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과 효율성 모두 부재한 노동계, 노동개혁은 이제부터다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민노총·한노총·귀족노조가 말하지 않는 ‘진실’

노동개혁은 끝나지 않았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노사정 합의가 되었다곤 하지만 수많은 전문가들은 미진한 점이 많다며 비판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와 같이 대표성이 부재한 일부의 정치적 설득과 야합에 기대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민노총 한노총 등 소위 귀족노조로 일컬어지는 대기업 공기업 거대노조다. 우리나라 노동문제와 관련하여 그들이 말하지 않는 진실이 몇 가지 있다.

(1) 민노총 한노총 9%가 전체를 대변한다

노조대표성의 문제가 심각하다. 대한민국 전체 임금근로자 1800만 명 중 한국노총 조합원은 89만 명, 민주노총 조합원은 69만 명이다. 교실로 치면 서너 명이서 뽑은 대표가 전체 반의 의사를 결정하는 셈이다. 한노총, 민노총을 모두 더해도 전체 노동자의 10%도 안 되는 사람들의 대표가 어떤 정당성을 지니고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한다는 건지 의문이다.

(2) 노조가 힘이 센 이유, 불가능한 대체근로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의 힘은 막강하다. 노사정위원회, 노사정 합의에서 드러난 것 말고도 160만 명 노조원의 영향력은 평상시에도 우리나라 4000만 명 생산가능인구 전체에 걸쳐 매우 크다. 이런 비대칭적 기형 현상의 원인은 다른 나라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의 노동법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업 기간 중 고용자(기업-사용자)가 파업으로 인해 중단된 업무 수행을 위해 (사업과 관계 없는) 다른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다. 해당 업무를 하도급 줄 수도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파업권)만이 보장되고 있는 셈이다. 고용자의 영업권(경영권)을 대등하게 보장해주는 조항은 없다. 미국 프랑스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 모두 우리나라와 같은 곳은 없다.

미국의 경우 임금인상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참가자가 복귀를 거절하면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민노총 한노총 귀족노조는 아무도 파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 노조대표성의 문제가 심각하다. 대한민국 전체 임금근로자 1800만 명 중 한국노총 조합원은 89만 명, 민주노총 조합원은 69만 명이다. 교실로 치면 서너 명이서 뽑은 대표가 전체 반의 의사를 결정하는 셈이다. 사진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제 59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 노조원이 노사정 합의문에 반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을 시도하자, 이를 제지하기 위해 소화기가 뿌려져 회의가 파행을 빚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3) 밥값 못하는 노조, 고임금에 너무 낮은 생산성

지금까지 지적한 노조의 대표성, 대체근로 불가의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는 남아있다. 바로 밥값 못하는 노조의 문제다. 고임금에 비하여 너무도 낮은 노동생산성은 현실이다.

수출제조업에서 고용흡수력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실제로 1996년 이후 완성차를 생산하는 해외 자동차공장은 15개 생겨났지만 국내에는 한 곳도 생기지 않았다. 세계시장 점유율 톱을 달리는 조선 중공업회사들 역시 매출과 수익 상관없이 본사의 직접 고용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현대기아차나 중공업 모두 노조에 속한 정규직 생산직은 하는 일에 비해 엄청난 고임금을 받는다. 임단협 등 파업은 밥 먹듯이 하지만 노조의 생산성은 그와 비례하지 않는다. 지속적인 임금 상승은 기본이며 노조 집행부의 정치파벌 싸움에 해가 질 일이 없다. 라인 간 배치전환조차 회사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정규직 고용의 지독한 경직성은 여전하고, 자식으로의 일자리 세습이나 연줄을 통한 고용 관행 또한 상존한다.

어떤 부정부패를 저지르더라도 제 몫을 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 욕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밥값조차 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노조 다수의 행태를 살펴보면 아연실색해진다. 경기침체 등 시장의 변덕, 멀찌감치 달려 나가는 글로벌 경쟁기업이라는 외부 변수를 고려하면, 우리나라 노조 같은 구성원을 끌고서 여기까지 경영해 온 회사 경영진이 대단할 따름이다.

   
▲ 미국의 경우 임금인상을 목적으로 하는 파업참가자가 복귀를 거절하면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미국과 같은 기준을 적용하면 우리나라 민노총 한노총 귀족노조는 아무도 파업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진은 8월 17일 금호타이어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한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한 노조원이 일부 가동 중인 공장을 떠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노동개혁의 목적

우리나라에서 고임금에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이는 대기업 정규직 136만 명, 공무원 101만 명, 중앙 및 지방 공기업 정규직 34만 명, 사립학교 교직원 28만 명 등 300만 명으로 추산된다. 노동개혁의 목적은 이 300만 명의 과보호를 완화하면서 나머지 1500만 명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매년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수십만 청년들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함이다.

정당성과 힘의 균형 없이, (대표성도 없는) 한노총 민노총 일부에게 끌려가는 노동개혁은 언어도단이다. 노동개혁은 300만 대 1500만의 구도 뿐 아니라 미래세대를 위한 일자리에 있어서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일한만큼, 생산성만큼 임금이 지급되는 원칙을 전제로 삼아 가능하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 했다. 공정성과 정당성, 균형과 대표성을 상실한 우리나라의 대표 노조들은 더 이상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지 말아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