수반되는 자유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이나 혼란은 자유에 따르는 책임을 무시하거나 자유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서 평등을 오직 평등에만 국한하는 것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견해만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존재를 부정하는 반민주적인 독선이다.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하고 사회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자유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의사결정은 대화를 통하여 합의를 도출하고,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면 다수결원칙에 따른다. 물론 무조건 다수의 의사가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국가의 법질서에서 소수의 보호를 위한 다양한 방법이 마련되어 있다.

   
▲ 우리나라 기본질서는 국가 최고규범인 헌법에 근거하여 구체화한다. 우리 헌법이 표방하는 기본이념과 기본원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이다. 이 중에서 민주주의는 자유와 평등에 기초하는 국민의 자기 지배적인 정치원리이다. 민주주의는 국가가 국민에 의하여 지배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국민주권원리에 기초한다. 국민의 대표인 대통령은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책무를 지닌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갈등은 법제도의 미비나 국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정책결정의 문제도 있지만, 법질서를 무시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주장만 관철시키려고 한 것에 기인하는 바가 더 크다. 언론의 자유나 집회의 자유도 다른 사람의 자유를 침해한다면 더 이상 자유로 보장받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들의 자유를 인정하면서 민주주의는 시작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국민 전체의 자유와 권리에 우선할 수 없다. 사회적 갈등은 자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의 법질서 내에서만 자유가 인정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사회적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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