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언론노조의 공영방송 흔들기 꼼수…실패할 수밖에 없는 패착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공영방송 이사장들이 요즘 야당과 언론노조 공세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은 개인용무를 공무인 것처럼 꾸며 1100만원의 공금을 유용했다는 언론노조 공세에 시달리고 있고,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은 2013년 1월 우파단체 신년하례회 모임에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했다고 문 대표로부터 명예훼손 형사고소와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당했다. 야권의 이런 모습은 솔직히 말해 민망하기 짝이 없다.

이인호 이사장이 누군가. 필자가 굳이 그의 이력을 줄줄이 나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의 형편이 사비로 가야할 것을 KBS 공금을 유용해 출장인 것처럼 꾸며 갈 정도인가, 아니면 초청강연을 갈 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할 정도로 그가 허접한 학자인가. 사실 여부를 떠나 이인호 이사장을 ‘공금유용 의혹’이란 프레임으로 흔들어보겠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다. KBS언론노조 본인들은 안 그렇겠지만 일반 상식인들이 보기에 이 얼마나 설득력 떨어지는 주장인가.

이인호 이사장으로서는 다른 문제도 아니고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제기 자체가 대단히 모욕적일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게 언론노조의 노림수다. 이 이사장을 어떻게 공격해야 흔들 수 있을지 고민해왔을 KBS언론노조가 선택한 방법이 이것이란 얘기다. 학자로서, 또 한 개인으로서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과 평판, 인격에 흠집을 내고 모욕을 줄 때 이인호 이사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인호 이사장을 흔드는 것 자체가 목적이니 설득력이야 있든 없든 노조에겐 상관이 없다. 어떻게든 갖다 붙여서라도 공금유용 의혹 따위를 제기하고 흔들기를 계속 하는 것이다. KBS 이사회가 구성되면서 언론노조는 지금까지 계속 이사회를 흔들어왔다. 그중에서도 핵심 인물만을 골라 공격해왔다. 조우석 이사를 극우프레임으로 한창 두들겨 팼고, 박원순 시장 아들 병역의혹을 주도하는 차기환 이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사회에서도 핵심 인물이다. 야권이 두고 볼 리가 없다. 헛웃음마저 나오는 공금유용 의혹이 왜 나왔는지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 공영방송 이사장들이 요즘 야당과 언론노조 공세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KBS이사회 이인호 이사장은 개인용무를 공무인 것처럼 꾸며 1100만원의 공금을 유용했다는 언론노조 공세에 시달리고 있고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은 2013년 1월 우파단체 신년하례회 모임에서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을 했다고 문 대표로부터 명예훼손 형사고소와 1억원의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당했다. 사진은 KBS노보
문재인 대표와 야당의 민낯 드러낸 방문진 이사장 형사고소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을 걸고넘어진 생뚱맞은 고소건은 또 어떤가. KBS 이인호 이사장을 흔드는 것과 마찬가지 의도에서 나온 야당의 추태다. 그런데 이 작전 역시 설득력 없는 괜한 헛짓이라는 점에서 같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성수 법률위원장은 고 이사장을 형사고소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아무런 근거 없이 이 같은 허위사실을 공표해 문재인 대표와 민주진영 전체에 대한 명예를 심각히 훼손했다” “참으로 입에 담을 수 없는 편협스러운 망언이 공영방송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의 이사장이자 새누리당에 의해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 임명된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그 누구보다 가장 혹독하고 많은 비판과 평가를 받는 위치에 있는 인물 중 한명인 야당 대표가 자신을 공산주의자라고 했다고 대뜸 형사고소를 했다. 도대체 이 행위를 어떤 국민이 상식적으로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겠나.

더구나 제1야당은 앞장서서 표현의 자유를 역설해왔다. 여권 인사들에 대한 갖은 모욕적 발언과 명예훼손 발언도 아무렇지 않게 해왔고 그걸 지적하면 “표현의 자유 아니냐”고 했던 당사자들 아닌가. 언론의 명백한 허위보도조차 그 매체가 자기들 편이라고 여기면 “언론 탄압하는 거냐”고 스크럼을 짜고 보호했다. 여성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모욕과 조롱, 막가파식 막말조차 그런 논리들로 옹호했다.

여권 인사들을 향해 툭하면 “수구꼴통” “극우 파시스트”라 손가락질하며 핏대를 세우던 모습을 국민은 오랜 세월 보아왔다. 그런데 그깟 공산주의자 발언 때문에 형사고소를 하고 1억 손해배상소송을 냈다? 새정치연합은 국민이 자신들의 모습을 과연 어떻게 바라볼까 생각이나 한번 해보고 그렇게 용감무쌍하게 행동에 나선 것인가. 아무리 대책 없는 운동권 정당 소리를 듣는 야당이지만 행위가 가져올 효과에 대해서는 한번쯤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총선 의식한 공영방송 흔들기 중단해야

문재인 대표는 작년 11월 박 대통령의 7시간 운운한 산케이 신문 기자 기소 건으로 한창 논란중일 때 외신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해 '새정치연합이 정권을 잡는다면 그런 고소를 하겠느냐'는 뉴욕타임스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언론 자유에 대한 법리·판례나 세계적인 기준과 맞지 않아서 국제적으로는 조금 창피한 일이다” “보도 내용은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해서 명예훼손으로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한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공인과 공적 관심사에 대한 비판·감시는 대단히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 거기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는 결코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우리 당이 집권하면 그런 점을 확실히 보장할 것이다” 고영주 이사장의 3년전 발언을 끄집어내 우격다짐식 형사고소를 하고 1억을 배상하라는 강짜를 부리는 당사자가 한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그럴싸한 말 아닌가. 문 대표와 야당에 대해 많은 국민이 여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중적 태도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인호 KBS 이사장과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야당과 언론노조의 공격이 심심해서라고 생각할까. 많은 이들은 야당의 이런 모습을 내년 총선과 더 나아가 그 다음 해의 대선과 연관 지어 생각한다. 그 점은 아마도 야당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별로 얻을 것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공격하고 압박하고 자충수를 두는 것은 그만큼 야당의 초조감을 드러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얼마나 자신이 없으면 이런 식으로라도 공영방송을 압박할 필요를 느꼈을까, 국민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온갖 종류의 정치인과 정치행위를 겪으면서 정치9단이 된 국민이다. 야권이 왜 공영방송 이사장들을 모욕주고 소송전을 걸고 하는지 그 속내를 모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그래서 패착이라는 것이다. 이인호, 고영주 이사장 역시 야권의 이런 식의 지질한 공격에 쉽게 흔들리는 인물들이 아니다. 결론적으로 야당과 언론노조는 악수를 두었다. 이런 식의 야비한 잔꾀로 공영방송을 흔들려는 더티한 의도는 반드시 실패하고야 말 것이다. /박한명 미디어그룹‘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