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쟁력 발목잡는 주범…아시아서도 하위권 추락

   
▲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지나자 마자, 스위스로부터 성적표가 하나 날아왔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세계경제포럼(WEF)이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국가경쟁력을 평가하여 결과를 발표했다. 성적 봉투를 뜯어보니, 대한민국의 결과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26위를 유지했다.

지난 2007년 11위 최고 순위를 기록한 이후, 2011년 24위, 2012년 19위로 2013년 25위, 2014년 26위, 올해도 26위를 기록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4대 분야 구조개혁,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의 긍정적인 평가 등 여러가지를 종합해서 등수가 2012년 만큼 올랐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등수가 상승하지 못하고 작년과 같은 등수라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 같은 26위라고 해서 같은 수준은 아니다. 평가한 대상 국가가 작년 144개국에서 올해는 140개국으로 평가 대상국이 감소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순위 하락이라고 봐야 정확한 평가라 하겠다.
여전히 스위스, 싱가포르, 미국, 독일, 네덜란드가 1위부터 5위를 차지해 국가경쟁력이 높은 나라 최상위 그룹을 형성하여 경쟁력 있는 국가의 위엄을 보여주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6위, 홍콩 7위, 대만 15위, 말레이시아 18위로 한국보다 높은 성적을 받았다. 중국도 28위로 한국 뒤를 바짝 추격해 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취약 과목은 금융과 노동

박근혜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4대 분야 구조개혁에서 특히 금융시장, 노동시장 성적이 낮아 전체 성적을 올리는데 한계를 보여줬다. 금융부문 분야에서는 금융시장 성숙도 87위, 대출 용이성 119위, 벤처자본 이용 가능성 86위, 은행건전성 113위로 크게 밀렸다. 그리고 노동부문에서는 노동시장 효율성 83위, 해고비용 117위, 고용 및 해고 관행 115위로 문제가 되었다.

대한민국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주범은 노동분야다. 의례적으로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불법 파업, 노동쟁의가 결국 성적표에 다 녹아져 있었다. 또한 노동시장의 경직성은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을 지경이다. 일부 악덕 사주의 전횡 때문에 노사협력이 잘 될 턱이 없다.

   
▲ 강성, 귀족 노조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적표대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하락시키기 때문에 이런 성적표를 검토한 해외 기업은 한국 진출을 꺼린다. 심지어 강성, 귀족노조가 싫어서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 한다. 사진은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 참가자들이 도로에 나와 집회를 벌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디트로이트에 가지 마라

가끔 미국으로 이민가는 지인들한테 절대 디트로이트로 가지 말라고 한 적이 있다. 그 때 지인들이 늘 가난하고 척박한 도시에 안 간다고 답변을 하곤 했다. 한 때 5대호를 중심으로 미국 최대 공업도시였던 디트로이트가 약 21조원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해 파산을 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었다. 미국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최대 규모라는 소식도 같이 들었다.

한때 영화 로보캅의 주무대였던 디트로이트.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으로 3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동차산업에 종사하여 살아가면서 행복한 미국 중산층 가정을 일구며 웃음과 행복이 넘치는 도시였다. 하지만 디트로이트가 파산한 이유는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비극이 시작되었다.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상실하는데 일등공신은 강성·귀족 노조였다. 강성 노조의 나만 살면 되겠다는 집단적 이기심이 도시를 파산시키고 사람과 기업이 도시를 떠나게 만든 것이다.

그래서 미국으로 이민가거나 유학가거나, 혹은 여행가는 지인이 있으면 영화 베트맨의 고담시와 같이 엉망이 되어버린 디트로이트에 절대 가지 말라고 충고했던 것이다.

성적을 올리는데 노조에 특별 처방이 필요해

최근 자동차업계 중심으로 한 노조들이 파업의 정당성을 홍보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오히려 명분없는 파업이라고 비난한다. 이러한 실정을 민주노총, 한국노총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노조의 무지가 참 아쉽다. 그 결과 국가경쟁력까지 발목잡고 있다.

국가경쟁력을 높일려면 강성, 귀족노조는 변신을 해야 한다. 특별 처방을 받아야 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명시된 적합한 절차를 밟아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고 절대로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불법 파업을 이제라도 금해야 한다.

또 터무니없는 무리한 요구, 자신들의 밥그릇만 채우는 식의 이기심을 버려야 한다. 실적부진에 어려움에 봉착한 회사는 어떻게 하면 생존해 근로자와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경영활동에 상관없이 자신들의 요구사항만 내세우면 안 된다. 실제로 생산직과 연봉직을 포괄한 현대차 임직원 연봉 평균은 약 9,000만원이 넘는다. 일반 근로자에 비해 고액연봉자들이다. 근로조건과 처우가 나쁜 것도 아니다. 하지만 노조는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파업을 무기로 삼는다. 강성, 귀족 노조는 이제라도 솔직해져야 한다.

강성, 귀족 노조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성적표대로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하락시키기 때문에 이런 성적표를 검토한 해외 기업은 한국 진출을 꺼린다. 심지어 강성, 귀족노조가 싫어서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려 한다.

지도층의 솔선수범도 필요해

결국 노동과 금융이 순위 상승을 막았지만 총 114개 지표 중 62%가 넘는 71개 지표가 개선되는 등 경제혁신 3개년계획 등의 정책효과가 일부 가시화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그러면서 지금 추진하고 있는 4대 부문 구조개혁 본격 추진시 개선세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한민국이 국가경쟁력을 높여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폐단을 바로 잡아 고쳐야 한다. 세계적인 평가기관의 평가는 대한민국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국가경쟁력을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노사문제도 노든 사든 법을 위반하면 균형감각을 가지고 처리해야 한다.

거기에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 94위, 공무원 의사결정의 편파성 80위, 정부 지출 낭비 70위, 사법부 독립성 69위 등 정부 정책 결정의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 방만하고 효율성이 떨어지는 정부 시스템이 강성, 귀족노조와 함께 폐단을 고치지 않으면 영원히 중진국에서 허우적 거릴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송덕진 극동미래연구소장·휴먼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