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BMW 등 앞선 곱지 않던 시선, 후폭풍 시너지 우려

[미디어펜=김태우기자]독일 최대 자동차그룹 폭스바겐의 사태로 그룹 회장이 사퇴했고 전 독일 브랜드 디젤 차량들이 신뢰를 잃자 국내 수입차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18일 폭스바겐의 디젤차량 배기가스 배출량을 의도적으로 조작했다며 48만여대의 리콜명령을 내겨지자 한국정부도 국내시판중인 폭스바겐그룹 디젤차량 4종(아우디A3, 골프, 제타, 비틀)에 배기가스 배출량 재조사에 나섰다.

   
▲ 폭스바겐 7세대 골프/폭스바겐코리아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폭스바겐그룹의 주가는 폭락했고 23일(현지시각)엔 폭스바겐CEO가 사임을 발표했다.

이에 그간 강세를 보이던 독일 출신 디젤 차량들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이번 사태로 인한 파급력은 다른 브랜드들로 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입차 판매량(15만8739대)은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 넘게 늘었다. 이 가운데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등 독일 차 3사는 수입차 판매 점유율 1~3위를 싹쓸이하며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 56%를 기록했다.

이들의 마케팅 포인트는 친환경과 고연비로 무장한 '클린 디젤' 차량이었다. 실제 올 상반기에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11만9832대 중 디젤차는 절반을 뛰어 넘는 68%(8만2023대)에 달했다.

독일차량들의 마케팅 포인트인 클린디젤은 환경문제가 화두가 되자 좀 더 친환경적이면서 고효율의 차량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유럽 브랜드가 선택한 방법이었다.

반면 일본과 한국의 경우 디젤의 소음과 비싼 가격, 민감한 컨디션, 매연과 같은 문제로 디젤이 아닌 전기에너지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를 선택해 개발했다.

하지만 디젤 차량의 무서운 인기와 고객들의 요청에 의해 현대·기아차의 경우 최근 독자적인 방식의 클린 디젤을 장착해 신차를 출시하고 있다.

이런 디젤차량의 놀라운 인기에 힘입어 무서운 기세로 국내시장에서 선전하던 수입차 업체들이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위기에 처했다.

한 독일 수입차 업체 관계자의 경우 폴크스바겐 사태가 수입차 전체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를 떨어뜨릴까 걱정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폭스바겐 사태와 앞서 있었던 벤츠고객의 불만사태, BMW 일부차종의 주행중 시동꺼짐으로 인한 리콜에 기존AS망 부족, 비싼수리비와 보험료등의 곱지 않던 시선으로 상승세였던 수입차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과 관련해 현재 환경부는 세관 통관된 차량을 인계받아 장치 조작여부 등을 가리는 검사에 착수 할 예정이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차종의 인증 취소와 함께 판매중지 및 리콜 등의 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에서 배기가스와 관련해 문제가 되자 앞서 실시됐던 연비검증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역시 재조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폭스바겐그룹의 차량을 재조사에 나선 것은 우리정부 뿐만이 아니다. 유럽의 각국도 자국에서 판매된 차량에 대해 조사에 착수 했고 미국에선 폭스바겐에 대한 추가 민·형사 조치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각 국의 정부가 앞장서 이번 사태의 조사에 나선 것은 문제가 된 엔진을 장착한 차량은 전 세계적으로 약 1100만대 가량인 것으로 집계되며 사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주력판매 차량인 골프와 제타 외에도 계열사로 아우디와 포스쉐, 스코다, 세아트 등 다양한 브랜드들이 포함되어 있고 문제의 디젤 엔진 EA189가 곳곳에 적용돼 있다.

폭스바겐에 따르면 현재 이 타입의 엔진은 전 세계적으로 1100만대에 공유되고 있다. 즉 1100만대 가량의 차량에서 소프트웨어적인 조작을 통해 배기가스 배출 테스트를 통과해 인증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아직까지 확실한 결과가 보고되진 않았지만 현재의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앞선 일본 토요타 사태를 넘어서는 후폭풍이 예상된다.

또 현재 이런 문제들이 독일 정무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조작 사실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의혹까지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독일 브랜드들 전체로 까지 확산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독일 일간지 디벨트에 따르면 "올 7월 28일 독일 녹색당이 배출가스 차단 장치의 문제점 등에 대해 독일 교통부에 질의해 받은 답변서에 이런 사실이 명백하게 나타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세계 각국 정부는 폴크스바겐 디젤 엔진에 대한 조사에 나서고 있다.

미국 EPA는 22일 폴크스바겐 계열사 브랜드인 포르셰의 '카이엔'과 아우디의 'Q6' 'A8' 등 다른 모델로 조사 확대를 검토하고 있고 미 법무부는 환경법 위반 혐의 등으로 폴크스바겐을 형사 소추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고 미 의회는 관련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독일은 물론 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 등 유럽 8개국도 잇따라 조사에 나섰다.

사태가 확산되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폴크스바겐이 완전한 투명성을 보여주고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게 열쇠"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폭스바겐을 비롯한 수입차들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며 기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 된다”며 “독자적인 방식으로 기술계발에 힘써온 국내업체들이 반등의 기회가 마련된 만큼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까지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