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영재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자신의 배송지에 갈 물건을 분류하고 있다./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추석 택배 물량 하루평균 500개
점심도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끼며 정성 배달

[미디어펜=김은영 기자]일 년의 중간에 찾아오는 대명절, 추석. 추석을 앞두고 각기 사람들은 저나마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석 선물을 보낸다. 선물을 보내는 이, 받는 이 모두 즐거움 뒤에는 그들을 위해 발로 뛰어다니는 키다리 아저씨들이 있다. 바로 택배 아저씨. 연휴가 가다오면 더할 나위 없이 바쁜 그들의 하루 택배 업무를 살펴봤다.

지난 18일 경기도 고양시의 CJ대한통운 은평터미널을 찾았다.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은 새벽 6시부터 택배 배송지별 택배 물건이 각 배송지 트럭쪽으로 나눠지는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택배기사 동영재(41세, 택배 경력 5년)씨는 분주하게 택배물건을 분류하는데 허리 한번 펼 시간조차 없어 보인다.

이렇게 대략 5시간 정도 택배물량을 나누고 난후 11시 20분쯤 동씨는 트럭을 몰고 배송지역으로 간다. 점심시간이 다가왔지만 동씨는 점심을 먹지 않았다.

동씨는 "점심 먹는데 20분을 소요하면 하루 택배 물량 배송이 완료되는 시간은 1시간 30분~2시간 더 지체 된다"고 설명했다.

낮 한때 기후는 28도를 기록하는 등 뜨거웠지만 동씨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그는 "물을 마시면 화장실을 가게 된다. 결국 시간이 지체 된다"고 말하면서 땀이 나지만 여전히 무거운 물건을 들고 배송하고 있다.

연휴 전 하루 600개도 배송...체력과 정신력 그리고 시간과의 싸움

명절 연휴가 아닌 경우 평소 적게는 200개에서 많게는 400개 정도 하루에 배송한다. 그러나 명절 연휴가 다가오는 2주전부터는 평균 400개가 되며 일주일 남겨놓고는 평균 500개도 하게 된다.

동씨는 “명절 연휴를 앞두고는  500개 이상씩 할 수도 있다”며 “많게는 월 1만개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동씨는 이미 자신의 배송지 지역을 구석구석 알고 있었다. 첫 배송지에 도착하자마자 트럭에서 내려 트럭 문을 열고 물품을 꺼내 배송을 완수하러 뛰어가면서 택배를 받아야 할 사람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외출중인지 문은 잠겨 있고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자 바로 다음 배송지로 이동했다.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문이 잠겨있으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동씨는 “한 번 전화할 때 받기를 기다리며 길게 전화를 하지만 두 번 전화하는 경우는 없다”며 “부재중일 경우에는 고민 없이 바로 다른 물건을 배송하기 위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이어 동씨는 “시간을 절약해야 한다. 그래야 하루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동씨를 따라 움직이면서 동씨가 물건 하나를 배송하는데 걸리 시간을 살펴봤다.  물건 1개당 1분 안팎이었다. 5층 이상의 높은 층의 건물로 물건을 배송할때는 물리적인 거리, 물리적인 시간으로 인해 1분이 넘었지만 5층 이하로는 1분 이내 배송을 마쳤다.

동씨는 “차에서 내리는 시간, 차에 오르는 시간, 차로 움직이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내리자 마자 물건 배송은 1분 이내로 해야만 7시~8시에는 하루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건 배송이후 물건 배송 내역 등에 대한 업무 처리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물건 배송을 빠르게 끝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추석연휴가 싫은 이유...무급휴일의 무서움

명절연휴가 다가오면 평소보다 물량이 20~30% 많아지니 힘들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동씨의 걱정은 무급휴일이 긴 것이 싫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택배사들은 대다수가 용역이기 때문에 물건 하나 전달하는데에 대한 수수료를 받아서 월급을 갖는다. 일정한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빨간색 표시가 많은 날보다는 평일이 많은 달이 일하기 좋은 날이다. 월급걱정을 덜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물건 하나 배송하는데 받는 돈은 860원.

   
▲ 동영재 CJ대한통운 택배사는 양손에 물건을 들고 배송 시간을 절약하기 뛰어디니고 있다./미디어펜=김은영기자
동씨의 설명에 따라 명절 연휴가 있는 달과 없는 달을 추산해 봤다. 일반적인 일 평균 보수는 26만원이지만 연휴가 있는 달 하루 평균  수입은 50만원 정도다. 하지만 벌어드린 수입 그대로 받아가는 일은 없다. 차 기름값, 휴대폰 사용료, 트럭 유지비 등 이것저것 빠지면 평균 17만원에 불과하다.

이어 동씨는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명절연휴의 선물 택배가 많이 줄어들었다”고 토로했다. 더욱이 대체휴일제가 실시되면서 그에게서는 수입원이 더 줄어들게 되는 원인이 됐다.

그는 “연휴동안은 쉰다는 말은 일이 없어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며 “그렇기에 연휴 전에 많이 돌아다니면서 연휴동안의 업무를 미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원하는 단 하나 “응답하라”

동씨가 택배 배송을 할 때 가장 힘든 점은 무응답이라고 전했다. 하루 물량 500개를 배송하기 위해서는 시간의 단축이 필요하고, 시간단축은 곧 물건을 받는 이의 응답이 즉각적이거나 집에 있을 때다.그는 "제일 곤란할 때가 사람이 집에 없을 때, 전화를 해도 받지 않을 때"라며 "집에 없을 수 있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전화는 꼭 받아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택배배송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무응답,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불만제기가 가장 힘들다"고 답했다.

그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명절 선물의 배송이 많기 때문에 단순 물건 전달이 아니라 주는 이와 받는 이가 서로 기분이 좋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석을 앞두고는 끼니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기본적인 물 섭취량도 적어 몸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동씨는 "물건을 받고 주는이 받는이 서로 기분 좋으면 된거다"고 "그리고 그들을 위해 더 신경을 쓰고 있으며 받는 이들이 응답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