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공천살생부 눈치 보기는 이제 끝이 났다?’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마지막 혁신안으로 인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당내 불신의 기류가 팽배하다.

당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어온 ‘친노 패권주의’를 외면한 인적쇄신안에 대해 “자기편만 감쌌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에서 현역의원들의 야권 신당 합류가 실현될지 주목된다.

당 비주류들은 일제히 사실상 공천살생부로 막을 내린 혁신안에 신랄한 비판을 가하면서 계파갈등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들은 혁신위가 11차례 내놓은 혁신안에 대해 “당이 변하는 것과 아무 관계가 없다” “내년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혁신안이 아니다” “전당대회 이후 문재인 대표의 권한만 강화시켰다”고 평가했다.

벌써부터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무소속 의원은 안 전 대표를 향해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당내에 그대로 머물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렇게 보인다”고 말해 신당 합류를 권유했다. 이번에 혁신위로부터 기존 출마지역인 서울 노원구를 버리고 부산에서 출마하라는 권유를 받은 안 전 대표는 일단 혁신위 제안을 거부한 상황이다.

혁신위로부터 징계 선고를 받은 조경태 의원에 대해 천 의원 측이 러브콜을 보냈다는 전언도 나온다. 조 의원은 지난 중앙위에서 혁신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공개토론과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다가 용인되지 않자 당에 날선 비판을 가했던 인물이다.

   
▲ 김상곤 새정치민주연합 당권재민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이 23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인적쇄신·부패척결 방안을 담은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무기명 투표를 제안했던 비주류들의 중도 퇴장 이후 혁신안을 박수로 통과시킨 것의 후폭풍이 이제야 나타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퇴장한 반대자들 사이에서는 “혁신이 유신이 됐다”는 비판도 나왔지만 불참자들 다수는 침묵을 지켰다. 중앙위 통과에 앞서 비주류들은 제각각 반발을 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재신임 카드를 꺼내든 문 대표를 비판하고 혁신안에 반대해온 비주류들이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던 이유가 그들 사이의 네트워크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마지막 인적쇄신안에 실오라기만한 희망을 걸고 있었던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작 당시 혁신안에 사활을 걸고 재신임 투표를 예고한 문 대표는 중앙위 통과 여부에 상당히 초조해했다는 당 안팎의 후문이 있다. 이미 공개된 사실이기도 하지만 재신임 투표를 선언한 문 대표인데도 당내 인사들에게 열성적으로 문자를 보내 혁신안 통과를 촉구했다고 한다.

따라서 지금 당내 반발은 지난 중앙위에서 비노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채 혁신안이 박수로 통과될 당시를 고스란히 재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문제는 혁신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문 대표가 재신임 투표를 철회할 때까지 비주류들 사이에서는 혁신위 인적쇄신안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이 남아 있었다. 당 안팎에서 “친노도 불리하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체가 드러난 혁신위 공천살생부에는 ‘86그룹 하방론’이나 ‘호남 3선 이상 물갈이’ 등 언급이 없었다.

결국 비로소 당내 ‘불신의 고리’는 다 드러났고, 문 대표가 혁신위를 가동시키고 재신임 정국을 이어가는 동안 문재인 사람들만 결성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비주류들의 세력화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은 덮고 갈지, 뛰쳐나갈지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사실 이번 혁신안은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문 대표가 대표직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강력한 권한을 갖지 못했던 문 대표의 체질을 바꿨다는 점에서 대단할 수 있다. 실제로 혁신위원이었던 조국 서울대 교수도 “정당 정치를 아는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혁명적인 효과를 가져올지 정말 놀라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혁신위가 적어도 문 대표를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것으로 치장하는 데에는 성공한 셈으로 이제 친노패권주의에 반발하는 비주류들의 선택만 남은 셈이다. 이미 조 교수가 안 전 대표에 대해서도 “나가려면 나가보라”고 한 만큼 이번 공천살생부는 현역의원들의 탈당 우려도 불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에서 문 대표의 친노를 ‘가상의 적’으로 치부하고 여전히 ‘한명숙 온정주의’를 고수하는 당 지도부를 진심으로 거부할 수 있는 비주류만이 새로운 야권 신당을 창당할 용기를 쥘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