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다음카카오가 23일 회사명을 '카카오'로 바꾸고 임지훈(35) 신임 대표이사 단독체제로 새롭게 출항했다.

카카오가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중대한 전환기를 맞는 셈이다. 다음카카오는 이날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임지훈 내정자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아울러 사명을 '카카오'로 변경하는 안건도 원안대로 처리했다.

임 신임 대표는 카이스트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뒤 NHN 기획실, 보스턴 컨설팅 그룹 컨설턴트를 거쳐 소프트뱅크벤처스 수석심사역을 지냈으며 2012년부터 투자전문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 대표이사를 맡아왔다.

임 대표는 "한 달여 동안 조직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임직원들과 폭넓게 소통하며 카카오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왔다"며 "'모바일'과 '연결'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속도를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혁신 아이디어를 지원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회사 측은 이날 사명 변경과 함께 신규 CI(기업 이미지)를 공개했다. 젊고 유연한 기업 특성을 반영했으며 카카오를 대표하는 색상이자 각종 서비스로 사용자에게 친숙한 노란색을 전면에 내세웠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합병 이후 문화가 다른 두 회사와 직원들을 유기적으로 융합하고 사업을 안정화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러면서도 모든 일상을 연결하는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기업으로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각종 신사업을 펼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업계에서는 지난 1년간 카카오택시를 비롯해 카카오가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을 중심으로 내놓은 신규 서비스가 이용자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시절부터 운영해온 다음의 각종 서비스를 잇달아 종료해 이용자 불만을 낳은 점과 그토록 많은 사업을 선보였음에도 사실상 수익화로 이어지는 상품이 거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돼왔다.

   
▲ 임지훈 카카오 신임 대표

카카오가 이번에 30대의 젊은 투자가를 앞세워 단독대표 체제로 전격 전환하고 사명도 카카오로 사실상 '되돌린' 것은 안정기를 거쳐 수익으로 이어지는 모바일 동력을 본격적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임 대표는 재무나 투자 쪽에 특화한 젊은 감각의 투자 귀재로 평가받는다. 국민 게임 애니팡을 초기에 발굴해 큰 성과를 낸 이력으로 유명하며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전문 투자가인 그가 새로운 수장이 되면서 카카오가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차원에서 최근 보여온 일련의 인수합병(M&A) 움직임에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 대표의 또 다른 주요 과제는 1년이 지나도 현재 진행형인 '조직 안정화'다.

카카오는 서비스 정리, 사명 변경 등 '다음 색 지우기'에 이어 카카오 출신 중심의 조직 개편설이 나돌면서 내부 불만과 같은 잡음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에 임 대표를 포함한 각 분야 책임자로 이뤄진 최고경영진 협의체 'CXO팀'을 꾸린 것도 조직 안정화를 위한 하나의 해법으로 해석된다.

임 대표가 서비스나 대외업무 등과 관련한 경영 경험이 많지 않은 만큼 사내 노련한 인물들을 내세워 집단 경영하도록 한 것이다.

새롭게 출항하는 '카카오호' 앞에는 신임 대표 체제하에서 더욱 혁신적인 신규 서비스를 내놓아야 한다는 부담에 더해 해결해야 하는 굵직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 전문은행 인가를 준비해야 하고 사행성 논란이 불거진 웹보드 게임 사업 진출에 관한 입장 정리도 필요하다.

아울러 10월부터 시작하는 카카오 고급택시 서비스, 연내 선보일 예정이었다가 미뤄진 등 카카오오더, 타임쿠폰 등 신규 O2O 서비스 준비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시기다.

이밖에 대리운전이나 배달 애플리케이션 서비스까지 진출한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강하게 반발하는 업계와의 불편한 관계를 풀어내는 것과 최근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포털 뉴스의 편향성 논란을 해소하는 일도 또 다른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