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태클’ 저자

지난주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에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론이 나오고 있다. 올해 한국의 수출이 지난해 대비 5% 안팎으로 감소가 전망되며, 국내외 연구기관들에 따르면 경제성장률은 2% 초반으로 예상된다. 이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수준이다.

세계 경기도 형편이 좋지 않다.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3% 초반으로 낮춰 잡았다. 세계경제성장률이 5년 연속 3% 초반에 머무르는 것은 IMF의 세계경제 통계발표 사상 처음 있는 일로써, 앞으로도 낮은 성장률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이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당연히 긴장감을 가지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지만 이제 지나친 비관과 비판의 늪에서 빠져나와 경제 체질을 바꾸고 혁신을 이뤄 제2의 도약을 이뤄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기라는 것은 경제 주체들의 예상의 합으로 일어나는 현상이고, 경기에는 심리적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에 지나친 비관론과 위기론은 경제를 실제로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우리나라가 위기가 아닌 적이 있었느냐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최고의 순간에 항상 ‘위기론’을 언급했었던 것처럼, 경기를 좌우하는 사업의 특성은 그런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회장직에 복귀한 2010년 3월,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10년 안에 대부분 사라질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로부터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나갔지만, 그 말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세계 시장의 M/S를 70% 넘게 보유하고 있던 기업도 패러다임 변화를 쫓아가지 못하면 한순간에 시장에서 사라져버릴 수 있다. 노키아, 모토롤라, 코닥을 기억하라. 그러나 이건희 회장이 위기론을 언급했던 이유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겁을 주기 위함이 아니었다. 언제든지 다가올 수 있는 위기를 직시하고 이를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 이제 경제는 원래 좋아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경제는 원래 좋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척도 중 하나인 20-50클럽(국민소득 2만불, 인구 5000만명)에 세계 7번째로 가입했을 정도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이제 경제는 원래 좋아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경제는 원래 좋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척도 중 하나인 20-50클럽(국민소득 2만불, 인구 5000만명)에 세계 7번째로 가입했을 정도로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다. 선진국 진입은 듣기에는 좋아 보이지만 사실상 저성장시대에 돌입했음을 의미한다. 10%에 육박했던 개발도상국 시절의 경제성장률을 떠올리며 과거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된다.

과거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나라가 그만큼 못살았기 때문이다. 따라잡기 효과가 발생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효과는 말 그대로 선진국을 따라잡을 때 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은 역대 최고 수준이며, 한중일 3국 중에서도 가장 높다. 더 이상 따라잡기 효과는 발생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2007년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아직까지도 당시 금융위기의 여파가 가시지 않았지만 발원지인 미국 경제는 나홀로 호황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탄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IMF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을 2.5%, 내년은 3%로 예상했다. 미국의 경제 규모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성장률 -2.8%를 고려하면 견조한 상승세로 볼 수 있다. FOMC가 연내 금리 인상론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경기 과열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호황에 대해 전문가들의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경제가 지식재산 시대에 부합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지식재산 산업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경시대에는 농작물 생산이, 산업시대에는 공산품 생산이 부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지식재산 시대에는 지식과 지식재산이 부의 원천이 된다. 미국 일자리의 1/4이 지식재산 산업에서 창출되며, GDP의 39%가 지식재산 분야에서 생산된다.

우리나라도 자본·노동집약 산업에서 지식재산 기반의 산업으로 체질개선이 필요하다. 글로벌 전략컨설팅 기업인 맥킨지(McKinsey)의 연구기관 MGI의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노동집약 산업인 건설·자동차·석유·화학 등의 업종은 수익성이 점차 악화되어 순이익이 총매출의 10% 미만으로 분석됐다. 반면, 한국 IT 업계의 매출은 제조업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이지만, 총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 정도로 높은 수익을 가지고 있다.

과도한 위기론이 불안감을 조장하고 경제활동을 위축시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반대로 위기에 무감각해지고 변화하는 미래에 대비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우리를 집어 삼킬 것이다. 객관적인 진단과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