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시민 편의·안전성 위험 이유 반대…공직자 자질 의심

   
▲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참으로 요절복통,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서울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광장은 시민들을 위해 비워둬야 한다"며 국가보훈처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거부하고 있다니 말이다. 서울시 산하 '열린광장심의위원회'가 “시민 편의”와 “안전상 위험”이란 이유로 반대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란다.

지난 6월 보훈처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8월 15일에 대형 태극기를 걸 수 있는 게양대를 광화문광장에 설치하기로 합의했지만, 행정 절차로 인해 공사가 늦어져 6·25 서울 수복 65주년인 오는 28일로 완공 시기를 미뤘었다.

그런데 시민단체 출신들이 포함된 서울시 광장심의위원회가 시민들을 위해 광화문광장이 비워져 있어야 하는데 게양대를 세우면 시민들의 통행과 이용에 불편을 준다는 이유를 들어 최근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설치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상식적으로 따져봐도 태극기 게양대 받침대는 땅속에 묻혀있고 깃봉이 차지하는 면적도 미미하여 시민의 통행과 이용에 큰 불편을 줄 리가 없다.

   
▲ 서울 광화문광장 사용 허가권을 가진 서울시가 "광장은 시민들을 위해 비워둬야 한다"며 국가보훈처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서울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게양대를 설치하려는 계획을 거부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사진=TV조선 캡쳐
설령 국기게양대가 다소의 불편을 준다 치더라도 1년 반에 이르도록 광화문광장 분수대를 점령하고 있는 10여 동의 세월호 불법시위천막들이 유발하는 불편에 비할 수가 있는가? 더구나 세월호 천막이 점령하고 있는 곳은 시민들이 여름에 어린이들을 데리고 물놀이 하며 뛰어놀던 장소 아닌가?

시민의 물놀이 휴식처를 빼앗고 있는 이 천막들을 철거하기는커녕 견고하게 보수까지 해준 자들이 “시민 불편” 운운하며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용을 위해 광장이 비워져 있어야 한다”는 뻔뻔한 소리를 내뱉는 건 국민을 우롱하는 짓거리 아닌가? 법이나 조례를 따지기 이전에 공직자들이 상식과 염치를 가지고 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서울시가 그렇게 시민의 편의와 안전을 배려한다면 광장 한가운데 우뚝 서있는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 동상도 철거하면 어떻겠는가? 동상은 설치하면서 우리나라의 상징인 태극기 게양대는 안 된다는 저의가 무엇인가? 이런 짓들이 시민이 뽑은 시장의 소신이고 진정한 지방자치 행정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서울시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라는 구실로 서울시의 방종과 파행을 계속 외면하고 있을 것인가? 서울시민의 한 사람으로 참으로 화나고 답답하기 그지없다. /이철영 굿소사이어티 이사, 전 경희대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