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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아·차홍·황재근…MBC '마리텔'이 보여준 미디어의 미래
대담한 실험과 도전…인터넷 시대 미디어의 새 길 제시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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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5-10-05 17:5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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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태영 언론인
요즘 매주 토요일 밤 11시 15분부터 MBC-TV에서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한다. 마리텔의 특징은 미리 인터넷을 통해 방송된 내용을 다시 TV에 맞도록 편집해 방송하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토요일 밤에 방영되는 TV마리텔은 인터넷 마리텔의 재방송인 셈이다.

지난 3일 방영된 마리텔에서는 추석날 전 부치는 장면이 나왔다. 이 프로그램이 추석인 9월28일 제작되었음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 지상파 TV방송에서 토요일 밤 내보내는 예능 프로가 1주일 전 추석 명절에 제작되었음을 공공연히 밝힌 것도 매우 드문 경우라고 생각된다.

토요일 밤 예능에 재방송이라니…그것도 1주일 전 추석 명절을 배경으로 한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다니… 추석 때 차례상에 올렸던 전이 식은지가 언제인데…시청자들을 실망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날 마리텔은 시청률 조사에서 전국 단위에서는 18위(6,2%), 서울 수도권에서는 10위(7%)를 차지했다. 서울 수도권에서는 3대 지상파 방송사의 저녁 뉴스 수준의 시청률이다. 밤 11시대의 예능으로는 매우 높은 시청률을 확보했다. 시간대와 시청률를 보면 마리텔은 새로운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해도 좋을 듯 하다.

마리텔을 재미있게 시청하면서 이 새로운 포맷의 예능 프로그램이 인터넷 시대에 미디어가 나아갈 어떤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먼저 인터넷 마리텔은 TV마리텔이 방송되기 1주일 전에 네티즌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쌍방향으로 진행된다. 네티즌들이 프로그램 진행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그러면 진행자들은 이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반응한다. 마리텔의 재미는 네티즌이 채팅창에 띄우는 재담과 이에 대한 진행자들의 반응.

   
▲ 10월3일 방영된 마리텔 가운데 인기 아이돌 초아가 모르모트 PD와 데이트하는 내용이 방송됐다. /사진=MBC '마리텔' 캡쳐
가령 미용사 차홍 씨가 손님들에게 초절의 친절함을 나타냈을 때 네티즌들의 청담동 미용사의 내공이라며 혀를 내두른다. 지금은 빠졌지만 백종원이 요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네티즌이 띄운 한 메시지를 보고 “어떤 새”하고 발끈 하는 모습을 보이자 네티즌들은 “욕을 했다”라며 진행자를 조롱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황재근 같은 진행자들은 섭섭한 이야기를 대하면 악의 없이 나가라고 호통을 치기도 한다.

이 모든 내용들이 많은 네티즌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네티즌의 채팅이나 쌍방향 대화는 프로그램 연출자의 연출 영역을 일정하게 벗어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그리고 인터넷 마리텔이 진행되면 자연히 재미있거나 이색적인 내용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다. 그러면 TV마리텔을 제작할 때 제작진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내용이나 네티즌들이 재미있다고 평가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삽화를 배치하거나 제목을 넣는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좀더 세심하게 배려하며 TV마리텔을 제작하지 않을까 한다. 다시 말해 TV마리텔 제작진은 인터넷마리텔 네티즌과의 쌍방향 대화를 통해 TV마리텔에서의 흥행요소를 미리 발굴할 수 있을 것 같다. 분명한 점은 TV마리텔은 인터넷 마리텔을 바탕으로 제작된다는 사실이다. TV마리텔은 인터넷 마리텔의 파생상품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어떻게 말하든 인터넷이 주(主)고, TV는 종(從)이다.

이 점은 마리텔이 인터넷 시대에 들어서면서 차츰 사양화하는 신문 잡지 등 활자미디어들에도 어떤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볼 수도 있다. 즉 현재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이슈들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서 진행된다. 신문이나 방송에 어떤 기사가 보도가 되든 안되든 인터넷이나 SNS에서 이슈가 되는 여부와는 큰 관련이 없다. (그런 점에서 박원순 서울 시장이 아들의 병역 문제를 보도한 MBC에 대해 법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은 매우 의아하다. 그런 문제제기가 이미 우리사회에서 주요 토론장으로 변모한 인터넷이나 SNS에서의 논의를 위축시킬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박 시장의 법적인 문제제기 이후에도 뜨겁게 달구어져 결국 국정감사에서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인터넷 마리텔에 참여한 네티즡들이 TV마리텔을 보게 되듯이,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토론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다시 신문 방송 등 활자매체에서 그 이슈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해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신문 잡지 등은 인터넷이나 SNS에서 생긴 이슈들을 지금처럼 피해갈 것이 아니라, 반대로 TV마리텔처럼 흥행요소가 될만한 부분을 선정하고 재밌게 편집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면 어떨까?

또 하나 TV마리텔이 미디어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생각되는 점이 있다.

10월3일 방영된 마리텔 가운데 인기 아이돌 초아가 모르모트 PD와 데이트하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모르모트 PD는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인터넷 마리텔을 시청하는 많은 네티즌들의 아바타 역할을 한다. 가령 네티즌들이 초아의 손을 잡으라고 하면 모르모트PD는 초아의 손을 잡는다. 사실은 네티즌 자신들이 손을 잡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바타의 행위 선택에 대해 제작진은 ‘대세’를 따른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선택한대로 한다는 의미이다. 당연해 보이지만 이는 분명 제작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네티즌이 제작을 주도하는 것이다.

이 대목은 마치 게임을 하는 듯 하다. 미래 어느 시점에 TV의 예능프로그램이나 드라마와 게임이 하나로 합쳐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었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요악하면 모든 미디어의 중심에는 인터넷이 있다는 점, 인터넷 미디어에 참여하는 네티즌들의 행위를 통제하기는 지극히 어렵다는 점, 그리고 각 장르 간의 경계선이 허물어지고 있다는 점 등을 마리텔 제작진들의 대담한 실험과 도전을 통해 다시금 확인한다. /우태영 언론인



[미디어펜=이동건 기자] '정글의 법칙'에서 채경이 리액션 요정에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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