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술좌석은 낙장불입과 같다

취재수첩

최종원 국회의원이 지난 9월 ‘KT 술접대 파문’을 온팡 뒤집어 쓰고 있는 가운데, 양문석 방통위원은 어물쩍 넘어가려는 것처럼 보인다. 통신업체를 감시하고, 나아가 권력을 잡고있는 한나라당은 견제하기 위해서 민주당이 추천한 방통위원이 ‘KT 임원과 술자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감시 자격’이 상실된 것이 아닐까

FTA 사태로 인해 어물쩍 넘어가는 모양새가 지난 2009년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파문과 형평성에서 차이가 많다. 당시 성매매 현장에서 적발된 청와대 행정관은 방송통신위원회에 복귀하자마자 사표를 제출하고도,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야당의 비난은 멈출 줄 몰랐다. 여당이 하면 권력비리이고, 야당이 하면 ‘아는 동생’으로서 면죄부가 주어지는가

FTA 때문에 최루탄과 물대포가 팡팡 터지면서 권력형 비리 의혹이 농후한 이 사건이 묻혔지만, 국회에서 KT 감사가 예정된 이틀 전에 민주당 의원과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이 술좌석을 가졌다는 것은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좌측에서) 양문석 방통위원, 최종원 민주당 의원
▲(좌측에서) 양문석 방통위원, 최종원 민주당 의원

최종원 의원측은 항변하길 “누구도 KT의 주파수 경매 포기를 따지지 않았다. 아무도 안했다. 본래 그것이 최대 이슈였는데,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KT가 나왔을 때 전병헌 의원은 MBC 노조위원장을 불러서 질문했다. KT에게 질문하지 않은 의원도 많고, 별 상관이 없는 질문을 한 경우도 있다. 질문은 의원들의 결정이다.”고 말했다.

주파수 경매는 KT 감사가 있기 전 달 8월 29일에 1조원에 가까운 액수로 SK가 낙찰을 받고, KT는 입찰도중 포기했던 사건이다. 이러한 주파수 경매에 대해서 민주당 의원들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강도 높은 ‘감사’를 회피한 이유는 무엇일까

민주당 방통위원들은 7월 31일 성명서를 통해 “경매 설계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과열 경쟁에 따른 출혈 경매로 인해 소위 ‘승자의 저주’를 낳을 위험이 있다. 통신사업자가 안은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통신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양문석 방통위원은 통신업체를 감시 및 감독하는 기관의 핵심부 인물이다. 수천억원 및 수조원에 달하는 행정 정책을 감시해야하는 직책인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추천을 받아 권력을 감시해야하는 위치인데, 이틀 전 감사 대상인 KT 임원과 술자리를 갖고, 여성 접대부 4명이 동석했다는 것은 ‘청와대 행정관 성로비’ 사건과 비슷해 보인다. 당시 청와대 행정관 성로비 사건에는 티브로드가 개입됐고, 당시 큐릭스 합병이 거론되고 있었다.

이러한 양문석 방통위원이 향후 민주당의 입장에서 ‘여당의 통신정책’을 견제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낙장불입(落張不入) 즉 한번 패배한 장군은 다시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윷놀이에서도 낙장불입(落張不入)으로 ‘무효’가 선언되는데, 하물며 정치적 전쟁터에서 ‘KT임원과 술좌석’은 낙장불입(落張不入) 이상이 아닐까

말(馬)이 말(言)을 듣지 않는데 그 말(馬)을 계속 타겠다면 민주당도 그 말(馬)과 같은 입장으로 유추해석 수밖에 없겠다. 양문석 방통위원은 한겨레 보도 직후, “지나치게 많은 ‘적’을 만들어 왔다, 가슴이 무겁다. 변명의 여지가 없고 부끄럽기 한이 없다, 나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던 많은 분들께 죄송하기 짝이 없다”고 심경을 표현하기도 했다.

언론시민연대도 양문석 위원의 태도에 대해 “어떤 이유에서든 국감을 앞두고 국회의원과 방통위원, 방통위 피규제기관의 임원이 만나 수백만원대 룸살롱 술자리를 가진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이다. 깊은 반성과 책임있는 처신을 촉구한다”고 논평했다.

통신업체와 방통위원회를 감시 감독해야하는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으로서 이번 ‘KT 술접대’ 사건은 민주당 방통위원으로서 자격 상실 그 자체라고 보여진다. 양문석 위원이 앞으로 머리를 수백번 빡빡 밀고, 최시중 위원장을 비판할 지라도 ‘KT 술접대’ 꼬리표는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국민들은 속으로 “머리 밀기 보다는 접대 받지 말지”라고 웃을 확률이 높다. 한겨레가 보도해서 알려졌던 것이지, 언론 보도로 알려지지 않는 ‘술접대들’이 또 있을지 어찌 알겠는가

사실, “청탁이 오간 자리가 아니었다”고 양문석 위원이 변명하지만, 양 위원이 정의하는 청탁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KT 감사 및 국정감사가 한창이었던 당시 밤 11시에서 새벽 1시까지 눈 벌게지도록 여성접대부들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민주당’의 견제장치가 고장났다는 증거는 혹 아닐까 국정감사 자료조사에도 바빠야할 그 시점 아닌가

이 문제가 적당히 넘어간다면, 통신정책과 관련해 민주당 방통위원들 성명서를 발표할 때, 불쑥 튀어나와서 민주당을 발목잡는 역할로 사용될 확률이 높다. 언론시민연대의 논평처럼, 양문석 위원 스스로 사태수습 및 결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를 믿고 추천해준 민주당을 향해 양심과 신뢰가 살아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