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장을 비롯한 혁신위원들은 전날(23일) 국회 당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위 '핵폭탄급' 당 인적쇄신 방안 등을 담은 마지막 혁신안을 발표했다. 주요 '쇄신 대상'이 된 당내 비주류는 이에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홍정수 기자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어렵사리 공천혁신안이 통과되고 문재인 대표 재신임 철회까지 성사시킨 새정치민주연합이 혁신위원회 인적쇄신안 발표로 제2 계파갈등을 예고했다.

당 혁신위원회가 전날(23일) ▲하급심 유죄 판결 후보 공천심사 배제 ▲전·현직 대표급 인사 열세지역 총선 출마 ▲탈당·신당 인사 당적 박탈 및 복당 불허 ▲해당(害黨)행위자 강력 징계 등을 담은 인적쇄신안을 내놓자 쇄신 대상이 된 당내 비주류의 반발이 거세다.

전·현직 대표급 대상 열세지역 출마 요구에 따라 안철수, 김한길, 정세균, 이해찬, 문희상 등 전직 대표들은 직간접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현재 지역구(서울 노원병)가 아닌 부산 출마를 요구받은 안철수 의원은 “특정인 거명보다 본질적인 혁신에 우선 충실하고, 당이 국민 신뢰를 얻는 것이 먼저”라며 즉각 거부했다. 탈당 인사 복당 불허 등에 대해서도 “당 대표 포함 모두가 ‘통합이 중요하다’는 마당에 ‘너 필요 없다’고 선을 긋는 분열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한길 의원은 “18대 총선에 불출마했고 19대에도 (선거에) 나가라고 해서 나갔는데 또 살신성인을 하라면 어쩌라는 말이냐”고 반발했고 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바 있는 문희상 의원은 “(위원장으로서) 당을 살려놨는데 뭘 또 살리느냐”며 불평했다.

이해찬 의원 측의 한 관계자는 “당 대표였다는 것 때문에 거명되는 것 같은데 얼마만큼 더 희생하라는 건가”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고 정세균 의원은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한 비노(非 노무현) 측 관계자는 “결국 비주류, 비노는 다 쳐낸 뒤 친노와 친노에 우호적인 세력들로만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비노 측은 같은 전(前) 비대위원장이지만 문 의원은 포함되고 박영선 의원은 배제된 점을 문제삼고 있고, 쇄신 대상에 친노와 가까운 ‘486’ 운동권 세력이 빠진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2심 유죄판결 전력으로 ‘공천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된 박지원 의원은 24일 오전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 “제1야당이 공천권을 검찰에 반납했나. 과연 당을 위해 누가 맨 앞장서서 싸웠고 앞으로도 그럴 것인가”라면서 “당을 통합으로 이끌어서 오는 총선 승리와 특히 정권 교체에 박지원의 역할이 있다”며 총선 출마 의지를 굳혔다.

그는 “야권 통합을 위해 돌아오는 당이 돼야 하는데, 지금만 해도 정동영, 천정배, 박준영, 김민석, 박주선 순으로 우리 당의 중진, 지도자들이 떠나고 있지 않는가. 이런 혁신안을 내놓은 것도 보면 일부 당신들은 떠나도 좋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혁신위와의 마찰에 의한 탈당 가능성에 대해선 “처음부터 탈당하겠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정치는 생물이니까 모르겠다”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입법로비’로 기소돼 공천 ‘정밀 심사 대상’이 되는 신계륜 의원도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본인이 우선 판단할 문제”라며 “일괄적으로 (선거에) 나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발했다.

   
▲혁신위로부터 해당행위자로 거명된 조경태 새정치연합 의원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표에게 “해당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면 출당시켜달라.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당원과 국민께 사과하라”며 질타했고 김상곤 위원장에게는 “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징계 운운하며 뜸들이지 말고 본 의원을 제명하라”고 쏘아붙였다./사진=미디어펜

혁신위로부터 직접 해당행위자로 ‘낙인’ 찍힌 조경태 의원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해당 행위를 했다고 판단하면 출당시켜달라.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문 대표는) 당원과 국민께 사과하라”며 공개토론을 제안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조 의원을 해당행위자로 지목, 당의 강력한 징계조치를 요구한 김상곤 혁신위원장에게는 “나에 대해서는 더 이상 징계 운운하며 뜸들이지 말고 본 의원을 제명하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문 대표의 사과 및 공개토론을 요구한 것과 관련, “윤리심판원장, 혁신위원장을 임명한 사람이 문재인 대표이기 때문에 이 세 사람은 아주 유기적인 협력 관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짜고 치는 고스톱도 이런 고스톱이 없다”고 각을 세웠다.

앞서 조 의원은 지난 16일 문 대표의 재신임과 연계된 혁신안 의결을 위한 당 중앙위원회에서 자신의 공개토론 제안을 묵살하고 비공개로 ‘만장일치’라며 박수 의결하자 “집단적 광기를 봤다”고 일갈했고 이에 안병욱 당 윤리심판원장이 직권조사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조 의원의 언행에 대해 해당행위라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그 어려운 부산에서 3선을 한 국회의원을 그렇게 대접한다면 과연 당에 누가 와서 바른 말을 할 것이며 비판을 수용하지 못하는 정당은 수권 능력을 의심받을 것”이라고 역성을 들었다.

한편 당 윤리심판원이 ‘공갈막말’로 물의를 빚은 정청래 최고위원을 사면복권한 것도 논란 대상이다. 조 의원은 "심판원이 소신발언과 막말발언을 구분하지 못 한다. 당의 수준이 이 정도로 추락했는지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라고 반응했고 비주류 주승용 최고위원도 “누군가를 배제하는 뺄셈정치를 하면서도 누구는 화합 차원이라며 복귀시킨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문 대표는 이날 사면복권 사실에 대해 "제가 몰랐던 일"이라고 했지만, 22일 최고위원 만찬에 앞서 직접 전화로 정 의원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져 비주류 쪽에선 문 대표와 윤리심판원간에 사전교감이 있었을 것이라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