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은 행복의 원동력…영원한 패자도 승자도 없어
   
▲ 유가연 자유경제원 연구원

경쟁에 대한 끊임없는 7가지 오해

'경쟁에서의 패자는 루저(loser)다' 라는 오해: 영원한 루저는 없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가혹하다. 그렇지만 경쟁이 승자와 패자를 갈라 패자를 영원한 루저로 만들지는 않는다. 패자는 승자로부터 배우게 된다. 학생들의 경우 성적이 좋은 학생으로부터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고 기업은 경쟁 기업을 벤치마킹 할 수 있다.

영화 유브갓메일(You've got mail)의 여주인공 케슬린 켈리(맥라이언)가 운영하던 '길모퉁이 서점’은 가까운 거리에 조 폭스(톰 행크스)가 운영하는 대형 서점 '폭스북스’가 개점하면서 경영난을 겪게 되고 결국은 폐업하기에 이른다. 그녀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거대 자본과의 경쟁에 밀려 실패한 루저에 불과할까?

일시적으로 그렇게 보이지만 곧 케슬린은 오랜 서점운영으로 터득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동문학작가로 데뷔를 결심하게 되고 직원들은 '폭스북스’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게 됐다. 케슬린은 서점 운영의 실패자로 남지 않고 변화에 적응해 새로운 일에 뛰어든 것이다. 결국 루저로 남느냐 남지 않느냐의 여부는 패배를 어떻게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금수저들만 경쟁에서 이긴다’는 오해: 흙수저가 금수저 되는 사회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라는 책에서 부자는 갈수록 부자가 되고 부자 중에서도 최상층은 더 큰 부자가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회적 기회는 기득권자들이 독식하며 양극화의 심화와 승자독식이라는 불평등을 더 심화시켰다고 말한다. 이 말은 곧 불평등을 감수하는 것은 부당하니 모두가 평등해져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하지만 당연히 부자는 더 큰 부자가 되기 쉽다.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부잣집 자식들과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가난한 집 자식들은 출발선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자신들에게 더 좋은 기업을 선택하고 기업은 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결국 경쟁은 기업이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봉사하도록 만든다. 경쟁은 오히려 독식을 허락하지 않는다./사진=미디어펜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경쟁의 의미조차 없는걸까?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금수저들만 경쟁에서 이기지는 않는다. 노력하면 흙수저도 금수저가 될 수 있는 사회이며 설령 금수저는 되지 못할지라도 각자의 출발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분명 그만큼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유명 골프선수 신지애는 가난했지만 하루 열 시간 넘게 연습하면서 결국 성공을 거뒀다. 가난은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여겨지기도 하지만 성공을 위한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경쟁이 인류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오해: 경쟁은 행복의 원동력

사람들은 경쟁이 인류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경쟁은 정말 우리에게서 행복을 빼앗고 스트레스를 주며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일까? 그렇지 않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인생의 좋은 것들은 스트레스 없이 얻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행복은 휴식과 여유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도전과 경쟁을 통해 성취를 함으로서 얻어진다는 것이다.

동독 국민들은 독일 통일 후 시장경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심한 스트레스로 신경쇠약에 시달렸다. 하지만 통일 전 경쟁이 없었던 생활로 돌아가겠느냐고 물으면 한사코 거부할 것이다. 풍부한 자원으로 경쟁의지가 사라진 베네수엘라는 결국 곤궁한 삶에 허덕이고 있다. 경쟁은 결코 우리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다. 경쟁은 우리 자신을 발전시키고 성취감을 주며 거시적으로는 인류를 행복하게 만든다.

'경쟁은 이기적이다’ 라는 오해: 경쟁은 나의 힘

이미 유명한 맨더빌의 '꿀벌의 우화’를 보자. 이기적인 꿀벌들의 벌집은 다른 벌집보다 강대하고 풍요로웠지만 이기심이 사라져야지만 벌집사회가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 생각했다. 정말로 이기심과 시샘이 없어지자 벌집사회에는 도덕적인 사람들만 넘쳐나게 되고 부자들은 사치를 하지 않게 되었다. 산업과 무역이 사라지고 초라한 곳간으로도 만족하게 되었다. 풍요로웠던 벌집사회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맨더빌이 꿀벌우화를 통해 말하고자 했던 것은 개인의 이기심이 사회적인 공익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쟁의 개념과도 관련이 깊다. 오늘날의 경쟁, 특히 시장에서의 경쟁은 '이타행 경쟁’이다. 고객에게 더 저렴한 가격, 더 좋은 물건으로 혜택을 주지 않으면 시장에서 외면받게 되므로 서로 이득퍼주기 경쟁을 벌이게 된다. 이기적일 것으로만 생각했던 경쟁은 사실은 꽤나 이타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 우리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극장에 상영되고 있는 수많은 영화들 중 어떤 영화를 볼지, 어느 브랜드의 옷을 입을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상품들 간의 경쟁이 있어 가능한 것이며 이 모든 경쟁들은 외부적인 압력이 아닌 자생적 환경에서 생겨났고 또 계속 생겨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나친 경쟁은 제한해야 한다’는 오해: 천국을 만들려다 지옥을 만든다

2014년 11월 21일 도서정가제가 시행되었다. 도서가격을 강제함으로써 무분별한 가격경쟁을 제한한다는게 그 취지였다. 하지만 서점들이 활기를 찾게 될 것이라는 의도가 무색하게 출판사와 오프라인 서점의 이익은 줄고 온라인 서점의 이익은 급증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경쟁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경쟁을 만들려고 '강제’를 가했기 때문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오히려 상황만 악화시키는 사례들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도서정가제나 스크린쿼터제, 단통법이 대표적이다. 시장의 자생적 질서를 무시하고 경쟁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게 되면 시장은 왜곡되고, 곳곳에서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 고개를 든다.

'경쟁은 승자독식의 세계이다’ 라는 오해: 봉사해야하는 경쟁자들

요즘에는 음식점에 전화로 주문을 하지않고 간단하게 핸드폰 어플로 음식을 배달시켜 먹을 수 있다. 그리고 배달어플 업계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배달의 민족’이란 업체가 음식점에 요구하는 홍보 수수료는 0%이다. 어플이 출시될 당시 음식점이 '배달의 민족’에 내야하는 수수료는 5.5%~9%였고 여론에서는 중소상인들이 힘들게 번 돈을 착취하고 배달어플이라는 신생시장에서 이익을 독식하는 악덕 기업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배달의 민족’이 줄곧 고수하던 홍보 수수료의 장벽은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무너졌다. 어떻게 수수료가 9%에서 0%까지 낮아진걸까.

여론의 항의 때문이 아닌 새로운 배달어플의 등장 때문이었다. '배달의 민족’의 독주는 신생 업체들을 자극했고 상대적으로 낮은 수수료를 내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배달어플 업계 전체 파이의 확장은 물론이거니와 기업 간 생존을 자극해 홍보 수수료 0%에 도달했고 전국의 배달식당은 무상으로 홍보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소비자와 투자자들은 자신들에게 더 좋은 기업을 선택하고 기업은 그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기 때문에 결국 경쟁은 기업이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봉사하도록 만든다. 경쟁은 오히려 독식을 허락하지 않는다.

'경쟁은 인간의 본성이 아니다’ 라는 오해: 인류의 역사에는 경쟁이 있다

흔히들 경쟁은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한다. 고유한 본성이 아니라 외부적인 압력에 의해 경쟁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동안 인간은 자발적인 경쟁을 통해 발전해왔다. 더 좋은 땅을 차지하여 더 좋은 삶의 터전을 가꾸기 위해 인류는 끊임없이 경쟁하며 전쟁도 불사해 왔다. 조선시대에는 누가 더 그네를 잘 타나 경쟁하는 풍습이 있었고 지금의 사람들은 월드컵과 같은 경쟁적인 스포츠에 열광한다.

또한 우리가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극장에 상영되고 있는 수많은 영화들 중 어떤 영화를 볼지, 어느 브랜드의 옷을 입을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상품들 간의 경쟁이 있어 가능한 것이며 이 모든 경쟁들은 외부적인 압력이 아닌 자생적 환경에서 생겨났고 또 계속 생겨나고 있다. 경쟁은 자생적 질서 속에서 스스로와 상호 간에 원하는 것을 알아낼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장치이다. /유가연 자유경제원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