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경제의 정치화 직접적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이 떠안아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 본질에 대한 오해

자본주의 경제는 맑스의 주장처럼 생산 수단의 사적 소유와 시장 교환, 이익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요소는 자본주의 이전 봉건시대-농경시대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현 자본주의 경제의 특징을 꼽으라면 오히려 ‘기업’이라는 형식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경제체제는 자본주의 경제가 아니라 기업경제라는 말로 치환해도 무방하다.

경제적 교환은 사람들의 필요를 더 잘 충족시키고 거래참여자들 부의 증대에 기여한다. 여기서 기업은 참여자들의 거래비용을 줄인다. 기업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자 사람끼리의 협업과 창의력을 최대한으로 이용하는, 고도로 조직화된 조직이다. 기업은 단순히 '기업'이 아니다. 소비자 생산자의 효용을 극대화하면서 세금을 낸다는 점에서 국민과 나라 모두를 번영의 길로 이끈다. 기업은 시민의식의 토양을 닦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가능케 하는 경제적 기관이기도 하다.

문제는 공동체주의나 집단주의가 유행하는 사회 속에서 기업가정신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 한 가지이다. 남을 속이지 않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생각하기를, 기업이 못사는 사람에게 돈을 나눠주어야만 비로소 남을 도운 것으로 여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기업 본연의 기능은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다. 기업에 대해 사회복지 기능을 기대하는 것은 잘못이다. 기업 본질에 대한 오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벌어들인 이윤으로 세금을 내면 그만이다.

자원을 확실하게 낭비하는 방법, 경제의 정치화

기업 본질에 대해 오해하는 사회, 공동체주의나 집단주의가 횡행하는 사회에서 복지 및 분배를 이유로 경제에 대한 민주화(?)를 단행하면, 직접적인 피해는 기업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그리고 간접적인 후속피해는 소비자와 근로자에게 전가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본질은 자원배분 및 상거래뿐 아니라 생각과 사람들까지도 자유롭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처럼 자원배분을 강제적으로 할당한다면 그 피해는 보이지 않는 효과의 마이너스(-) 연쇄작용을 불러일으킨다.

① 단통법, 도서정가제, 대형마트 규제 등 소비자 선택을 가로막는 정책

② 사회적기업 및 협동조합,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나누는 지역 규제, 농축산업에 대한 지원 및 산업별 역차별, 대기업집단 규제 등 일종의 칸막이식 역차별 제도

③ 정부 공공부문의 독점 증가, 공기업 적자누적, 연기금 적자재정 등 공공으로의 자원배분 확대

④ 무역이익공유제 등 공산주의방식 추진

위 네 가지는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경제의 정치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의 정치화’ 현상이 이어져서 정부가 점차 커지면 기업이나 소비자 등 민간 시장경제는 타격을 받는다. 독점의 정의를 생각해 보자. (독점이라고 오해 받는) 대기업을 규제하는 정부기구 자체가 완벽한 독점기구다. 순수한 독점은 내수 및 글로벌시장으로부터 경쟁자의 자유로운 진입이 허락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그런데 이는 민간이 아니라 정부에서만 발생한다. 게다가 민간부문의 가짜 독점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정부부문의 진짜 독점이 증가하면, 경제 전체로 보아 독점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다.

   
▲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업적은 여왕들에게 더 많은 실크 스타킹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공장 여직공들이 노력을 덜 해도 실크 스타킹을 신을 수 있게 한 데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우리나라 굴지의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에 적용하면, 그들의 업적은 국민 모두가 삼성 스마트폰과 현대차를 가질 수 있게 한 데에 있다./사진=미디어펜

적자나 도산은 자본주의의 브레이크다.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자동차가 더 빨리 달릴 수 있듯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도 적자나 도산이라는 브레이크 장치가 있어서 기업의 막대한 이윤 창출과 리스크 관리, 고도성장 및 장기 번영이 가능하다. 이와는 반대로, 망해 없어져야 할 산업부문을 정부가 국유화하고 공무원을 해당 공기업의 책임자로 앉히는 것은 귀중한 경제자원을 확실하게 낭비하는 방법이다.

삼성전자, 현대차의 업적…“누구나 누릴 수 있게”

본론으로 돌아간다. 기업의 본질은 앞서 밝혔듯이 좋은 물건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공급하고 이로 발생한 이윤을 누리며 세금을 내는 것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은 여기까지다. 그 이상은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로 이루어져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가 자본주의의 역동성과 경제발전을 가져오는 원동력이라는 점이다. 조지프 슘페터는 “자본주의의 업적은 여왕들에게 더 많은 실크 스타킹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공장 여직공들이 노력을 덜 해도 실크 스타킹을 신을 수 있게 한 데 있다”라고도 말했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하면 “삼성전자의 업적은 (과거의 PC, 카메라, 전화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성능의 스마트폰을 국민 누구나 갖고 다닐 수 있게 한 데에 있으며, 현대자동차의 업적은 예전보다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차량을 누구나 몰고 다닐 수 있게 한 데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든 골목길 치킨집이나 편의점이든 기업의 본질은 매한가지다. 사람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돈을 버는 데에 있다. 지금의 경제는 과거 농경사회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거래비용을 줄이는 기업 간의 치열한 가격 경쟁을 통해 굴러가는 경제며, 여기서 소비자로부터 선택받는 기업과 소비자 모두의 윈윈게임이다.

   
▲ 공동체주의나 집단주의가 유행하는 사회 속에서 기업가정신은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단 한 가지이다. 남을 속이지 않고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업에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사진=미디어펜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기업이라면 문어발식 확장이건 아니건 마음대로 해도 좋다. 주식회사든 협동조합이든 이윤을 내어 경쟁에서 살아남으면 된다. 기업조직은 군대식 조직이나 공산국가식 조직이 아닌 이상 천편일률적일 수 없다. 세상을 둘러보라. 기업의 조직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조직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두각을 드러내는 조직이 앞장서서 성장의 모멘텀을 형성하면 된다. 우리나라 기업생태계에선 대기업집단이 그 주인공이다. 한국경제의 저력은 여기서부터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