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법이나 조례 통해 학교운영 간섭 교육력 약화시켜

   
▲ 김소미 교육학 박사, 용화여고 교사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에 초·중등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의해 만들어진 ‘학교운영위원회’가 있는데도 별도 ‘학부모회’의 구성·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8일 공포하였다. 경기도교육청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이다. 이 조례에 따르면 서울의 모든 공립 초·중·고교와 특수학교는 학부모회를 구성·운영해야 하며, 사립학교는 법인 정관 또는 해당학교의 규칙으로 정해 운영하도록 하였다.

학부모회는 학교운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학교교육을 모니터링 하는 역할을 하며, 지역사회와 연계한 비영리 교육사업 등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한 지원도 담당하게 된다고 한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감과 학교장은 학부모회 운영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제 학교 운영에 또 하나의 법제화된 단체가 생기는 것이다. 기존의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 외에 ‘학부모회’도 법적으로 인정받는 단체가 되었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학운위는 학부모들과 지역사회 인사, 교원들이 참여하여 학교운영의 모든 것을 관장하고 특히 학생교육활동에 대한 심의와 학교발전기금에 대한 의결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학부모회’도 법적인 기구가 되어 학교교육을 모니터링하고 학교운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고 하니 학운위와 중복된 기구가 되는 것이다. 학부모회가 없는 지금도 학부모는 교육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정보와 의견을 충분히 공유하고 반영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매년 8회 이상의 학운위를 열어 교육활동에 대한 심의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학부모회도 같은 수의 회의를 열어 교육활동에 대한 보고를 요구하게 될 것이다. 학교는 이미 학운위에 보고하는 내용을 학부모회에서 또 하게 됨으로써 이중의 부담을 갖게 된다.

   
▲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학교에서 제도적 근거 없이 운영되어 온 학부모회의 구성·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8일 공포했다. 이 조례에 따르면 서울의 모든 공립 초·중·고교와 특수학교는 학부모회를 구성·운영해야 하며, 사립학교는 법인 정관 또는 해당학교의 규칙으로 정해 운영하도록 하였다. 학운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회까지 만드는 것은 옥상옥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연합뉴스
그렇게 되면 매년 16차례 이상의 회의를 열어 똑같은 교육활동을 학운위에 보고하고 학부모회에도 보고하는 중복된 행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대체 학운위가 있는데 학부모회가 왜 필요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좀 있으면 ‘교직원회의’도 법제화 한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다. 학교의 교육활동은 하나인데 학운위, 학부모회, 교직원회의까지 수많은 옥상옥이 생기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학부모회의 법제화로 단위학교에서 학부모회의 위상이 격상되고, 학교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학부모회도 회장, 부회장, 감사의 임원을 두게 되어 있고, 이들이 각종 교육활동에 참여하면 일종의 간섭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학운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학운위 위원장과 학부모회 회장과 학교 운영을 놓고 갈등을 빚을 소지도 크다. 서로 처한 입장과 학교운영에 대한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운위는 교원, 학부모, 지역사회 인사로 구성된 심의 조직이다. 학부모회는 학부모들로만 구성되기 때문에 교육활동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를 것이다.

학교가 학생들의 교육활동이 주가 되어야 하는데 무상급식과 조리 종사원, 각종 비정규직 고용, 게다가 학운위와 학부모회까지 운영해야 한다. 학교가 교사와 학생들이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만이 아니라 온갖 인력이 동원되어 종합적인 사회처럼 운영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학교장은 교육활동 외에 비정규직과의 노사 관계 등으로 머리가 복잡한데 또 다른 골칫거리가 등장하고 있다.

학교는 학교다워야 한다.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교사들이 가르치고 학생들이 배움을 이어가는 곳이다. 더 이상 외부에서 법이나 조례를 통해 학교운영에 간섭하는 것은 학교의 교육력을 약화시키는 일이다. 학교는 학교답게 존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