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새민련 60년 역사는 갈등과 분열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환갑은 우리나라 나이로 예순한 살에 맞는 생일이고 만으로 따지면 예순살이다. 흔히 회갑(回甲)·주갑(周甲)·갑년(甲年)·환력·환갑(換甲)이라고 표기하기도 하고 화갑(華甲)이라고 미화해 쓰기도 한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환갑을 인생에서 크게 경하해야 할 것으로 여겨 큰 잔치를 베풀었다. 환갑날에는 환갑을 맞는 본인은 물론 그 가족이며 직계 자손도 의복을 갖춰 입고 성대한 잔치를 치르러 노력한다.

학계에서는 스승의 환갑이 문하생과 제자들에 의해서 베풀어지고 예능계나 기술계·종교계, 그리고 특수집단에서는 지도자나 두목의 환갑이 사사자(師事者)·계승자·도제(徒弟)·추종자에 의해서 치러진다.

분야를 막론하고 환갑은 축하하고 축하 받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금은 옛말이 됐다. 사람들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인생 60은 청춘이다. 웬만한 자리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 나이다. 그런데 웬 뜬금없는 고리타분한 환갑타령이냐고?

   
▲ 문재인 대표도 안철수 의원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싸움이다. 안철수 의원이 지적하듯 ‘혁신으로 포장한 기득권’에 밀리면 모처럼 ‘자기 정치’ 목소리를 낸 안 의원으로서는 대권은 고사하고 정치인생을 접어야 할 판이다. /사진=미디어펜
대한민국 제 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 지난 18일 환갑을 맞았다. 문재인 당 대표는 기념식에서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 10년은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룬, 대한민구의 황금시대였다”면서 “이는 우리 당의 자랑스러운 역사이고 유산이지만 오늘 우리 현실은 그 역사 앞에 부끄럽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가 낯간지럽게 황금시대라고 말하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접어 두자. 황금시대가 아니라 황금을 동으로 엿 바꿔 먹은 시대나 다름없으니. 다만 문재인 대표가 그렇게 자랑스러워 하는 당의 환갑 잔칫날 그는 왜 ‘부끄럽다’고 자인했을까?

문재인 대표가 부끄럽다고 한 것은 지금 찢어지고 발겨지는 당 내분과 갈등·분열만을 빗댔다면 잘못이다. 민주당 첫 기치를 내건 건 1955년 9월 18일 신익희, 조병욱, 장면 등이었다. 이후 민중당, 신한당, 신민당, 신한민주당, 통일민주당, 민주당, 새정치국민회의, 새천년민주당, 열린우리당을 거쳐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이 탄생했다.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그때그때 바꾼 간판 만 11번째이다.

당 대표는 2000년 이후 40여회, 2007년 대선 이후 8년 동안 17번째 바뀌었다. 그렇다. 이게 대한민국 제1야당인 현재 새정치민주연합의 이력이다. 대충 짐작이 가시겠다. 현재의 분열상과 갈등·내분은 지금의 문제가 아닌 뼛속까지 길들여진 채 핏줄을 타고 흐르는 DNA라는 것을.

이만하면 문재인 대표는 부끄러워 하지 않아도 된다. 안철수 대표와 등지고 당을 박차고 나간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신당을 준비하고 주류 아닌 모두가 반대하는 재신임 문제는 당 이력으로 봤을 때 당연한 것이다.

   
▲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60주년 기념식이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문재인 대표(왼쪽에서 일곱번째)가 뿌리당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안철수 의원은 혁신안을 ‘혁신인듯 혁신 아닌 혁신같은’안에 반발하며 문재인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며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가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호남 소외에 불만을 품고 지난 4·29재보선에서 무소속으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하여 당선됐다. 천정배 의원은 “야당에 만족하는 새정치연합으로는 새로운 대한민국,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새판을 짜야 한다"며 신당창당을 선언했다.

문재인 대표에게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은 눈엣가시인 동시인 계륵같은 존재다. 이런 안철수 의원과 천정배 의원의 만남이 이어지니 문재인 대표로서는 심기가 불편하고 가시방석에 앉은 심정일 것이다. 안철수 의원 측근은 “탈당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연일 문재인 때리기에 나서며 묘한 ‘갈지 자(之) 행보’를 하고 있는 시점에서 의혹의 눈초리를 뗄 수 없다.

문재인 대표도 안철수 의원도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싸움이다. 안철수 의원이 지적하듯 ‘혁신으로 포장한 기득권’에 밀리면 모처럼 ‘자기 정치’ 목소리를 낸 안 의원으로서는 대권은 고사하고 정치인생을 접어야 할 판이다.

재신임이라는 당내 쿠데타에 가까운 극약처방 카드를 빼든 문재인 대표의 속내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문 대표는 비주류가 계속 그의 발목을 잡고 흔들고 있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당을 일거에 장악해서, 반대파들의 공세를 차단하고, 당을 자기 마음대로 이끌어 가겠다는 마지막 승부수다.

하지만 분위기는 딴판이다. 벼랑으로 몰린 문재인 대표가 선택한 마지막 승부수가 오히려 자신의 목을 겨누는 꼴이 됐다. 문재인 대표는 친문 세력으로 짜여진 최고위원회의 재신임안 철회조차 거부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회는 공동운명체다. 대표가 불신임을 받으면 최고위원회도 자동 불신임으로 해체된다. 이런데도 최고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의도는 뭘까? 두 가지다. 첫째는 최고위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최고위원회는 심심찮게 문제를 일으켜 왔다. 어쩜 이건 최고위 스스로가 문 대표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당원들의 투표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의 생사여탈권을 당 대표가 쥐고 있는 것으로 착각한 데서 비롯된다. 당 대표도 최고위원들의 직위를 마음대로 좌우할 권한은 원천적으로 없다. 없는 권한을 행사하려니 갈등이 일어나는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최고위의 재신임안 강행 반대에 이어 비주류 8인의 반대 성명이 이어졌고, 17인 중진들의 반대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고 재신임안 강행을 택했다. 비주류뿐만이 아닌 주류들조차 걷어 찬 셈이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에는 60년간 이어져 온 DNA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 갈등은 깊어지고 분열은 확산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속내는 아직까지 불명확하다. 한때 ‘간철수’라고 불리기까지 했던 안철수 의원의 간보기는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천정배 의원과 만남을 앞둔 안철수 의원이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잃어버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다. 문재인 대표의 타협없는 고집은 결국 이웃을 다 버린 채 자기 식구들만의 도피처가 될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 천정배 의원과 손을 잡는다면 또다시 지분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자랑스럽게’ 환갑을 맞은 새정치민주연합의 갈등과 분열의 드라마가 어떤 식으로 막을 내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