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징계요구서, 횡령사실 확인했다는 표현 없어…과도한 언론 플레이
   
▲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

충암고, 과다구입에 의한 식재료 빼돌리기 사실인가?

지난 6일 국가교육감시단은 충암고 배송용역비 2억 5천여만 원 횡령의혹은 소설에 불과하다며 교육청 좌파교육감의 사학 때리기라고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그러자 7일에는 식재료 빼돌리기를 입증할 증거라며 교육청 관계자가 사진 한 장을 언론에 흘렸다. 그후 배송용역비 횡령 얘기는 사라지고 1억 5천여만 원 식재료 빼돌리기 의혹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렇다면 식재료 빼돌리기는 확인된 사실일까? 그렇지 않다.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이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한지 5일이나 지난 시점, 이미 온 나라가 시끄러운 가운데 검찰수사에서 중요한 단서로 사용되어야 할 입증자료(사진)를 추가로 언론에 흘려준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독자들이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바랄 뿐이다.

“매일 쌀 20포(20Kg/포) 중 4포씩 총 9,280만 원” 횡령했다?

학교 급식실에 근무하는 영양사라면 교육청의 발표가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주장인지 알 수 있다. 지금부터 “매일 쌀 20포(20Kg/포) 중 4포씩 총 9,280만 원”이란 주장의 진위를 분석해 보기로 하자.

쌀 한포(20Kg)를 5만원이라고 치면 464일간 매일 4포씩 빼돌려야 9,280만 원 어치가 된다. 학교의 년간 급식일수를 감안하면 2~3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4포의 쌀을 빼돌린 셈이다. 참으로 허무맹랑한 이야기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교육청 발표는 아래와 같은 4가지 이유로 인해 신뢰할 수 없는 시나리오다.

   
▲ 서울시교육청 행정정보시스템에 충암고 아이디로 들어가 보면 지난 수년 동안 구매한 식재료 소요량 산출근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서부교육지원청에서는 충암고를 방문하여 여러 차례 충암고의 급식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지도감독도 해왔다고 한다. 사진은 충암고의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 급식업무 화면 사진.

첫째, 충암고는 하루 급식을 위해 16~17포(석식 4포 포함)의 쌀이 필요하다. 총 분량의 25%에 해당하는 4포를 빼돌린다면 과연 그날 급식이 모자라지 않고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그것도 수년 동안 지속적으로 말이다. 대한민국 1만 여개 학교의 급식담당자에게 묻기를 바란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억지주장이라는 답변이 돌아올 것이다. 부풀리기도 적당히 해야 믿을 수 있지 않겠는가?

둘째, 식재료 중 쌀의 경우에는 다른 식재료와 달리 1주일에 한번 납품하는 품목이다. 조리시설 옆에 붙어있는 공산품 창고에 쌀 1주일 치(약 80포)가 한꺼번에 배달되면 매 식사 때마다 필요한 분량만큼 반출하여 밥을 짓는다. 반면에 다른 농수축산물은 그날 하루 사용량을 매일 납품 받는다. 농수축산물의 경우 식수인원이 갑자기 바뀌지 않은 이상 식재료를 그날 다 사용하고 남기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보아야 한다.

교육청의 주장은 매일 쌀 20포 중 4포씩 빼돌렸다고 진술한 제보자가 있다는 것이다. 식재료 납품 방식도 잘 모르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지어낸 허위제보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아야 할 진술이다. 우선 하루 사용량부터 다르게 진술했다. 만약 누군가 쌀을 빼 돌린다면 매일이 아니라 매주 한 번이었어야 하고, 그 분량은 훨씬 소량이었어야 한다.

의혹제기 수준의 감사결과를 현행범을 잡은 듯이 부풀려 언론플레이
매일 쌀 4포씩 총 9,280만 원 횡령 주장은 또 다른 소설에 불과할 듯

셋째, 교육청 감사팀은 위 첫 번째 의문에 대한 답으로 충암고가 식재료를 허위 과다 구입했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국가교육국민감시단이 학교 급식담당자에게 확인한 바로는 이 역시 성립될 수 없는 시나리오다. 왜냐하면 식재료 구매량은 서울시내 모든 학교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학교행정정보시스템(일명 나이스) 상의 급식업무시스템을 사용하여 산출되기 때문이다.

   
▲ 충암고 식재료 빼돌리기? 국가교육국민감시단는 서울시교육청의 언론플레이라고 비판한다. 사진은 충암고의 2015년 10월 식단표.

나이스 급식업무시스템에서 식재료 소요량 산출과정을 살펴보기로 하자. 영양사는 매월 한달간의 식단을 짜고나면 나이스 급식업무 시스템에 들어가 ①규격정보(식재료 종류별 규격정보 및 요리 종류별 레시피에 의한 1인분 식재료 소요량)를 등록한다. ②식수인원 총원을 등록한다. ③매월 일별 식단을 짠 후 각 식단을 일자별로 등록한다. 이때 학사일정에 따라 일자별로 변동되는 식수인원이 있으면 해당 식단을 등록 할 때 식수인원을 조정한다. ④학생들이 좋아하는 메뉴(주로 주찬에 해당)의 경우 소요량을 +α한다. ⑤ 마지막으로 모든 정보 등록이 끝나면 일자별 식재료별 소요량이 시스템 상에서 산출되고, 이때 매식단의 열량(Kal)도 산출되므로 교육청 지침에 맞는지 확인한다. 충암의 경우 교실배식으로 인해 급식지도가 안되기 때문에 교육청 지침에 따른 열량만 계산하면 주찬의 경우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매 식단에서 주찬의 경우 소요량을 +α한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 행정정보시스템에 충암고 아이디로 들어가 보면 지난 수년 동안 구매한 식재료 소요량 산출근거가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서부교육지원청에서는 학교를 방문하여 여러 차례 급식시스템을 들여다보고 지도감독도 해왔다고 한다.

2천여 명의 학생에게 열악한 조리시설 환경에서도 차질 없이 급식을 해온 충암고 급식 담당자들이 주먹구구식으로 일했을 것으로 짐작하면 큰 오산이다. 교육청은 열악한 조리시설이나 식당을 개선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의혹만을 바탕으로 식재료를 수십% 허위과대 구입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며 언론플레이를 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교육청인지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 학교 급식실에 근무하는 영양사라면 충암고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발표가 얼마나 비현실적이고 억지스러운 주장인지 알 수 있다. 사진은 충암고의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 급식업무 화면 사진.

넷째, 충암고 조리실 및 식재료 창고는 납품배송차량 상하차 장소에서 불과 7~8미터 정도 되는 하나의 통로에 노출되어 있는 공간이다. 식재료 창고는 짧은 통로를 사이에 두고 조리원 휴게실과 마주보고 있어 누군가 통로에서 물건을 옮기면 쉬고 있는 약 20명의 조리종사원들에게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다시 말해서 일상적이고 지속적으로 수년간 식재료 빼돌리기가 이루어졌다면 영양사 2명, 조리종사원 10명 배송용역직원 10명 등이 모두 공공연하게 공모했어야 가능한 일이지 한 두 명이 비밀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요즘 같이 밝은 세상에 과연 어떤 학교가 이렇게 어리석은 방식으로 비리를 저지른다는 말인가? 더군다나 충암학원은 전교조 분회가 있어 호시탐탐 학교비리를 지켜보고 깨알만한 문제점만 있어도 교육청 감사실에 민원을 제기해 온 학교가 아닌가?

교육청 징계요구서, 횡령사실 확인했다는 표현 없어
책임자의 직무태만이나 관리소홀을 문제 삼았을 뿐

여기서 충암고 식재료 빼돌리기와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청이 충암학원 측에 요구한 감사결과 및 징계요구서를 살펴보면,

『충암중·고 행정실장 및 학교장은 2012년도부터 2015년까지 식재료를 허위 과다 구입하고 관리를 소홀히 하여 학교급식일마다 ①쌀 20포(20Kg/포) 중 4포, 야채 등 농산물과 공산품 일부품목의 30% 정도를 학교 밖으로 무단 방출하는 횡령이 가능하도록 방치하였고(쌀 9,280만 원 추산) ②식용유를 반복재사용하여 64%를 무단 방출하는 횡령이 가능하도록 방치(5,154만 원 상당)..... 직무를 위배하여 물품 및 회계를 관리하였다』라고 기술하였다.

이 공식문서에는 학교가 횡령했다고 직접 표현한 바 없고 “학교는 횡령이 가능하도록 식재료를 방치하여 물품 및 회계관리에 소홀했다”며 횡령의 주체를 모호하게 기술하였다. 그래서인지 수사를 착수한다는 검찰 관계자도 "여러 상황을 고려한 끝에 알려진 바와 달리 시교육청이 고발장을 제출하지 않고 수사의뢰 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데일리안 10/8자)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의혹제기 수준에서 수사를 의뢰했을 뿐 무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혐의를 확인하여 고발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서울시교육청이 언론에 내보낸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학교가 식재료와 식자재비를 횡령한 사실을 확인”이라고 단정적으로 표현했다.

   
▲ 서울시교육청의 주장은 충암고에서 매일 쌀 20포 중 4포씩 빼돌렸다고 진술한 제보자가 있다는 것이다. 식재료 납품 방식도 잘 모르는 사람이 악의적으로 지어낸 허위제보가 아닌지 합리적인 의심을 해보아야 할 진술이다. 우선 충암고의 하루 사용량부터 다르게 진술했다. 만약 누군가 충암고에서 쌀을 빼 돌린다면 매일이 아니라 매주 한 번이었어야 하고, 그 분량은 훨씬 소량이었어야 한다. 사진은 충암고의 교육정보시스템(나이스) 급식업무 화면 사진.

횡령이 의심된다며 수사를 의뢰한 사실을 두고 마치 학교측의 범죄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여론을 악화시킨 후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을 수 없도록 압박한 셈이다. 좌파세력이 장악한 서울시 교육청이 사학 때리기를 위해 과도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검찰은 객관적인 사실에 의거 신중하고 공정한 수사를 해야

이제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서울시교육청의 보도자료는 학교 측에 공식문서로 보낸 객관적인 사실과도 거리가 멀고, 문서에 담긴 교육청 주장 역시 근거가 부족하여 의혹제기 조차도 합리적인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허접한 내용이다. 좌파 교육감이 특채한 좌파 성향의 감사관이 자율과 경쟁적 교육가치관을 실현하려는 사립학교를 표적삼아 이념적으로 접근하여 만들어낸 사태라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마침 충암학원 측은 서울시교육청 관련자들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법률적인 대응에 나선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래 개별학교가 교육청 감사관을 형사적으로 고소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듯하다. 검찰의 신중하고 공정한 수사를 지켜 볼 일이다. /김정욱 국가교육국민감시단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