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갈등만 양산…진정한 개혁은 구태 버리고 젊은 인재 발굴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공동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지금 정치권에서 한창 논의 중인 정치개혁의 논의들을 보면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가 없다. 본질보다 여전히 정치공학적인 것에만 매몰돼 있다는 인상이 짙기 때문이다. 야당이 혁신하겠다면서 벌이는 코미디 같은 광경은 그렇다 치고 새누리당의 정치개혁은 과연 똑바로 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픈프라이머리를 두고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모습은 과연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그동안 외쳐왔던 정치개혁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정치개혁을 강조해왔다. 성완종 게이트로 이완구 총리의 사표를 수리하면서 박 대통령은 지난 4·29 재보선 하루 앞을 두고 대국민메시지를 전격 발표했다. 메시지에는 정치개혁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강한 열망과 결연한 의지가 깊이 배어있었다. “이번에 반드시 과거부터 내려온 부정과 비리, 부패를 척결해 새로운 정치개혁을 이뤄나가겠다” “켜켜이 쌓여온 부패구조를 낱낱이 밝혀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국회 당대표회의실 앞에서 오픈프라이머리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개혁의 핵심은 숨은 인재 발굴

그러나 부정부패 척결만 가지고는 정치개혁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없다. 부정부패와 비리의 사슬을 끊어내는 일은 기본적인 전제조건에 불과하지 최종 목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오랜 폐단을 없애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러나 개혁이란 곧 진화의 다른 이름이기에 그렇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오픈프라이머리나 선거구획정과 같은 것들은 개혁에 해당된다기보다 정치행위에 가깝다.

선거를 어떻게 치를 것인지 공천룰을 정하는 것은 그때그때의 선거현실에 맞게 규칙을 정하는 것일 뿐 정치개혁과는 별개의 얘기다. 박 대통령이나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나 정치개혁의 논의 수준이 아직까지 이런 공천룰에 관한 얘기들에 한정돼 있다는 것은 유감스럽다. 개혁을 이룬다는 것은 현재보다 진화한다는 것이고, 정치개혁을 이룬다는 건 곧 사람을 통해 정치가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에 있어서 핵심은 바로 인재 발굴이란 얘기다.

개혁을 해내려면 혁신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인재를 발굴하려면 사고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 친박과 비박은 총선공천권을 놓고 주도권 싸움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런 면에서 혁신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수나 비례대표의원 증감, 선거구획정과 같은 선거구도만 신경쓰는 것은 정치개혁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강조해온 보수혁신도 결국 어떤 사람을 공천하느냐, 어떤 인재를 영입하느냐에 달렸다.

그런 면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흔드는 친박 진영이나 “소위 사람을 바꾼다는 개혁은 권력의 힘으로 반대편을 숙청하는 데 악용되는 도구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라며 “개혁이라는 칼날로 사람을 정리하는 것은 오로지 국민의 힘으로만 가능하며, 모든 판단은 국민이 해야 한다”라며 완고한 태도를 고집하는 김무성 대표나 정치개혁이란 본질을 잊은 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전략공천이든 오픈프라이머리든 인재를 발굴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방법론이지 그것 자체가 절대선도 아니고 절대악도 아니란 얘기다.

구태인물로 얼룩진 새정치민주연합, 새누리당 참신함으로 승부하라

새누리당이 정치개혁에 있어서 던질 수 있는 승부수는 결국 참신성이다. 권력을 놓고 그야말로 골육상쟁을 벌이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미 구태정치에 얼룩질 대로 얼룩졌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이 어리석게 그 길을 그대로 따라 갈텐가? 계파싸움이 아니라 인재영입 경쟁을 벌여야 한다. 좀 더 참신하고 국민이 기대를 걸어봄직한 인물들을 부지런히 발굴해 국민 앞에 선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계파나 구분하고 친분, 인지도, 스펙만을 따지는 등의 촌스럽고 고루한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사건건 재고 따지던 제1야당이 친문(親文) 성골들을 위한 정당이 된 것과는 정반대로 나가야 한다.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새누리당의 정치인들은 전체적으로 올드하다는 이미지를 깨야 한다. 파격적일만큼 젊은 인재들을 영입하기 바란다. 2030세대에서도 능력과 정치적 재능이 있다면 주저 없이 영입해 공천해주어야 한다. 친문이 아닌 사람은 쳐내는 것으로 기득권을 지키는 제1야당과 정반대로 새누리당은 문턱을 대폭 낮추고 완전히 오픈해 친박·친이 불문, 인재를 발굴하는 모습으로 과감히 승부해야 한다.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권역별 비례대표를 수용한다면 우리 당도 오픈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당론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필자가 알고 있는 젊은 인재들도 있다. 국가의 미래를 생각해 새누리당이 주력해온 미디어개혁을 목표로 묵묵히 열심히 뛰어온 숨은 인재, 젊은 실력자도 있다. 그 많은 정책들을 꿰뚫고 실현해내기 위해 불철주야 희생적으로 헌신해온 인재가 있다. 새누리당의 보수혁신, 정치개혁은 그런 젊은 인재들의 희생이 발하는 작은 빛부터 알아봐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것이 진정으로 계파정치를 없애는 길이고 정치혁신을 이루는 길이다. 거기에 무슨 오픈프라이머리나 전략공천과 같은 것들이 장애가 될 수 있겠나. 새누리당은 지엽적인 방법론에만 매몰돼선 안 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강조해온 정치개혁 어렵지 않다.

보수의 진화, 우파의 혁신 그것, 약간의 사고 전환만 할 수 있다면 의외로 간단하다. 박 대통령과 김 대표가 평소 보여준 모습처럼 사사로운 이익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헌신해 온 젊은 인재들을 알아보고 그들을 영입해 길을 열어주는 것이 진정한 정치개혁이자 정치의 진화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