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정재영 기자]연쇄 살인 사건 용의자 20대 여성 채지은. '그녀는 왜 살인자가 될 수 밖에 없었을까'

영화 ‘어떤살인’(감독 안용훈)은 토막 난 채로 발견된 한 남자의 시신, 비가 내리는 날 총을 맞고 죽은 경찰, 그리고 정확히 급소를 맞고 숨을 거둔 남자 등 세명의 남자를 살해한 지은의 선택에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초반부터 보여준다.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잃은 지은(신현빈 분)은 평범한 삶을 살아가다 낯선 세 명의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만다. 지은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경찰서로 향했지만 허위신고가 아니냐는 의심만 겪은 체 돌아온다.

한 순간의 쾌락 때문에 한 여인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남자들, 그리고 자신의 보호를 요청하기 위해 경찰서에 간 그녀에게 잘못을 운운하는 잔인한 경찰,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자 돌아간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범인, 마지막으로 여자에게 폭력을 일삼는 남자 등의 모습은 관객들의 깊은 분노를 일으킨다.

이런 상황은 결국 지은이 자기 손으로 복수를 시도할 수 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그림으로 이어진다.

‘어떤살인’은 ‘도가니’ ‘한공주’ ‘돈 크라이 마미’ ‘방황하는 칼날’과 마찬가지로 현실의 문제를 소재로 삼았다.  공지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도가니’(감독 황독혁)는 광주 인화 학교의 아동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해 ‘도가니법’이라는 개정 법률안 재정을 이끌었고, ‘한공주’(감독 이수진)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그렸다. 또 ‘돈 크라이 마미’(감독 김용한),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은 성범죄 피해자를 대신해 사적 복수를 행한 부모들의 모습을 담아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하거나 현실에서 일어난 법한 사건들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어떤살인’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복수극’이란 설명 아래 관객들의 마음을 무겁게 함과 동시에 힘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보는 이들에게 슬픔과 동시에 통쾌함을 선사할 지은의 복수 아닌 복수, 그리고 단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 긴장감을 불러올 ‘어떤살인’은 오는 29일 개봉한다.