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속성장’이라도 지속하는 것은 민간의 엄청난 노력 덕분
   
▲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중국의 전년대비 GDP 성장률은 2006년 12.7%, 2007년 14.2%이던 것이, 2008년 9.6%, 2009년 9.2%, 2010년 10.4%, 2011년 9.3%, 2012년 7.7%, 2013년 7.6%, 2014년 7.4%이다. 2011년을 전후하여 GDP 성장률은 7% 대로 낮아졌다. 2007년에만도 GDP 성장률이 14% 대였다. 2007년과 비교하면 2014년의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중국경제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혹자는 7%대의 성장률을 '뉴 노멀(new normal)’ 또는 신창타이(新常態)라고 한다. 이 주장은 예전의 급속한 성장은 더 이상 없고 지금의 성장률(7% 내외) 정도가 정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 관변 연구소 발표에 의하면 줄잡아 2-3억 명의 유휴인력(일종의 잠재실업자)이 존재한다. 그들도 다른 중국인처럼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는 것을 간절히 바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주장을 수긍하기는 어렵다.

혹자는 중국경제가 전환점에 이르렀다고 주장한다. 양적인 성장은 한계에 다다르고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양적인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다. 다만 이 주장은 과잉투자를 한 가지 중요한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말을 전후하여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그것은 너무 작은 원인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 주장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더 이상의 고속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의 주장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혹자는 중국경제가 성숙한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더 이상의 고속 성장은 없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의 본질은 첫째 주장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첫째 주장에 대한 비판을 이 주장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다만 경제를 인체에 비유한다는 점에서 첫째 주장보다 더 문제가 있다. 경제를 인체에 비유할 때는 잘못된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경제에는 가격고정과 같은 간섭주의를 포함한 반자본주의적 제도 또는 정책이 적지 않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중국경제 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사진=연합뉴스

중국이 소위 '중속성장’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이유들은 무엇인가? 중국의 환율제도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고자 한다. 중국은 환율의 일정한 변동폭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중국의 환율제도는 고정환율제도이다. 고정환율은 말 그대로 환율을 정부가 고정하는 것으로 환율이 가격고정의 일종임을 의미한다. 가격고정에는 최소가격과 최대가격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가격고정이 있다. 가격고정의 종류에 따라 서로 다른 폐해를 만들어낸다. 여기에서는 중국 정부가 환율에서 취하고 있는 최소가격의 폐해를 지적한다.

첫째, 최소가격은 수출업자와 해외소비자에게는 보조금을 주고 국내 수입업자와 수입제품 소비자에게는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같다. 그 결과 앞의 두 집단은 더 부유해지고 뒤의 두 집단은 더 가난해진다. 자유시장 환율을 기준으로 할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둘째, 중국 정부는 총 3조 600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많은 외환보유액을 보유하는 것은 환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이점은 있지만 달러의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달러 보유 기간이 길어질수록 달러 가치의 하락에 의한 손실은 비례하여 증대한다. 참고로 미국의 Fed는 1913년의 1달러는 2013년에 1센트의 가치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셋째, 최소가격은 수입 재화의 가격을 끌어올림으로서 외국의 수출을 어렵게 한다. 즉 최소가격이야말로 '근린궁핍화’를 초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것은 다시 중국의 수출을 어렵게 한다. 최소가격은 궁핍화의 악순환을 시작하는 장치인 셈이다.

넷째, 최소가격은 수입재화의 가격을 인위적으로 높게 만들기 때문에 물가라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입재화의 인위적인 가격 상승은 그만큼 소비자의 구매력 하락과 그에 따른 소득의 하락을 초래한다.

한 마디로, 최소가격은 소득재분배,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 달러화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 궁핍화, 물가관리의 어려움 등을 초래한다. 고정환율제는 현대판 중상주의의 일종이다(그렇다고 자유변동환율제도가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지폐 제도 하에서는 어떤 제도도 최선은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중국 정부는 8월 11-13일간 4.66%의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연간 1000억 달러 이상의 국제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가절하를 단행한 것은 경제 전체적으로는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드는 것이다.

   
▲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은 과감한 부정부패 척결을 국정 운영 목표의 하나로 내걸었다. 그 결과 마오타이, 각종 명품, 금 등의 장사가 어렵다는 뉴스가 나온다. 정부가 인·허가권을 가진 경우에 뇌물을 줌으로써 개인 또는 기업은 경제활동을 큰 문제없이 할 수 있다. 만약 뇌물을 엄격히 통제한다면 그 생산은 불가능하거나 저조할 수밖에 없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필자는 고정환율제가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예전보다 하락하게 만든 원인의 전부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고정환율제는 여러 가지 원인 중의 하나일 뿐이다. 중국에는 다른 반자본주의적 제도 또는 정책도 많다. 중국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은 중국 정부가 화폐공급량을 늘려서 경기변동을 초래했기 때문이다. 물론 인위적인 경기변동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을 뿐 아니라 경기변동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경제는 더 나빠진다. 인위적인 이자율 인하는 모든 경제주체의 부채를 급증하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중국 정부를 포함한 모든 경제주체의 부채는 2014년 연간 GDP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에너지·금융·통신·철강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수많은 국영기업은 독점으로서 비효율적이다. 중국의 농민은 농토를 소유하지 못하고 50년간 임대할 수 있을 뿐이다. 농촌의 토지 제도는 공산 치하의 사회주의보다 진일보한 것이지만 사회주의의 일종으로서 자본주의가 아니다. 그 결과 많은 농민공이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비참한 노동자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농민공의 고향에 남겨진 아이들은 또 어떤가? 게다가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실업자는 2-3억 명 정도이다.

최근 시진핑 국가 주석은 과감한 부정부패 척결을 국정 운영 목표의 하나로 내걸었다. 그 결과 마오타이, 각종 명품, 금 등의 장사가 어렵다는 뉴스가 나온다. 정부가 인·허가권을 가진 경우에 뇌물을 줌으로써 개인 또는 기업은 경제활동을 큰 문제없이 할 수 있다. 만약 뇌물을 엄격히 통제한다면 그 생산은 불가능하거나 저조할 수밖에 없다. 뇌물이 불법이지만 적절히 용납됨으로써 경제활동이 저조해지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불필요한 인·허가권이 많고 그 절차가 까다로울 때만 성립하는 경우이다. 그리고 공산당 일당 독재국가인 중국에서 불필요한 인·허가권은 그 수가 적지 않을 것으로 짐작된다.

필자는 뇌물을 찬성하는 것이 아니다. 뇌물과 불필요한 인·허가권이 모두 없다면 경제활동은 가장 최선의 상태가 될 것이다(이 경우에도 재산권을 보호하는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불필요한 인·허가권이 많은 경제 환경에서는 뇌물의 용납이 차선책이 된다는 것이다. 2013년 3월에 중국 국가 주석에 취임한 시진핑의 부정부패 척결은 현재와 같은 경제 환경에서는 경제활동을 저조하게 만들게 된다. 부정부패 척결이 없을 때와 비교하여 그렇다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 정도를 가늠할 수 없다.

한 마디로,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국 경제에는 가격고정과 같은 간섭주의를 포함한 반자본주의적 제도 또는 정책이 적지 않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중국경제 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은 충분히 예견된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제도 또는 정책을 유지하는 한에 있어서는 또는 자유시장원리에 근거한 근본적 개혁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경제성장률은 평균적으로 더 낮아질 것이다. 중국이 중속성장마저 지속하고 있는 것은 반자본주의적 환경 속에서 무수히 많은 민간의 엄청난 노력 덕분이다.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사이트, '세상일침' 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