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월) ~ 12월 15일(목) 밤 9시 30분 방송

금오열도는 전라남도 여수의 남쪽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펼쳐진 금오도, 안도, 연도, 화태도, 대두라도, 횡간도 등 37개의 섬을 일컫는 말이다. 금오열도의 섬들은 오랜 세월 동안 남해의 거센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 낸 절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예로부터 아름다운 풍광과 자연의 보고였던 금오도, 네덜란드 보물선이 주변 어딘가에 잠겨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신비의 섬, 연도 그리고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깊은 역사의 섬 안도와 이제 단 세 가구만이 섬을 지키며 살아간다는 소횡간도까지 수 천 년의 세월이 지켜낸 신비의 섬, 금오열도를 간다.

1부. 시간도 쉬어가는 길 - 금오도 비렁길
‘금빛 자라를 닮은 섬’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금오도(金鰲島)는 금오열도의 중심이자 가장 큰 섬이다. 금오열도는 조선 시대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나 임금의 관(棺)을 짜는 재료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기 위하여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었던 황장봉산(黃腸封山)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사람의 출입과 벌채가 금지되었던 외딴 섬, 금오도가 사람들에게 알려진지는 약 120년 정도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만큼 때 묻지 않은 천혜의 비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금오도에 최근 전국에서 등산객들과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고 찾아들고 있다. 금오도의 해안 기암절벽과 해안단구를 따라 구불구불 이어지는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 ‘비렁길’을 걷기 위해서다. ‘비렁’은 절벽의 순우리말 ‘벼랑’의 여수 사투리로 본래 이 길은 해녀들이 채취한 미역을 널거나 주민들이 땔감을 구하기 위해 다니던 해안길이었다. 함구미 마을에서 시작해 직포마을까지 아찔한 해안절벽을 따라 이어진 8.5km의 비렁길은 울창한 숲과 바다, 해안절벽 등의 비경을 한눈에 볼 수 있어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금오도의 비렁길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이 길을 따라 만나는 곳곳에 금오도 섬사람들의 삶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금오도 해녀들이 미역을 널었다던 미역널방을 지나면 수백 년 동안 할머니 사당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이 살아가는 두포마을이 나온다. 비렁길 옆 바닷가에 펼쳐진 초록빛 밭은 중풍을 예방해준다는 금오도의 특산물, 방풍나물 밭이다. 예부터 전해져온 섬사람들의 장례 풍속을 엿볼 수 있는 초분부터 100년이 넘은 황토집까지 금오도 비렁길이 품은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만나는 시간이다.

2부. 바다가 준 축복 - 연도
금오열도에서 가장 남쪽에 자리 잡은 연도는 금오열도의 37개 섬 중에서도 가장 풍부한 자원과 해안 기암괴석들이 만들어낸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섬의 모습이 솔개같이 생겼다 하여 ‘소리도’로 불리다 솔개 연(鳶) 자를 써서 연도라 부르는 섬, 연도는 그야말로 물 반, 고기 반 낚시꾼들의 천국이다.

사계절 다양한 어종을 풍부하게 볼 수 있어 강태공들을 유혹하는 연도,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이지만 연도는 지금 감성돔과 열기낚시가 한창이다. 새벽같이 갯바위를 찾은 낚시꾼들부터 연도 앞바다에 배를 타고 나가 열기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생생하게 전하는 연도의 매력! 낚싯줄 하나에 8~10마리씩 줄줄이 걸려오는 낚시의 손맛에 한번 연도를 찾았던 낚시꾼들은 연도를 잊지 못하고 꼭 다시 찾는다고 한다. 추운 날씨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복, 배말 등을 따기 위해 자맥질을 하는 해녀들에게도 연도 앞바다는 그야말로 보물창고인 셈이다.

오랜 세월 동안 파도와 바람이 만들어 낸 연도의 수많은 해식 동굴에는 그 사연도, 전설도 많다. 옛날 난파되었던 네덜란드의 선원이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솔팽이굴’, 노루를 쫓다가 굴인지 모르고 빠져 죽었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포수 빠진 굴’ 등 기기 괴괴한 바위섬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 모양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금오열도에서 가장 생생한 풍경과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곳, 신비의 섬 연도를 간다.

3부. 내 마음의 천국 - 소횡간도
횡간도와 여수 돌산 사이, 아주 작은 섬 소횡간도. 대횡간도 옆에 있는 작은 섬으로 섬의 형태가 비뚤어졌다고 하여 “작은 빗간이섬”으로도 불렸던 소횡간도는 면적이 0.08㎢로 웬만한 공원 정도의 규모와 비슷하다.

소횡간도에 사는 주민은 단 6명, 멸치잡이를 하며 살아가는 세 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소횡간도는 1630년경 대횡간도에 거주하던 진주강씨, 달성서씨가 처음으로 섬에 들어가 정착하였으며, 한 때는 아이들로 북적이던 학교도 있고, 멸치, 전복 등 해산물이 풍부하기로 유명했던 섬이었지만 점차 주민 수가 감소해 지금은 세 부부만이 살아가는 외로운 섬이 되었다.

5년 전까지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어두운 밤이면 촛불을 켜고 살았던 섬, 주민들이 떠나간 이후로 드나드는 정기선도 없어 배가 없으면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외딴 섬. 그리움을 노래하는 듯한 파도소리만이 적막한 그곳에 세 부부는 왜 아직도 그 섬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이 섬의 막내 서신홍씨는 30년간 시내에 나가 살다가 고향이 그리워서 돌아왔다. 깜깜한 새벽부터 멸치 그물을 건져 올려 여수 돌산 시내 위판장까지 나가서 팔고 나면 배 기름값밖에 남는 것이 없는데도, 그의 부인 박만심씨는 마음 편한 이곳이 천국이라 말한다. 금오열도를 수놓는 작은 보석같이 숨겨져 있는 그들만의 천국, 소횡간도로 여행을 떠나보자.

4. 섬, 사람은 풍경이 되고 - 안도
금오도의 옆 작은 섬 안도는 해안선 길이가 29km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예전에는 섬 형태가 기러기 같다 하여 기러기 안(雁) 자를 써서 ‘기러기 섬’으로 불렸으나 현재는 살기 좋다는 의미의 편안할 안(安) 자를 쓴다. 섬이 둥그렇게 감싸 안은 듯한 안도의 해안에는 남해에 거친 태풍이 몰아칠 때에도 선박들이 편안하게 피항을 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 때 안도로 피난을 왔던 사람들이 편안하게 지내다 갔다는 이야기가 전해질만큼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섬, 안도.

안도는 신석기시대의 유적이 남아 있는 깊은 역사가 숨 쉬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신석기 사람들이 살았던 흔적을 볼 수 있는 패총,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보낸 사신이 썼다는 글이 남아있는 ‘글쓴 바위’를 볼 수 있다. 세계 3대 중국기행문 중 하나인 『입당구법순례행기』에는 일본을 향해 가던 승려가 안도에 머물렀던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기도 한다. 수천 년 전 안도를 사랑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도 안도를 아끼며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여정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을 통해 지난 10년간 평양, 블라디보스토크, 몽골, 바이칼 호수, 헬싱키 등 100개의 지역을 오가며 찍었던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던 사진가 최항영, 이제 그는 사람들의 표정을 찾아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변변한 상점이나 슈퍼 하나 없이 일주일에 한 번씩 생필품을 싣고 오는 트럭을 기다렸다가 물건을 사는 할머니들, 수천 년 전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보물섬 같은 안도가 좋아 들어와 산다는 김평식 씨, 평생 갯바위에서 전복이나 배말을 캐서 여섯 남매를 키운 노부부들.

사진가 최항영의 카메라 렌즈에 비친 안도 사람들의 표정은 어떤 모습일까 시골사람들의 순박한 웃음과 눈빛에서 사진의 의미를 되새긴다는 그와 함께 바다를 닮은 사람들이 사는 곳, 남해안의 보물섬 안도로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