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시점 1월과 2월 전망 엇갈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새해 첫 기준금리 향방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한국경제는 미국 신정부 출범과 불안정한 국내 정치 상황이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침체된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 금리인하가 불가피한 상황이나, 치솟는 원‧달러 환율과 미국의 올해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고려할 때 섣불리 금리를 낮추기에도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1월 28일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은 오는 16일 오전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새해 첫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앞서 한은은 지난 10월과 11월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연 3.00%까지 인하했다.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1.8%다. 이는 지난해 7월 제시했던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p) 하향 조정된 것으로 잠재성장률(2.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부진 속에 미국 신정부의 통상정책 전환 등이 한국경제 성장을 발목잡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탄핵정국이 장기화될수록 저성장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금융권 안팎에선 한은의 금리인하 시점을 두고 1월과 2월로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1월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전망에는 한국경제가 탄핵정국과 맞물려 저성장 우려가 커지면서 금리를 낮춰 경기를 진작할 것이란 분석이 자리한다. 

다음 달로 인하를 관측하는 전망에는 금리를 낮춰 경기를 진작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으나, 고환율 상황에서 금리인하까지 단행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자리한다. 또 미국이 올해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만큼, 섣불리 금리를 조정하기보단 오는 28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향방을 지켜본 뒤 금리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최근 물가 오름세 둔화, 가계부채 증가폭 축소, 경기 하방 위험 확대에도 고환율이 지속되는 상황과 지난 두 차례 연속 인하 효과를 점검하면서 이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은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해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커진 점을 고려해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변수 간 상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전례없는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면서도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로 가계부채 흐름은 안정됐지만, 금리 인하가 계속될 경우 불안 요소로 발전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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