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B대우증권 본사/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검찰이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과 관련해 KB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직원을 잇달아 구속하면서 증권가가 긴장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KB금융지주의 대우증권 인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4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전일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KB투자증권 박모(47) 이사를 구속했다. 검찰은 또 이 거래를 돕고 박 이사와 앞서 구속된 김모(43) KB투자증권 팀장으로부터 억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로 KDB대우증권 김모(42) 팀장도 이날 함께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KB투자증권의 박 이사와 김 팀장은 코스닥 상장사 A사 전 대표 문모(55)씨로부터 A사 주식 45만주(14.99%)를 블록딜할 수 있도록 위탁 받고 그 대가로 6억9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블록딜이란 증권시장 시작 전후 매도자와 매매자가 특정 주식을 대량으로 거래하는 것이다. 장중에 대량 거래가 이뤄질 경우 주가가 급등락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만든 제도이다.

당시 A사에는 주가가 급락할만한 악재가 있었던 데다 대주주가 블록딜에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주가가 급락할 것을 우려한 문 전 대표는 손해 보지 않고 주가를 매도하기 위해 청탁에 나선 것이었다.

문 전 대표의 청탁을 받은 박 이사와 김 팀장은 평소 알고 지내던 대우증권 김 팀장에 접근해 1억3000만원을 건네주고 블록딜을 성사시켰다. 대우증권 김 팀장은 45만주 중 35만주를 기관투자자들이 사도록 유도했다.

블록딜이 이뤄진 직후 A사의 주가는 3만4000원대로 거의 최고치를 찍은 뒤, 열흘도 안 돼 2만6000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증권가를 대상으로 주식 부정거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여의도는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구속된 증권사 직원이 새 주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대우증권과 유력한 인수 후보인 KB금융지주 자회사인 KB투자증권 소속이라는 점에서 대우증권 인수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단 KB투자증권 측은 ‘직원 개인의 비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개인적 비리로 회사차원에서 윤리교육 강화 등 대책을 준비 중이다”며 “대우증권 인수전에는 아무런 영향도 없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측도 “검찰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얘기가 전혀 없는 개인의 불법행위로 매각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그간 “꼭 사겠다”며 강하게 대우증권 인수전을 몰아붙였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에게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처럼 개인차원의 비리라면 큰 문제가 없지만 수사가 확대, 조직적 비리가 적발돼 KB투자증권이나 KB금융지주가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는다면 대우증권 인수의 결격사유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