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론인가? 로비인가? 우연인가?

지난 8월 31일 1.8GHz 주파수 경매가 9950억원으로 SK텔레콤에 낙찰됐다. 앞서 방송통신위원회가 주파수 경매를 실시하기로 하자, 민주당은 주파수 경매에 대한 강력한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당 문방위원들 전원의 이름이 들어간 성명서다.

7월 31일 민주당 방통위원들은 “방통위는 실패 예견된 주파수 경매에 대해 전면 재검토해야한다. 과열 경쟁에 따른 출혈 경매로 인해 승자의 저주를 낳을 위험이 높다. 자칫 경매의 역기능으로 인해 통신사업자가 안은 비용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부작용은 통신비 인상을 의미한다.

민주당 방통위원들의 예견이 적중했다. KT와 SK가 과열 경쟁을 하면서, 9950억원이라는 경매 낙찰가를 기록했다. 1조를 넘어갈 그 시점에 KT가 포기했다. 언론사들은 민주당의 성명서를 포함해서 ‘경매 과열’을 집중 보도했다. 국감 즉 국민을 대신해서 국회의원들이 정부 정책을 감시하는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이 문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민주당 추천 양문석 방통위원이 9월 22일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날 KT 국정감사가 있었다. 양문석 방통위원은 9월 20일 최종원 의원과 함께, KT의 술접대 향응을 받은 것과 관련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 추천 양문석 방통위원이 9월 22일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날 KT 국정감사가 있었다. 양문석 방통위원은 9월 20일 최종원 의원과 함께, KT의 술접대 향응을 받은 것과 관련해 '논란의 도마'에 올랐다.
9월 22일 국정감사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이동통신주파수 800MHz, 1.8GHz, 2.5GHz 등 최초로 경매를 실시했다”고 공식적으로 보도했다. 이날 양문석 위원도 국감 현장에 참석했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모든 의원들이 “통신 3사의 통신비가 이렇게 높으면 되느냐. 통신비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라, 방법을 찾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신비가 너무 높다는 것에 대한 국민의 요청에 따라 대부분 의원들이 이동 통신사들의 요금 정책을 비판했다.

반면,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대다수 의원들이 ‘주파수 경매 과열 경쟁’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질문을 한 의원이 없다. 딱 한사람, 한나라당 김성동 의원이 “주파수 경매의 낙찰 금액 등 이러한 부분이 결국 통신비로 부담이 되는 것이다. 이동 통신비는 이성이 아니라, 심정의 문제로 따져야한다”고 비판하더니, KT측 증인을 불러 세워서 “국민의 심정을 이해하시죠”라고 물었다. KT 증인이 “예”라고 하니까, 김 의원은 “들어가시죠”라고 끝냈다. 더도 덜도 아니다.

민주당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더 가관이다. 김 의원은 “KT 이석채 회장 연봉이 65억원이 되는 것이 말이 되느냐 타워 팰리스에 사택을 마련한 것이 상식에 있는 이야기냐 KT는 완전히 낙하산 부대다. MB측 인물들이다”면서 MB와 관련된 인물들을 즉석에서 나열했다.

이어 김재윤 의원은 “국민의 통신비를 올리는 것은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다. 통신비를 인하할 대책을 제시하라”고 호통쳤다. 그 대못중 하나가 바로 ‘주파수 경매 낙찰금 9950억원’인데, 김 의원은 9950억원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이석채 회장 65억원도 11명의 이사들이 최고 경영실적을 냈을 때 받을 수 있는 연봉의 총 합계로 밝혀지기도 했다.

허원제 한나라당 간사는 “군 복무중인 군인들의 미사용 핸드폰”과 관련된 통신비 정책을 비판했고, 김 성동 의원은 “통신비를 인하해야한다”면서도 KT에게 어떤 추궁도 하지 않았다.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지난 5년동안 미지급된 환급금을 KT가 자체 수입으로 처리한 것이 말이 되느냐”고 따졌지만, 장 의원도 ‘9950억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최종원 의원도 마찬가지다. 최 의원은 KT에게 아예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당일 최의원은 ‘2G망 폐지’에 대해서 보도자료까지 배포했으면서도, KT 증인이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 어떤 질문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최종원 의원측은 “민주당 당론으로 KT 질문을 하자고 당론이 정해졌는데, 당론과 다르게 질문을 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있겠지만, 의원님 스스로 질문을 결정하는 것인데, KT에게 질문을 하지 않은 것으로 이상케 보는 것이 더 이상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당시 함께 거론됐던 이슈중 하나가 ‘KT의 2G망 폐지’다. KT의 2G망 폐지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함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대는 논평에서 “당시 KT의 주파수 경매 포기,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등이 언론계의 주요 의제로 오르내렸고, KT에 대한 방통위의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종원 의원, KT의 룸살롱 접대 의혹을 단독 보도한 한겨레도 기사에서 “당시 방통위 국감에서는 KT의 주파수 경매 포기, 정액요금제 무단가입, 이동통신 품질 저하와 이에 대한 방통위의 역할이 집중감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높았다”고 보도했었다.

FTA에 대해서 남극과 적도처럼 삼팔선을 긋고 정쟁을 벌였던 여당과 야당이 ‘KT의 주파수 경매 포기 및 2G망 폐지’에 대해서는 여야합의로 함구했다는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어떻게 똑같이 그 질문의 답을 쓰지 않은 것일까

국정감사에 KT가 나올 때, 집중적으로 추궁받게 될 순위 1번 질문이 ‘KT의 주파수 경매 및 2G망 폐지’였는데, 왜 그 질문만 없었던 것일까 민주당 방통위원들은 ‘주파수 경매제’에 대해서 강력한 반대 성명서까지 냈었는데, 어떤 질문도 하지 않은 것은 당론인가 로비인가 우연인가

◆2G망 폐지에 대한 민주당의 ‘쇼쇼쇼’

국정감사에서 ‘9950억원’에 대한 질문 및 KT의 2G망 폐지에 대한 질문을 외면했던 민주당이 지난 11월 21일 “KT가 불법적이고 부당한 방법으로 2G 이용자의 가입전환을 시도했다면 이는 소비자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다. 방통위가 사업자의 이해관계 때문에 소비자를 외면한다면 민주당 문방위 위원들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김부겸, 김재윤, 장병완, 전병헌, 전혜숙, 정장선, 천정배, 최종원의 이름이 성명서 끝에 달렸다. 국감에선 통신비 인하를 부르짓으면서도, 9950억원 및 2G망 폐지에 대해서 어떠한 질문을 하지 않았던 민주당 방통위원들이 낸 이러한 성명서의 진정성은 도대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