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허해서 유치원 설립을 유도했던 정부…이제 와서 말을 바꾸다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현 유치원 유아교육의 문제는 다른 곳에 있지 않다. 바로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복지와 재산권의 충돌이다. 박근혜 정부 이래로 선언되고 추진되고 있는 유아교육발전5개년계획은 유아에 대한 국가의 완전책임제를 공언하고 있다. 이는 反헌법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지 않고 유아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국가 ‘복지의 의무’, 헌법에서 인정하는 가치에 기초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국가가 무상보육을 제공하려는 복지의 의무가 사유재산권이라는 ‘또 다른’ 헌법가치와 배치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23조는 ①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되며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립유치원은 이 땅에 유아교육이 부재하던 시절, 정부의 아무런 제도적 보장 없이 원장 개개인의 철학에 따른 교육을 몸소 실천했던 사립교육의 산실이다. 사립유치원으로 태동한 유치원 교육의 역사는 백 년을 넘는다. 대한민국이 건국되기 전, 제헌 헌법이 성립되기 전 존재했고 활동하던 민간기관이다.

이후 공립유치원이 시작하면서 정부의 제도권으로 포섭되었지만 사립유치원은 엄연히 사적 민간영역에 속하는 기관이다. 헌법 제23조 1항과 3항이 보장하는 재산권 및 정당한 보상권을 누릴 자유가 있다. 사립유치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또한 이러한 원론에서 시작한 문제제기다.

   
▲ 사립유치원의 국공립화라는 정부 정책방향에 논리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복지라는 대의명분을 인정하자. 그렇다면 침해받는 사립유치원의 재산권에 대해 정부는 정당한 보상을 행해야 한다.

그런데 교육부 공무원 등 일부에서는 사립유치원의 사유재산 공적이용료를 묵살, 무시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사립유치원 측이 공언했던 대로 올해 들어와 전국에 있는 다수의 사립유치원들이 이미 사유재산 공적이용료를 회계 상으로 따로 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교육청은 이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다.

오히려 사립유치원 사유재산 공적이용료와 관련된 특정 세미나 자리에서 교육부 담당공무원이 “우리나라의 교육법제는 예전부터 사립유치원의 시설투자에 대한 보수나 설립자의 보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을 알고 사립유치원을 세운 것 아니냐. 그러니까 보상할 것도 없다”는 취지로 발언해서 세미나에 참석했던 청중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2014년 10월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측의 주장에 대하여 “유치원이 공교육 체계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지만, 유치원 설립ㆍ운영이 투자 개념은 아니고 교육부에서도 유치원 건물과 재산 사용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바 없다”면서 “특히 유치원은 교육기관에 포함되기 때문에 사립학교법을 적용받아 수익 목적의 영리기관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저간의 사정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보면 교육부의 손을 들어줄 수 있다. “유치원? 자기네가 그렇게라도 하고 싶어서 들어온건데 왜 이제와서 그래?”라고 말이다.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원래 무상교육, 자선사업의 취지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유치원 관련 법제도가 1980년 전두환 정부 이후 아래 네 가지를 주요 기준으로 하여 뒤바뀐다(당시 문교부 종합기획관 양재도씨의 증언에서 발췌 - 석성환, 2006).

① (자격원장은 없어도) 유자격 교사는 반드시 둘 것

② 시설 설비나 운영에 있어서는 자율에 맡길 것

③ 누구나 유치원을 설립하고자 하면 제한 없이 인가할 것

④ 유치원 운영에 일체의 간섭을 하지 말고 학부모들의 선택에 맡길 것

이와 같은 전두환 정부의 ‘유치원 자유화’ 조치로 인해 1980년 901개였던 유치원은 1985년 6242개, 1995년 8960개까지 늘어난다.

그렇다. 민간 사립유치원이 이토록 늘어나서 지금의 수천 개에 이르게 된 것은 유치원 경영에 전적으로 자유를 허하는 정부의 방침 때문이었다. 사립유치원 4천여 곳. 정부 때문에 유치원 유아교육 공급자로서 시장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정부가 신증설하고 있는 공립유치원으로 인해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사립유치원의 국공립화라는 정부 정책방향에 논리적으로 동의할 수 없지만, 복지라는 대의명분을 인정하자. 그렇다면 침해받는 사립유치원의 재산권에 대해 정부는 정당한 보상을 행해야 한다. (학부모들의 선택에 달려 있는) 유아교육이 공공필요에 의한 것이 정녕 정부의 판단이라면, 그에 따라 정부는 사립유치원 모두에게 이에 상응하는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