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SBCNBC 캡처

[미디어펜=이서영 기자] 서울과 부산 시내면세점 4곳의 연말 재입찰을 앞두고 이달 25일까지 특허신청이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유통 기업들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재입찰 대상은 롯데면세점의 서울 소공점·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서울 광장동 워커힐 면세점, 신세계그룹의 부산 파라다이스점 등 4곳으로 워커힐은 11월, 나머지 3곳은 12월 특허가 만료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기업들은 이번 주 초 재입찰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면세점 업계의 최강자인 롯데는 강력한 '수성(守城)' 전략이지만 신세계그룹은 수성과 더불어 '공성(攻城)'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외에 SK네트웍스는 워커힐 수성에만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가타부타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근거지인 서울 강남을 후보지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작지 않다. 변수는 면세점 신규 진입을 선언한 두산으로, 이번 연말 재입찰 쟁탈전을 달구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10년마다 자동 갱신되던 면세점 특허가 2013년 관세법 개정으로 5년마다 특허권을 놓고 신규 지원 업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걸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1979년 소공점, 1988년 롯데월드점을 개장한 뒤 35년간 면세 사업을 하면서 국내 면세시장의 터줏대감을 노릇을 해온 롯데 역시 시험대에 올라야 한다.

특히 형제간 경영권 다툼 와중에서 불거진 일본기업 논란 등으로 이미지에 큰 타격이 가해진데다 특혜산업이라고 할 면세점 특허를 롯데에 줘선 안 된다는 여론이 급속히 퍼진 탓에 롯데는 위기를 맞고 있다.

작년 기준으로 롯데 소공점은 2조원, 롯데 잠실 월드타워점은 6천억원의 매출을 올린 곳으로 롯데로선 두 곳 모두 놓칠 수 없다. 더욱이 제2롯데월드가 완공되면 월드타워점도 소공점 수준의 매출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수성에 필사적이다.

경영권 분쟁 끝에 한국과 일본 롯데의 '원톱'으로 자리매김한 신동빈 롯데회장은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에 강한 의지를 비쳤다.

신 회장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기관 국정감사에서 "롯데면세점은 가장 경쟁력 있는 서비스 업체로, 서비스업의 삼성전자라고 생각한다"며 "특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면세점은 쉽게 돈 벌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국민의 지지와 응원이 필요하다.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이로볼 때 롯데는 기존 면세점 두 곳을 지키려고 최소 2개 이상의 특허권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가 서울의 SK네트워스 워커힐과 부산의 신세계 파라다이스점에 특허를 신청할 수도 있으나, 그로인해 독과점 논란이 빚어지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거의 그렇지 않다.

그러나 롯데는 경쟁업체들의 강한 도전에 맞서야 한다.

15년 만에 올해 실시된 서울 시내 2곳의 신규 면세점 경쟁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신 신세계는 그동안 절치부심해왔으나, 재입찰 특허 쟁취는 신규 면세점 확보보다 몇 배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신세계는 21일 입장을 최종 정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내부에선 면세점 신규 진출을 위한 준비가 돼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롯데의 소공점과 월드타워점 쟁탈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파라다이스점을 수성해야 함은 물론 서울 시장을 공략하자는 것.

여기에는 롯데면세점이 버거운 상대이긴 해도, 신규로 면세점 허가가 나지 않는 상황에선 특허 재입찰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 면세점 영토를 넓혀 가야 한다는 논리가 깔렸다.

신세계 본점의 명품관을 내세워 롯데면세점 소공점을 대체하겠다고 호기롭게 나설 수도 있고 롯데의 월드타워점을 겨냥해 강남점 개설 계획을 낼 수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재도전 의지를 밝히지 않았으나, 이미 면세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해온 만큼 지난 신규 면세점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강남을 후보지로 정하고 사업 계획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SK네트웍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워커힐 면세점 이외에 추가적인 면세점 사업 확장에 나서지 않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두산이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연말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경쟁에 출사표를 던진 두산은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 협의회와 상생협약을 맺고, 두산타워(두타)가 후보지로 정했다.

두산은 유커(중국인 관광객)가 많이 찾는 동대문 카드로, 명동의 롯데 소공점을 공략한다는 계산을 하고 있어 보인다.

재계에선 두산이 면세점 진출을 계기로 유통사업에 재진출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재입찰은 겉으로 보면 조용하게 진행되는 듯하지만 수성과 공성 모두 전투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기존 유통업체 이외에 두산이 다크호스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무부처인 관세청은 연말 면세점 재입찰에 부쩍 신경을 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롯데는 작년 매출 기준으로 면세점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 독과점을 하고 있고 '롯데=일본 기업' 논란으로 여론이 악화된 탓에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심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으로 롯데의 아성에 도전하는 여타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최대한 부각시켜 승기를 잡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하더라도 2월 11일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롯데가 매장 절반가량을 휩쓸었고 같은 달 27일 제주시내 면세점 운영권도 차지했으며 3월 21일 만료된 서귀포 롯데면세점의 특허도 다시 롯데가 가져간 걸 부각시키며 '노(no) 롯데' 전략을 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 재입찰 전이 가장 뜨거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모두 쟁탈전에 나서고, 롯데가 강한 의지로 맞서는 형국이 조성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