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우 기자

2015년 9월 30일은 미국의 전설적인 영화배우 제임스 딘(James Dean)의 사망 60년이 되는 날이다.

그를 전설로 만든 것은 1955년 제작된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이다. 부모에게서 이해 받지 못하고 방황하는 10대 소년 짐 스타크(Jim Stark)를 연기한 제임스 딘은 특유의 찡긋거리는 표정과 붉은 재킷으로 1950년대의 아이콘이자 10대들의 우상이 됐다.

제임스 딘의 반항에는 왜 이유가 없었을까. 1931년 출생한 제임스 딘은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전쟁을 경험한 세대의 ‘다음 세대’다. 실제로 치과의사였던 제임스 딘의 아버지 윈튼은 제2차 세계대전에 징병된 경력이 있다. 제임스 딘 세대에게 전쟁은 그 자신의 문제였다기보다는 ‘아버지의 비극’이었던 셈이다.

전쟁에서 승리한 후 세계 최강대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한 1950년대 미국의 모습 또한 제임스 딘 세대에게는 반항의 이유가 됐다. 당시 미국은 이른바 ‘풍요로운 사회(Affluent Society)’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었다. 중산층은 탄탄해졌고 대기업들이 속속 출현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세계대전 이후 보급되기 시작한 텔레비전은 결정적으로 당시의 미국 사회를 군중(mass)의 시대로 인도했다. 개인보다는 집단의 가치가, 개성보다는 획일화의 정신이 주류를 점해가는 시대의 한가운데에서 제임스 딘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빨간색 재킷을 입고 스크린에 나타나 부모 세대에 대한 ‘이유 없는 반항’을 쏟아냈던 것이다.

본래 노동자들의 의상이었던 청바지가 제임스 딘에 의해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은 당시의 시대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아등바등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시대는 전쟁과 함께 끝났다. 중요한 것은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느냐다. 제임스 딘의 이와 같은 문제의식은 2015년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헬조선 저항심리’와도 어느 정도 통하는 면이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 영화 '이유 없는 반항' (1955, REBEL WITHOUT A CAUSE)

24세의 제임스 딘을 죽음으로 이끈 것이 속도(speed)였다는 점도 어쩐지 상징적이다. 평소에도 카 레이싱을 즐겼던 제임스 딘은 1955년 9월 30일 자신의 포르쉐 550 스파이더 차량을 몰고 시속 180km의 속도로 달리다가 맞은편 차량과 충돌해 즉사했다. 그의 죽음 직후 미국의 소녀 5명이 그를 따라가겠다며 자살했다.

제임스 딘 사후에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로는 그의 시각장애가 있다. 제임스 딘 특유의 찡긋거리는 표정은 어린 시절부터 심한 근시였던 그의 시력과 관계가 있었던 것. 시야가 흐릿한 상황에서도 맹렬한 속도로 거리를 질주했던 제임스 딘의 무모함은 그를 사랑했던 전 세계의 팬들에겐 슬픔이 되어 돌아왔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의 이른 죽음은 제임스 딘의 전설을 더욱 완전하게 만들어주기도 했다.

두 세대가 지나서도 여전히 청춘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그에게는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반항의 과정 그 자체가 삶의 ‘이유’였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2015년 9월 30일은 그런 날이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