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무용론 스스로 증명…상시국감제 도입 등 정치혁신부터

   
▲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
9월 10일부터 시작 된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국감 구태(舊態)가 그대로 재연되는 상황을 보니 마치 드라마 재방송을 보는 듯하다. 한 가지 새로운 점은 이번 국감이 예년에 비해 세간의 관심을 현저히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감보다는 여·야대표의 각 당에서의 주도권 잡기에 더 이목이 쏠린 듯하다. 국감스타는 옛말이 되었고 오죽하면 ‘물국감’이라는 오명까지 생겼다. 거의 모든 언론사 및 방송사의 카메라가 국회의원에게 집중하는 절호의 홍보 기회를 국회의원 스스로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심지어는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는 행태를 보니 이제 국감도 그 한계에 다다른 듯하다.

이번 국감에서 보여준 전형적인 구태는 여러 가지 면에서 국감무용론을 스스로 증명해 보인 격이다.

첫째, 이번 국감은 파행의 연속이었다.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파행이었다. 신동빈 롯데회장의 증인 출석문제를 놓고 정무위원회가 파행했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문제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의 총선 필승 건배사에 대한 공방으로 행정자치위원회는 대부분의 시간을 허비했다. 국감이 진행 된 내내 메르스 사태 등 증인 채택 문제 또는 증인의 과거 발언 및 신변 문제로 상임위원회 곳곳에서 파행을 거듭했다.

둘째, 무분별한 일반 증인 채택 행태다. 과거 국정감사 일반증인 출석요구 및 신문행태를 보면 기업인을 포함한 일반증인을 무더기로 출석 시킨 후 한마디의 신문도 없이 돌려보낸 증인이 상당수 있었다. 몇 초의 증언을 위해 하루 종일 기다린 증인, 상식이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밤늦게 까지 기다린 증인, 서면 질의로도 충분히 답변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일단 국감장으로 불러 증인들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았다. 특히, 올해는 기업증인 채택 문제가 편법적인 정치자금 동원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악행까지 더 해져 일반 증인 채택 문제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었다.

   
▲ 지난달 14∼15일 정부 세종청사와 국회에서 이틀 연속 열린 기획재정위 국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정책 평가를 놓고 예민해진 여야 의원간의 설전 끝에 결국 파행을 맞았다./사진=미디어펜
셋째, 막말 및 인신공격 등 정치권의 해묵은 관행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김모 의원은 최경환 부총리를 향해 “얼마 안 있으면 물러날 것 같은데, 법인세라도 정상화하는 게 가장 큰 업적이 되지 않겠느냐”며 인신공격형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또한 박모 의원은 최 부총리를 향해 “얼굴은 뻘게지셔가지고...”라며 국감취지와는 무관한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안전행정위원회 국감에서 김 모의원은 “도대체 머리로 일을 하는지 발가락으로 일을 하시는지 모르겠다”며 피감기관장에 모욕을 주는 저급한 발언을 내뱉었다. 환경노동위원회 장모의원은 노사정위원회 김대환 위원장을 향해 위원장의 관용차 유용 의혹을 제기하며 “기억 못 하시냐? 그 정도 기억력이 없으시면 정상적인 업무를 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인격 모욕적 발언을 했다. 이상의 예는 빙산의 일각이다.

넷째, 올해도 정책 국감이라는 정공법보다 ‘이목 끌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작년 환노위 국감 때 생태계의 파괴 주요 요인으로 뉴트리아가 등장한 것은 예고편이었다. 보건복지위원회 국감에서 최근 10대들에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셀프성형 기구의 유해성을 지적하는 과정에서 보좌관이 셀프성형 기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코뽕, 얼굴밴드, 쌍커풀 안경 등을 착용하고 등장했다. 이 보좌관의 의원은 순식간에 검색어 순위에 올랐고, 보좌관이라는 직업이 신종 ‘극한직업’으로 등극하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청 국감에서 한 야당 의원은 “구파발 총기사고는 탄약관리지침 등 규정을 지키지 않은 사례이자 명백히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지적하며 “모형 총기를 갖다 뒀으니 주머니에서 빼 직접 총을 쏘는 시연을 해 보라”고 강 청장에게 요구했다. 당황한 강 청장이 시연했고 이후 경찰조직은 크게 술렁거렸다.

다섯째, 국감 중 의원들의 외유와 “일탈”도 여전했다. 당초 야당의 공격수로 알려진 의원이 국감 중 실종(?)되자 한 언론이 추적하여 보도한 결과, 국감이 한창 진행 중인때 국회의장과 함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주요 협상국인 파나마,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를 방문한 것이다.

정 의장의 공식 순방에는 야당 의원 외에도 3명의 의원이 더 있었다. 국내에 있으면서도 국감장에 출석하지 않는 의원도 있고, 잠깐 출석도장을 찍은 후 휴게실에서 시간을 보내는 의원, 국감장을 마지못해 지키지만 스마트폰을 검색하거나 소설책을 읽는 의원 등 천태만상이다.

이러한 국감구태는 국정감사가 지속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구태에 대해 피감기관 및 일반국민들 모두 염증을 느끼고 부작용을 호소해도 유일하게 혜택 받는 그룹은 국회의원이었다. 그러나 이제 국회의원 스스로도 국감의 효용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누구나 피로감을 느끼는 국감에 매년 12억여 원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은 또 다른 낭비다.

이번 국감을 통해 국회의원들은 송곳 질문으로 국감스타로 등극하기 보다는 당내 주도권 추이를 살피며 본인의 운명을 결정지을 공천권에 더 관심을 보였다. 2015년 국감을 통해 정치혁신의 여러 과제 중 시급하게 도입해야 할 것이 상시국감제도임을 국회 스스로 증명해 보였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