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을 둘러싸고 사제 성학대의 피해자 관련 단체가 반발에 나섰다.

23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의 주교들을 만나 사제 성학대에 대해 "범죄가 결코 재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방미 이틀째인 교황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백악관 환영행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회동을 마친 뒤 백악관 앞 내셔널 몰 인근 컨스티튜션 애비뉴 등을 따라 퍼레이드를 한데 이어 성 마테오성당으로 이동, 주교들과 함께한 기도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어 교황이 주교들을 향해 "최근 몇 년간 여러분이 겪은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다"며 "희생자들을 치유에 이르게 하려는 여러분의 큰 노력을 지지하며, 그러한 범죄가 결코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덧붙엿다.

   
▲ 미국을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주교들을 만나 사제 성학대 "범죄가 결코 재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사진=YTN캡쳐

그러나 '희생자 치유를 위한 사제들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이 전해지자 피해자 관련 단체는 교황이 잘못된 내용을 근거로 사제들을 감싸고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사제들로부터 성학대를 당한 생존자들의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단체는 AP통신에 "주교들은 비싼 변호사와 홍보 전문가들 뒤에 숨은 채 비겁함과 냉혹함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단체의 바버라 도리스 이사는 교황이 "모든 피해자들의 뺨을 때린 것"이라고 반발했다.

세계 각국의 사제 성학대 사례를 수집 중인 단체 '비숍어카운터빌리티 닷 오르그'의 앤 배럿 도일 이사도 교황의 발언은 사실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피해자들을 오히려 "고통스럽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미국 교회의 노력이 이제 다른 나라들에도 모범 사례가 되고 있는 만큼 주교들의 개혁 의지를 인정한 것은 적절했다"며 교황의 발언을 두둔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 2002년 미국 가톨릭 교회는 보스턴 대교구에서 발생한 성직자들의 성추행 추문이 공개되면서 발칵 뒤집혔다.

이후 광범위한 진상 조사 끝에 2004년 보스턴 대교구는 1950년 이래 162명의 사제가 815명의 어린이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발표하는 등 사제 성추행 문제가 전국으로 확산했다.

더욱이 바티칸과 주교들이 성학대 사제를 비호하고 희생자들을 냉대했다는 비판이 그치지 않았다.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이 문제를 회피해왔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이어 이달 초 아동 성추행을 한 사제를 감싸온 로버트 핀 미국 캔자스시티 대주교를 물러나게 했다.

교계 안팎, 특히 사제 성학대 피해자 단체 등에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번 방미 기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교황청은 이와 관련한 일정을 공식 발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